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간 엄마의 시간 우리의 시간이 만나는 ‘지금’ - 엄마와 딸의 유럽 자동차 여행
정가영 지음 / 가치창조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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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딸의 선물 같은 유럽 자동차 여행

 

엄마 우리 딸이랑 둘이 여행 한번 가보고 싶은데…….”

이렇게 30대 딸과 50대 엄마의 유럽 자동차 여행이 시작된다.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몰타로. 엄마와 이별한 엄마에게 멋진 추억을 선물하기 위해.

 

[딸내미를 열심히 찍어주고 싶어 하는 엄마의 마음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내가 엄마를 찍어주겠다고 하면 엄마는 싫다고 손사래를 치며 일부러 안 예쁜 표정을 짓는다. 엄마 나이 되면 사진 찍는 게 싫다며 너도 엄마 나이 돼보라고 하지만, 나는 엄마의 지금 모습이 가장 예쁘다. -220쪽 중에서-]

올해 추석연휴에 양수리 두물머리에 콧바람 쐬러 가는데 엄마가 옷 색깔을 맞춰 입고 갈 것을 제안했다. 내 엄마도 저자의 엄마처럼 나를 열심히 찍어주고 싶어 하고, 딸내미인 나와 둘이 찍는 사진을 좋아하는데 그날은 옷 색깔을 맞춰 입은 모녀사진을 찍고 싶었던 거다. 젊은 엄마였을 때 아등바등 사느라 어린 딸과 못해본걸 지금이라도 해보고 싶은 마음에.

 

[We travel not to escape life, but for life not to escape us.

예전에 어디선가 본 글귀다. 내가 참 좋아하는 말이다. ‘우리는 삶에서 도망치기 위해 여행하는 게 아니라 삶이 우리에게서 도망가는 걸 막기 위해 여행한다.’ 여행은 탈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나를 되찾기 위한, 나를 붙들기 위한 과정이다. 적어도 나에겐 그렇다. -334쪽 중에서-]

그러고 보면 20대 때의 나는 현실도피로 해외 유학을 떠난 듯하다.(공부가 목적이었지만 나름 장거리, 장기간 여행이라고 볼 수 있겠지?) 한국에서의 잊고 싶은 기억, 벗어날 수 없는 집안환경 등으로 말이다. 하지만 내 강한 트라우마는 껌딱지 그 자체였다. 중국에까지, 필리핀에까지 따라오니까 말이다. 한국에서 힘든 인간관계는 다른 나라에서도 힘들다는 걸 그때 알았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된다.’는 말 왜 나에겐 적용이 안 되는 걸까?

 

어린 시절의 나는 엄마와의 둘만의 외출, 여행을 싫어했다. 내가 편모가정의 아이란 걸 공개되는 것 같은 기분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빠도 같이 가겠다고 하면 싫어할 정도로 엄마와 둘만의 시간이 더 좋다. 특히 2년 전 8월의 정동진 해돋이 여행은 잊지 못할 것이다. 밤 버스로 새벽 2~3시 즈음에 도착해서 기차역 의자에서 눈 좀 붙이고 바닷가로 가서 해가 올라오기 시작해서 애국가의 한 장면을 만들었던 광경에서 엄마의 주문에 따라 만세 포즈를 여러 번 취했던 그날을 말이다.(무뚝뚝한 내 성격으론 쉬운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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