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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가 - 신자유주의적 인격의 탄생
파울 페르하에허 지음, 장혜경 옮김 / 반비 / 2015년 11월
평점 :
"환경이 결정적이지만 개인의 판단과 책임의 가능성도 배제되지 않는다."
존 스타인벡의 소설 <에덴의 동쪽>에 등장하는 문장이다. 파울 파르하에허에 따르면 이 매력적인 소설속에는 유전과 환경에 대한 원초적인 질문이 은근슬쩍 끼워져 있으며 그것이 큰 즐거움을 준다고 말한다. 그리고 오늘날 현장 생물학은 존 스타인벡의 아이디어를 입증하고 있다고 덧붙인다.
생물학자 드 발은 "영장류는 공감하고 협력과 연대를 추구하지만, 환경이 이런 행동을 지원할 경우에만 그러하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이 사실은 다른 환경에선 얼마든지 극도로 잔혹하고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존재가 될수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바로 이 점에서 이 책의 저자 파울 파르하에허는 오늘날의 사회가 "우리의 가장 나쁜 측면을 장려하는 사회"라고 비판한다.
"모든 것이 가능하며 타인이 항상 우리를 위해 대기하고 있는" 유아기의 신화가 사회를 뒤덮은 가운데 조금이라도 실패하고 낙오한 개인들이 우울증에 빠지고 고독사하고 있다. "어떤 현실도, 어떤 제품도 우리의 욕망과 욕구에 대한 완벽하고 확정된 대답은 줄 수 없"는데 능력주의 신화는 개인의 힘만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것처럼 부추겨 되려 더 큰 실망을 안긴다. 이 피할 수 없는 실망을 어떻게 극복해야할 것인가.
성숙의 과정은 '결핍'이라 부르고 싶은 힘든 상태를 스스로 해결하는 법을 익히고, 그 결과에 책임을 져가는 데 있을 것이다. 다만 그러한 가운데 개별적인 처방으로만 해결하려는 태도를 거두고 공동의 대답을 찾아보자고 저자는 제안한다.
"실존적 차원의 결핍에, 삶의 위대한 질문에 답할 수 있는 물질적 대답은 없다는 사실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 우리가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없고, 인생이나 사랑이나 죽음 같은 중요한 일에 아무런 영향도 미칠 수 없다고 생각하면 견디기 힘들다. 그 때문에 이런 결핍이야말로 창의성의 원천이며, 타인들과 힘을 합하여 추구해 나갈 더 숭고한 목표의 출발점이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는다. 이런 목표가 학문일지, 이데올로기일지, 예술일지, 종교일지는 중요하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이것이 사람들을 한데 엮어 중요한 질문에 공동의 대답을 찾는 공동체를 꾸려준다는 사실이다."(p.2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