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을 읽는다는 것은 - 테리 이글턴의 아주 특별한 문학 강의
테리 이글턴 지음, 이미애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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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 이글턴의 이 책은 원제 'How to Read Literature'가 말해주듯 '어떻게' 문학을 읽을 것인지에 관한 책이지, 한국어 번역 제목이 오해를 불러일으키듯 문학을 읽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알려주는 책은 아니다. 문학작품의 의미를 해석하는 방법에 관한 가이드가 될 수 있지만, 그 문학작품이 독자에게 어떤 의미가 될지는 이 책이 알려줄 수 없다. 이글턴이 말하듯 "문학작품은 고정된 의미를 가진 텍스트가 아니라 전반적으로 다양한, 가능한 의미를 산출할 수 있는 모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문학을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한 힌트가 될 수 있는 말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문학작품이 다양한 의미를 산출할 수 있는 모태로 간주될지라도, 문학작품이 누군가에게만 고유한 어떤 것을 의미할 수 있다는 결론이 도출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의미는 공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문학 작품에서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무엇가를 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내가 보는 것이 원칙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공유될 수 있어야 우리는 그것을 의미라고 부를 수 있다."(p.271)

 

"의미는 언어에 속하고, 언어는 우리가 집단적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의미를 추출합니다. 언어는 자유로이 떠다니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것은 우리가 현실에 작용하는 방식이나 한 사회의 가치, 전통, 가설, 제도, 물적 조건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결국 우리가 지금 말하듯이 말하는 것은 우리의 온갖 행위가 빚어낸 결과입니다."(p.270)

 

의미가 공적이라는 사실, 의미가 "특정한 공간과 시간에 존재하는 인간들 사이의 계약"을 뜻한다는 사실은 작품의 의미가 그 작품을 읽어내는 독자에 의해 만들어지며, 의미를 만들어내는 "독자의 능력은 역사적 상황에 의해 형성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작품이 갖게 되는 의미가 특정한 역사적 상황에 처한 의미공동체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라면, 여기서 조금 비약을 감행하여 우리의 삶의 의미 또한 그러한 것이라고 말해볼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스스로를 자유롭고 독립적인 주체라고 상상하더라도, 우리가 스스로를 창조하지는 않았으므로 "우리가 거의 통제할 수 없고 또한 거의 알지 못하는 역사가 우리를 어떤 특정한 위치에 처하게 했다"는 참기 어려운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이 유산은 우리의 사회적 상황뿐 아니라 우리의 살과 피, 뼈와 기관에도 섞여 들어가지요. 우리의 생존 및 자유와 자율성 그 자체도 같은 종족의 다른 개인들과 사건들에 달려 있고, 그것은 완전히 풀어낼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뒤영켜 있습니다. 모종의 계획이 진행되고 있지만, 우리가 그것에 어떻게 끼어들 수 있을지 알기 어렵습니다. 자아의 근원에는 우리가 아닌 것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난제와 더불어 사는 법을 우리는 배워야 합니다."(p.290)

 

우리가 어떤 서사에 속하였는지 문학이 알려주었던 시대가 있었다는 풍문을 들어본 적이 있다. 다시 문학이 그러한 역할을 하게 될 날이 올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지금 문학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의미가 있다면, 저 자아의 근원에 우리가 아닌 것이 존재한다는 '불쾌한 근원'을 인정하고 그것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 얼마간의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자기 스스로 만들지 않은 역사를 갖고 있음을 받아들여야만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뒤를 돌아 과거를 정면으로 응시함으로써 망설이고 더듬으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겠지요."(p.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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