한없이 멋진 꿈에
조해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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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림없이 오늘을 기억할 것이다. 틀림없이 오늘 날짜를 대면서 그동안의 일들에 대해 신경질을 부리거나 나 자신을 다독이면서 살아가려 애쓸지도 모른다. 그리고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어떤 결론이 나지 않는 이 도시에서 참으로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어떤 결론에 도달하거나 어떤 개인적인 일에 커다란 신호를 받게 되지는 못 할지도 모른다.
경수, 그 남자에겐 희망이 있다. 그 희망이 작고 약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픈 과거의 모습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힘들고 자신을 혹사 시키며 살아가고 있음을 느끼는 순간, 그에겐 불가능한, 아니 아예 있어서는 안 될 그런 사랑에 눈을 뜨게 된다. 봄이 오면 봄꽃이 피는 것이 순리이겠지만 그는 그것을 거역하고 개인적인 꽃가루를 휘날린다. 그가 목매고 있는 사람, 상대방도 남자이다.
그에겐 무엇이 그렇게 그런 사랑에 빠져 들게 했을까

불편하게 읽혔던 처음과 다르게 번뜩이는 작가의 희망을 노래하고 새로운 봄이 오고 있음을 느끼게 해 주는 것을 보았고 세상은 아직 힘들지만 그래도 희망과 막 세상으로 빠져나온 듯한 느낌을 갖게 하는 것을 보면서 최소한 이 책을 읽으면서 침대에서 몸을 움직였던 시간을 다시금 떠올리게 되었다. 그리고 심지어 중간에 걸려왔던 전화를 짧게 통화하게 만들었던 모습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작가에게 도시에서의 삶이란 과연 무엇일까

친절하게 안 가르쳐주었지만 과거의 경수와 현재의 경수를 보면서 조금씩 알아가고 내가 무엇인지 결정하고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은 충분히 해 주었다고 생각했다. 대체 무엇을 위해 동반자를 만들고 그 동반자에게 새로운 마음을 전하는 것일까
새로운 것은 풀어내기 위해 어제는 과감하게 버리고 오늘 다시 자신의 인생을 써 내려가는 것을 보면서 조급함을 버리고, 나 자신에게 충실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껏 사랑, 그 사랑은 돌고 돌아 다시 돌아온다고 생각했던 나에게 경수의 생각과 사랑에 대한 움직임은 조금 낯설게도 느껴졌지만 다시금 아침이 오고 다시금 커피를 끊이기 위해 물을 끓이는 것처럼 그들의 사랑도 가슴으로 하는 사랑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과거의 사랑도 사랑이었고 현재의 사랑도 사랑인 것은 두 가지 모두 당시의 삶에 충실했기 때문이 아닐까
잠시 사랑이란 존재감에 사로잡혀 현재의 사랑에 번뜩이는 눈을 지닌 것은 사회의 한 모습처럼 우리가 집착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소외된 곳에도 빛을 스며들고 어둡게 쳐져 있는 커튼을 열어 환한 아침 햇살을 보고 싶은 것은 모든 사람의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는지.

소설은 아픔과 슬픔을, 집착과 의견을 여러 가지 형태로 보여주면서 점점 돌아갈 곳을 잃게 만든다.
소통하고 싶고, 뜨거운 것을 함께 나눠 먹고 싶지만 대화는 쉽사리 시작되지 못하고 대화의 화제꺼리를 찾다가 결국 아무런 말도 없이 침묵을 유지하지만 그 침묵 속에는 못 다한 이야기가 숨어 있다.
꿈과 같은 시간, 뜨거운 물을 붓고 커피를 타는 행위처럼 화려한 도시와 그 속에 살아가는 경수.
그는 못 다한 꿈이 있는 욕망으로 가득한 사람이 아닐까

욕망을 분출할 수 없고 자신이 나약한 사람처럼 느껴지지만 그건 지금은 자신의 유지하는 것뿐일지도 모르겠다. 심지어 친절한 경수씨도 불편한 느낌을 드러낼 수 있음을 이 소설을 통해 느끼면서 순간순간 다가오는 모습들이 현재의 우리네 삶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음을 본다. 어쩌면 이것이 소설이 이야기 하려는 틈새가 아닐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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