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의 문장
김유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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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터진다!
늑대의 문장은 독자가 먼저 나서서 집착을 부린다면, 이내 손에서 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될 것이다.
화가 치밀어 오르고 낯선 풍경과 맞닿아 있더라도 참고 견디면 소설에서 풍겨져 나오는 묘한 풍경이 어느새 책을 읽는 눈에 힘이 들어가고 미소를 지으면서 밝은 표정이 된다. 물론 작가가 이야기 해 주는 오싹한 느낌과 알싸한 느낌은 고스란히 느껴야겠지만 말이다. 문학동네 신인상이기도 한 표제작은 그녀가 문예지에 처음 얼굴을 보였을 때부터 새로운 생각을 지닌 작가라고 여겼던 작품이다.
무언가 형언할 수 없는 커다란 폭사 장면은 서로 주고받을 수 없는 이야기꺼리를 만들어 놓는다. 가로 막혔던 모든 것들이 한순간의 폭발에 모두 날아가지만 그 안에는 소통이란 작은 키워드가 숨어 있다.
그녀의 소설은 불편함을 감수해야한다. 물론 이를 극복하는 사람에겐 선물과도 같은 거칠 숨소리를 들을 수 있고 무럭무럭 자라나는 생각의 폭넓음이 선물로 주어진다. 음식을 먹을 때 우리는 다소 거칠어도 예쁜 음식보다는 맛을 음미할 수 있는 음식이 맛있는 것처럼 김유진의 소설에는 세계를 새롭게 보는 눈이 있다. 그녀가 안내하는 곳으로 함께 여행을 한다면 다소 잔혹하더라도 예뻐 보일수도 있지 않을까!
독특한 생각은 소설 속 주인공과 나누는 대화에서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주고 있고 슬픔은 슬픔으로 그치지 않고 감정선을 다소 격하게 만들지만 비틀거리거나 흔들리지 않고 시종일관 늑대의 하얀 이빨처럼 웃음을 자아낸다.

잉크 투성이인 푸른 셔츠와 같은 색채를 지닌 소설!
그것이 미소가 아닌 하얀 이빨을 드러내고 있는 잔혹함 내지는 고통이겠지만 그 눈은 간질간질하게 만드는 조용함이 있다.
폭발이 일어났는데 무슨 조용함이 있을까싶지만 폭발 순간이 잠시 지나고 나면 멍한 상태의 느낌처럼 그녀의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새로운 세계에 빠져있었던 곳에 잠시 머무르게 된다.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오지 못하는 세계, 그 세계 속으로 몸을 던져본다.
낯선 느낌 가운데에서 익숙함을 보고 어느 순간 온몸을 감싸고 있는 것과 싸움을 벌이지만 이내 안정을 찾으면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던 것에서 벗어난다. 처음 그녀의 소설을 문예지에서 읽었던 충격적인 느낌이 책으로 묶여진 여러 작품과 함께 다 읽으니 그 느낌이 한꺼번에 전해져 온다. 한꺼번에 받은 충격으로 인해 이제는 안정을 되찾는다. 슬픔을 읽고 한 권의 책으로 묶은 작가, 질투심까지 느끼게 하는 그녀의 소설. 김유진의 시선에 주목을 해 본다. 아슬아슬한 줄타기에 온통이 땀으로 범벅이 되었지만 그녀가 소설 속에서 이야기 하는 그로테스크한 느낌은 암호를 푸는 것보다는 쉽고 다른 소설에서 느끼지 못했던 만족감과 해독을 해 가면서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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