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장 주는 아이 - 제12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상상도서관 (푸른책들) 2
김경숙 글, 원유미 그림 / 푸른책들 / 201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친구를 찾아 떠도는 여우아이

 

초대장 주는 아이 미령이는 사람들의 이기심으로 엄마, 아빠도 잃고 여우가족의 보금자리였던 자연을 잃고 재개발 지구에서 사람들 틈에서 살고 있는 여우아이이다. 혼자서 뭐든지 할 수 있지만 혼자라서 심심한 게 문제다. 그래서 친구가 필요했던 거다. 미령이 집에 초대받은 준수, 은채, 하루의 신기한 이야기들 중에서 나는 하루가 겪은 노란 반달빗 이야기는 씁쓸함보다는 부러운 마음이 더 컸다. 어렸을 때 늘 아이들의 놀림감이었던 나는 말로인한 상처를 많이 받았기에 아직도 상대방의 말에 예민한 편으로 왜 그 상황에서 이런 말을 못했지?’라며 후회하곤 한다. 그래서 여우 얼굴이 붙어있는 반달빗이 탐났던 거다. 사실 직장 내에서 부하 직원을 상대로 기분 나쁜 농담을 던지는 상사가 많은 편인데 나 역시 피해갈 수 없었는지 20대 중반에 단기 계약직으로 일하던 때 워크샵에서 다음날 아침에 과장이라는 사람의 "구강구조상 자네가 갈았겠지."라는 기분 나쁜 농담에 하마터면 표정이 일그러질 뻔했다.(대인배를 가장하기 위해 입은 웃고 있었지만.) 그때 나에게 반달빗이 있었다면 과장님은 엄청 못생기고 통통하십니다.’라고 거침없이 퍼부었을지도 모른다.

 

[“난 그냥 너희들과 친해지고 싶었어.”

아이들은 겁을 먹고 미령이의 눈길을 피했다.

미령이가 아이들을 둘러보았다.

정말 실망스러워. 나는 너희들 마음을 충분히 알아줬잖아. 근데 너희들은 뭐야?” 84~85]

친구를 만들고 싶어서 점심시간에 반찬 달라는 거 다주고, 빌려달라는 거 다 빌려주고 물 달라면 물을 줬던 건 기본으로 일찍 하교하는 토요일마다 친하지도 않은 아이들을 초대해서 라면도 끓여주고 오징어도 구워주고 엄마가 준 돈으로 떡볶이를 사주던 그리고 생일날 초대해서 케이크, 치킨, 튀김 등 푸짐한 음식들을 대접하던 그 애가 바로 나였다. 여우아이 미령이처럼 초대장만 안줬을 뿐이다. 준수, 은채, 하루는 자신들이 겪었던 신기한 일들의 여우의 정체가 미령이라는 사실에 섬뜩한 마음에 따뜻하고 맛있는 음식들을 대접받고도 도망갔다면 내 학창시절에 애들은 늘 혼자였던 나를 이용해먹거나 소신이 강할 나이가 아니었던 만큼 반 애들의 시선이 두려웠던 거다(나처럼 혼자될까봐.).

 

[미령이는 몸을 숨긴 채 간절한 눈길로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온몸의 기운이 다 빠져 버린 듯 힘없이 뒤로 물러섰다. 그러다가 등이 담벼락에 닿자 그 자리에 스르르 주저앉았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듯한 표정이었다.

얘들도 친구가 아니었어.” 93]

내가 다른 아이들에게 당하고 있을 때 내 편을 들어주기는커녕 오히려 그 애들의 행동에 동조하고, 모둠 수업이나 모둠 숙제할 때 나를 끼워주지 않을 때면 얘들도 나를 싫어하는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내가 대접한 것들을 다시 돌려받고 싶은 심정이었다. 미령이가 친구를 찾아 학교를 떠돌 듯이 나 역시 다음 학년을 기다리는 지겨운 학교생활을 반복해야 했으니까 말이다.

 

 

-푸른책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