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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민 장민 표민 - 제13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ㅣ 상상도서관 (푸른책들) 3
문미영 지음, 원유미 그림 / 푸른책들 / 2016년 3월
평점 :
의리파 민지들
[어린이 친구들, 지금 주변을 한번 돌아보세요. ‘나랑 달라. 나와 전혀 맞지 않아.’라며 선을 그어 놓은 친구가 있다면 한번 유심히 보세요. 어쩌면 그 아이가 권민, 장민, 표민처럼 뜨거운 우정을 나누며 즐거운 학교생활을 함께하는 친구가 될지도 모르잖아요. 민지들이 장민지의 상처를 배려하고, 권민지의 고민을 이해하고, 표민지의 꿈을 응원해 주는 것처럼요. -작가의 말 중에서-]
[반 아이 누군가 교실 뒤 사물함 이름표에 적힌 민지들의 성을 장난처럼 전부 지워 놓았다. 대신 ‘꺽다리’, ‘어중간’, ‘꼬맹이’라고 낙서를 했다. 표민지가 수업 시간에 손을 들고 질문을 하려 하면 “응. 작은 민지, 왜?”라며 담임 선생님조차 이름을 제대로 불러 주지 않았다. -11쪽 중에서-]
빛가람 초등학교 5학년 1반에는 권민지, 장민지, 표민지 이렇게 세 명의 민지가 있다. 세 명의 민지는 성을 붙이지 않고 ‘민지야!’라고 부르면 동시에 대답하거나 “나?” 혹은 “누구?”라고 되물어보기도 한다. 그래서 키가 제일 큰 권민지는 ‘큰 민지’ 혹은 ‘꺽다리’, 중간 키 장민지는 ‘중간 민지’ 혹은 ‘어중간’ 마지막으로 키가 제일 작은 표민지는 ‘작은 민지’ 혹은 ‘꼬맹이 민지’라고 불린다. 그중 키가 안 크는 것도 서럽고 별명에 대한 불만이 제일 큰 표민지가 두 민지에게 전화를 걸어서 ‘민지 회의’를 제안한다.
[은빛 아파트 놀이터에서 했던 첫 번째 회의 이후 4개월이 흘렀다. 두 번째 민지 회의 장소는 장민지의 집이었다. 두 번째 민지 회의에서는 가슴 속 깊은 곳에 숨겨 놓았던 비밀을 꺼내 놓기로 했다. 표민지가 다른 두 명의 민지에게 종이를 나눠 줬다. -100쪽 중에서-]
민지들 중에 제일 닮고 싶었던 민지는 키는 작지만 공부도 잘하고 어떤 상황에서든지 또박또박 제 할 말 다하는 표민지, 제일 내 학창시절을 닮은 민지는 왕따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장민지였다.(난 절대 얼음공주라고 불릴 만큼 예쁘지는 않았다.) 새 학기 때마다 왕따를 당했던 지난학기들이 밟혀질까 조마조마했고, 전 학기 때 같은 반이었던 아이가 또 같은 반이되면 두려워하는 날들이 반복되는 시간들을 보냈으니까 말이다. 그래도 장민지는 어린 날의 나보다 훨씬 괜찮은 거다. 큰 키와 기선제압으로 전 학교 패거리들에게 겁을 주고 도망치게 한 권민지가 있고, 장민지를 둘러싼 헛소문에도 절대 흔들리지 않았던 표민지가 있으니까 말이다.
나는 지금은 몇 년째 개명된 이름으로 살고 있지만 그리고 학창시절에 나와 이름이 같았던 친구는 없었지만 초등학교 5학년 시절에 담임과 이름이 같았다. 끝에 ‘숙’이 들어가는 이름이었는데 나는 ‘이씨’, 담임은 ‘김씨’였다. 반 아이들이 성을 빼고 내 이름을 부르면 담임은 “너 왜 내 이름 부르니?” 혹은 “네!”라고 장난을 치거나 내 얘기를 할 때면 “내 이름하고 똑같은 O숙이는”으로 시작하기도 했었다. 게다가 “너 왜 선생님하고 이름 똑같아?”라고 따지는 아이도 몇몇 있었다. 무섭기로 소문난 아니 진짜로 폭력적이고 무서운 담임이었는데 본인과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내 얼굴을 제일 먼저 익혔고, 제일 조용한 아이라는, 일기를 잘 쓴다는, 방학숙제를 잘해왔다는(진짜로 장려상 받았다.) 칭찬을 한 몸에 받곤 했지만, 반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할 때면 내 편이 되어주곤 했지만 무조건 좋기만 했던 건 아니다. 항상 담임에게 집중된 기분에 숨이 막혔달까? 그리고 소심한 나를 보다 못해 손찌검과 체벌까지 해서 좋게만 기억할 수가 없다.
-푸른책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