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속삭임 단비청소년 문학 8
크리시 페리 지음, 서연 옮김 / 단비청소년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어느 날 갑자기 들을 수 없게 된다면?

 

중도장애우가 된다? 나부터도 나와는 먼일 이라고 생각한다. 죽음이 나와는 아주 먼일이듯 말이다. 하지만 사람은 한치 앞도 모른다.’라는 말을 증명하듯 [달콤한 속삭임]에 주인공 데미는 뇌수막염이라는 큰 병을 앓더니 더 이상 귀가 들리지 않게 되었다. 기적을 바랐지만 계속 소원을 빌었지만 달라지는 건 없기에 새로운 세계에 들어가기로 결심한다.

 

[나는 새로운 반 친구들도 나처럼 청각을 잃어버린 것인지 궁금하고 의심스럽다. 나에게 일어난 일은 매우 드문 것이다. 기이한 것이다. 나는 여기서 나가야 한다. 25]

전학 간 청각장애우 학교에는 인공와우 혹은 보청기를 착용한 아이도 있고, 선생님이 전등을 껐다 켰다로 학생들을 주목시키고 모두들 수화로 말하지만 데미에게는 너무 빠르고 혼란스럽다. 다시 예전학교로 옮겼으면 하는 엄마에게는 무조건 좋다고 대답하지만 사실은 들을 수 있었던 세계로 가고 싶은 거다.

 

[나도 두통이 있지만, 술 때문은 아니다. 이런저런 생각들 사이를 헤매느라 그렇다. 이 애들이 너무 취해서 내 청각장애 친구들이 지진아라고 했던 걸 기억조차 못하는지 궁금하다. 205]

데미의 들을 수 있는 친구들과 들을 수 없는 친구들은 직업 박람회에서 우연히 만났었다. 직업 박람회에서는 서로 허물없이 얘기를 나누던 예전학교 친구들이(선입견이 없는 좋은 친구들이라 생각했는데 말이다.) 파티에서는 징그럽다, 지진아 같다며 붙어 지내면 안 된다며 술김에 험담을 늘어놓으니 배신감이 밀려올 수밖에 없다(이럴 때 취중진담이라는 말을 쓰는 걸까?).

 

[“그건 문화야! 우리가 청각장애인 사회에서 갖고 있는 것과 똑같이. 우린 우리의 문화를 성숙시킬 필요가 있어. 우린 우리만의 사회를 만들고 우리만의 규칙을 만들어야 해. 우리를 위한 규칙을 정상 청력인들이 만들어 줄 거라고 믿을 수 없어.” 232]

스텔라의 부모들은 듣지 못한다. 그래서 입으로, 목소리로 말하는 것을 배울 필요가 없었다. 들을 수 없는 것도 하나의 문화라며 자부심을 가져야한다며 당당한 모습은 좋지만 피해의식을 갖고 들을 수 있는 사람들을 배척하는 스텔라의 모습이 중도에 들을 수 없게 된 데미 입장에서는 불쾌하기도하고 답답하기도 하다.(스텔라를 통해서 우리가 배척하는 만큼 상대편도 똑같이 배척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건지도 모른다.)

 

성인이 되어서 엄마에게 듣고 알게 된 건데 내가 초등학교 고학년 중반까지 바로 위층인 4층에 살던 아주머니는 중도에 청각장애우가 되었다고 한다.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어려움 없이하는 모습만보고 우리와 같은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상대편의 입모양을 보고 대화를 했었던 거다. 어린 시절에 그 아주머니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가끔씩 불안한 표정을 짓기도 하고 내가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면 ? ?”라며 다시 물었었다. 4층 아주머니는 어렸을 때 아버지에게 귀를 심하게 맞아서 그 후부터 들을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달콤한 속삭임]에 데미는 큰 병으로 인한 중도장애도 갑작스러워하는데 타인으로 인해서 중도장애우가 된다면? 나는 아마 죽는 그날까지 용서할 수 없을 것 같다. 아니 그보다는 평생을 복수심을 갖고 살게 될 거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만약 내가 들을 수 없는 사람이 된다면 딱 두 가지가 제일 불편할 것이다. 첫 번째는 좋아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것. 두 번째는 노래 혹은 음악을 들을 수 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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