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읽기 - 김현 일기 1986~1989, 개정판
김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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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문학 작품을 읽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내 생각으로는, 자기의 욕망이 무엇에 대한 욕망인지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그것이 무엇에 대한 욕망인지가 분명하면, 그것을 얻으려고 노력하면 된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다면, 무엇을 왜 욕망하는지를 우선 알아야 한다. 그 앎에 대한 욕망은 남의 글을 읽게 만든다. 남의 이야기나 감정 토로는 하나의 전범으로 그에게 작용하여, 그는 거기에 저항하거나 순응하게 된다. 저항할 때 전범은 희화되어 패러디의 대상이 되며, 순응할 때 전범은 우상화되어 숭배의 대상이 된다. 나는 누구처럼 되겠다가 아니면, 내가 왜 그렇게 돼가 된다. 그 마음가짐은 그의 이름 붙이기 힘은 욕망을 달래고, 거기에 일시적인 이름을 붙이게 한다. 왜 일시적인가 하면, 전범은 수도 없이 많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이야기가 있는 것이다. 물론 그 구조는 그렇게 많지 않겠지만. p.105 <1987년 2월 11일>

누군가 왜 일을 하고 사냐고 묻는다면 당분간은 다음과 같은 답을 일시적인 전범으로 제시해야겠다.

"가장 서글픈 사실 중의 하나는, 사람이 하루에 여덟시간씩 매일 할 수 있는 일이란 일밖에 없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하루에 여덟 시간씩 계속 밥을 먹을 수도 없으며, 또 여덟 시간씩 술을 마실 수도 없으며, 섹스를 할 수도 없지요. 여덟 시간씩 할 수 있는 일이란 일밖엔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인간이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이토록 비참하고 불행하게 만드는 이유이지요" p. 43 <1986년 6월 29일, 김욱동 편의 [윌리엄 포크너](문지, 1986) p.255>

그런데 김현은 왜 이 문장에 "과연!" 하며 무릎을 쳤는가. 행복한 책읽기는 하루에 여덟시간씩 매일 할 수 있는 일이 될 수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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