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사람의 편지 - 사람과 시대를 잇는 또 하나의 역사 사람을 향한 인문학
손문호 지음 / 가치창조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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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사람의 편지

손문호 지음

 

편지가 말해주는 조선시대의 역사

 

<옛사람의 편지>, ‘편지’, 정말 오랜만에 듣는 단어이다. 카카오톡, 핸드폰 문자, 각종 SNS가 소통의 방식으로 자리 잡은 현대에는 더더욱 그렇다.(생일날 같은 기념일에도 축하인사말과 이모티콘 하나면 끝!) 내가 마지막으로 보낸 편지는 20대 후반에 필리핀에서의 짧은 유학을 마치고 몇 달 후였던가, 1년 후였던가 현지인 친구에게 쓴 편지였다.(국제우편이라 비싼 가격에 놀랐더랬다.) 그런데 <옛사람의 편지>를 보면서 문득 편지도 지식인들의 특권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시대에는 문맹들이 많았을 테니까 말이다.

 

옛사람’, 김시습, 이황, 이순신 등의 조선시대 위인들이 서로 주고받았던 편지라고 보면 된다. 편지해석, 편지원문(한문), 편지를 주고받던 이들의 관계, 시대적 상황 순으로 글로 보는 사극이란 표현이 어울릴 것 같다. 첫 편지를 읽는 중에는 편지원문 해석도 시도해봤지만 중국에서 사용하는 한문과 한국에서 배우는 한문이 다르다보니 나로서는 해석이 불가능했다.(나에게 중국어 전공했으면 한문 많이 알겠다는 질문을 하는 분들이 많은데 한국에서 배우는 한문은 대만에서 사용하는 번체자 한문이다. 어쨌든 이참에 대만한문도 다시 공부하는 걸로 하겠다.)

 

[이런 난리 중에도 옛정을 잊지 않고 멀리서 위문편지와 함께 각종 물품을 보내주시니 모두 진중에서는 귀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깊이 감사해 마지않습니다. 어느 날에야 피비린내 티끌을 깨끗이 쓸어내기고 예전처럼 더불어 노닐던 회포를 실컷 풀 수 있을는지요. 편지를 쓰려고 종이를 보니 새삼 슬픈 마음만이 절절할 뿐입니다. 남은 할 말은 많으나 번잡하여 차후에 쓰겠습니다. 급히 쓰느라 인사를 갖추지 못했습니다.

계사년(1593) 칠월 십육일 척하(戚下) 이순신 두 손 모아 절합니다. -231쪽 중에서-]

 

내 머릿속에 많은 그림을 그리게 해준 이순신의 편지. 무와 문을 두루 갖춘 장군으로 지금 내 주변에 존재한다면 부러워했을지도 모른다. 현대로 말하면 운동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는 엄친아에 속할 테니까 말이다. 전쟁 중이라 급하게 써내려간 편지이지만 전쟁터의 상황, 노모를 향한 효심, 백성과 임금을 향한 사랑 등이 짧고 굵으면서도 섬세하게 표현되었다.(난중일기도 읽고 싶어진다.) 게다가 위험한 상황에서 편지를 전달했던 사람도 나는 애국자라 말하고 싶다.(꼭 적들과 싸워야만 애국자인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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