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된 정신의 확산 바다로 간 달팽이 15
박영란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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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을 갈등하게 하는 악의 매력

 

<못된 정신의 확산>에는 두 '센 캐릭터'가 등장한다. 태권도와 특공무술을 배우고 중학교 2학년 시절 상습적으로 자신을 조롱했던 남학생 5명을 혼내준 전설 덕분에 그 누구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덩치 큰 여학생 ''. 그리고 찌그러진 핸드폰 방울의 잘각잘각 소리가 날 때면 애들이 오싹한 기운을 느끼고 선생님들마저 주눅 들게 하는 일진 중에 최고의 악녀''. 보통 애들에 속하는 ''는 불량한 애들을 싫어하고 ''의 행동들이 나쁘다는걸 알지만 ''가 싫지 않다. 아니 좋아한다. ''는 눈치가 빠른 만큼 ''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걸 알아채고 부모와 떨어져서 혼자 사는 ''의 집을 제집인양 드나들고 자신의 패거리에까지 끌어들인다.

 

[그 애들에 관한 소문은 학교 전체에 가십처럼 떠돈다. 그 애들은 학교라는 사회에 기생하는 일종의 유명 인사들이다. 보통 애들은 그 애들처럼 살지 못한다. 그러려면 굉장한 용기가 필요하다. 어떤 선을 넘어야 한다. 다시는 평범한 삶으로 돌아올 수 없는 그들만의 세계로 완전히 들어가야만 한다. 그래서 보통 애들은 그 애들처럼 살지 못하지만, 그 애들에 관한 소문에는 열광한다. 23]

 

[우리가 왜 그렇게 뭉쳐 다니는 줄 알아? 그래야 너 같은 보통 애들한테 겁을 줄 수 있거든. 니들 같은 보통 애들이 겁먹지 않으면 우리가 재미없지. 우리는 보통 애들이 갖기 힘든 걸 가져야하고, 보통 애들이 생각지 못한 짓을 할 수 있어야 해. 그래서 죽이게 멋있어 보여야 돼. 니들도 우리처럼 되고 싶어서 환장하도록. 157]

 

[조는 어떤 선의나 양심, 혹은 망설임 같은 것을 배우지 못했다. 조는 자신이 벌인 일이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에 대해 걱정하는 것도 배우지 못했다. 조에게 어떤 양심이나 망설임이 느껴졌다면, 그것이 도리어 잘못된 일이었다. 조는 똑똑히 보는 법만을 알았다. 자신을 위협하면 상대에게 어떤 결과가 벌어지는지 보복하는 법만을 체득했다. 그게 조의 힘이었다. 221]

 

내 기억에 내가 다닌 학교에는 <못된 정신의 확산>속의 ''처럼 전교생이 두려워하는 센 캐릭터는 없었던 것 같다. 대부분 반에서 제일 무서워하는 아이 혹은 ''의 패거리들처럼 거칠거나 겉멋 만 부리는 불량한 애들 정도였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애들이 나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왕따 시키는데 주동했었다. 그때의 내가 늘 궁금했던 건 '초등학교 이상의 연령대이면 옳고 그름을 알 텐데 왜 대다수 애들은 못된 애들 편에 서서 동조할까?'였다. 그러면서도 중학교 1학년 때는 차라리 나를 괴롭히는 애들과 어울리면 왕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싶어서 운동회 날 치어리더에 끼워달라는 듯이 말해본적도 있었고, 3때는 나를 괴롭히는 무리 중 한명이었던 짝에게 나도 노는 애들과 함께 다니고 싶다고 슬쩍 말해본적도 있었다.(두 번 다 실패했기에 다행이다.) 그리고 고등학교 1학년 때는 나도 선을 넘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면 애들이 나를 덜 괴롭힐까 싶어서 교복치마를 접어서 최대한 올려 입다가 담임에게 걸린 적도 있었다.(소심한 성격 탓에 그날 하루로 그쳤는데 "다른 애들은 몰라도 너는 안 돼."라고 했던 담임의 말이 아직까지도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것을 자랑인양 '나는 날라리였다.'를 제목으로 모둠일기에 그대로 옮기기도 했었다.

 

타락의 세계를 경멸하면서도 집으로 찾아오는 를 완전히 거절하지 못하고 의 제안에 갈등하다 도와주는 선택을 하는 주인공 를 답답해하면서도 궁금증도 몰려왔었다. 만약 ''가 예쁘지 않은 악질이었어도 좋아한다는 이유로 굴복했을까? 아니면 ''을 배우지 못하고 타락을 당연시하는 한 아이에게 동정심을 가졌던 걸까? 그것도 아니면 가장 외로운 시기에 찾아온 친구를 뿌리칠 수 없었던 걸까?

 

 

 

-북멘토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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