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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대장에게 무리한 부탁이라는 것은 알지만, 부모님께 저는 제 일을 사랑했고 자신보다 아름답고 위대한 것을 위해 죽는다고 전해주세요(I'm dying for something beautiful greater than I)"
영화에 등장했던 저 대사가 책에도 있었던가? 600페이지를 꼼꼼이 뒤져보진 않았지만 저 대사를 발견하진 못했다. 원작의 마크 와트니는 저런 대사를 정색하고 던질 인물이 아니다.
"닥터 실즈가 대원들 모두에게 일일이 편지를 쓰라고 하더군. 그래야 내가 인간다움을 유지할 거라나. 난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해. 하지만 명령이잖아." (p.319)
그렇다고 영화와 원작의 캐릭터가 다르다고 느낀건 아니다. 마크 와트니는 "당장 쓸모를 알 수 없는 탐구에 헌신하고 영원히 아무도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는 메시지를 남기는, 자기 내부에 삶의 동력을 가진 인물"(<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씨네21)이라는 점에서 그의 본질은 같다.
그의 주된 매력인 낙천성은 그가 끊임없이 움직인다는 데서 온다. "사막에 데려다놔도 전갈과 사귀며 살아남을" 인간인 와트니는 "당면한 고역 속에서도 기어이 즐길 거리는 찾고야 마는" 인물이다. 그렇다고 그의 유머가 일부러 자아낸것처 보이지는 않는다. 그는 정말 진지하다.
"그나저나 그보다 더 중요한 얘기가 있어요. 대체 대장에게 디스코는 뭡니까? 70년대 TV 프로를 좋아하는 건 이해하겠어요. 촌스러운 옷차림의 털보 아저씨들은 누구나 사랑하니까요. 하지만 디스코는 정말…… 디스코는!?"(p.341)
그런데 김혜리 기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사실처럼 마크 와트니는 줄곧 디스코를 디스하면서도 정작 어떤 음악을 듣고 싶은지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취향이 무엇인지, 가족관계는 어떻게 되는지 그런 곁가지 이야기들이 과감히 생략되었는데, 여기에 이야기의 진짜 매력이 숨어 있다고 생각한다.
당면 과제에 집중하는 것. 물론 화성이 그럴수밖에 없는 공간이긴 하다. 그래도 와트니의 인기 비결은 역설적으로 페이스북을 하지 않은데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페이스북은 은유다. 오늘날 어떤 비판자들은 사람들이 '먹고사니즘'에만 빠져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그 어느때보다 자기전시가 넘쳐나고 있기도 하다. 생존의 문제에 대한 개별적인 취향이라도 있는 것인가?
마크 와트니가 감자를 심으며 감자맛에 대한 자기의 취향의 일기를 썼더라면 그도 죽고 이야기도 죽었을 거라 믿는다. 극소수 엘리트는 일을 하러 가고 아마추어는 포스팅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