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 없이 메이저 없다 - 풀꽃 시인이 세상에 보내는 편지 아우름 50
나태주 지음 / 샘터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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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본
https://m.blog.naver.com/03x24/222444385356



◇ 여는 시
그대 앞에 있는 광주리.
그 광주리에 가득한
빛나는 시간을 축복합니다.
부디 그대의 시간을 껴안아 주십시오.



◇ 밑줄
왜 이런 일을 생각하고 또 그 일을 시작하려고 그러는 것일까 후회스러운 심정이기도 해요.
   그렇지만 일단 목표를 세우고 가는 데까지는 가볼 일이에요. 평소 생각이 그래요. 무슨 일이든 시작도 안 해보는 것은 매우 게으른 일이고, 시작한 일을 중간에 포기하거나 중단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이라고요.
(···)
가장 좋은 글은 내면이 들여다보이는 글이고 또 오해가 없는 글이란 것
「여는 글」

/

10년 뒤에 되고 싶은 자신의 모습을 가슴에 품고 사는 거예요. 이것은 하나의 꿈이고 소망이에요. 그렇게 하면 현재의 삶이 미래의 삶과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나의 삶의 중심이 10년 뒤의 내가 되지요. 

/

세계적 문호요 러시아의 소설가인 톨스토이는 인생의 화두를 ‘성장’이라고 보았어요. ‘인간은 성장을 하기 위해서 사는 것이다.’ 세상 만물은 변화하게 되어 있어요. 변화하는 중에 좋은 쪽으로의 변화를 성장이라고 그래요.
   이 성장을 위해서 톨스토이는 세 가지 하위 개념을 말해요. 첫째가 소통, 둘째가 몰입, 셋째가 죽음을 기억하는 삶이에요. 소통도 중요하고 죽음을 기억하는 삶도 중요하지만,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주는 것은 몰입이에요. 몰입. 자아를 잃어버릴 정도로 어떠한 일에 열중하는 것을 말하지요.

/

나의 생각은 그렇습니다. 성공이란 자기가 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그것도 청소년 시절에 자기가 꿈꾸었던 자기를 늙은 나이에 만나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 자신도 지금 그 사람을 만나러 가는 중입니다, 그렇게 말합니다.

/

재능이란 재주와 능력만이 아니라 좋아하는 마음이 거기에 더해져야 합니다. 그것이 진정으로 좋은 재능입니다. 

/

   당신도 이쯤에서 자기가 무엇을 정말로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고, 무엇에 열정을 바칠 수 있나를 생각해 보기 바라요. 그리고 그 일을 중간에서 포기하지 않기를 바라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가다 보면 성공하는 일은 그야말로 시간문제예요. 조금쯤 늦게 성공이 찾아오더라도 지치지 말고 포기하지 말고 실망하지 않기만을 빌어요.

/

비닐하우스의 비닐 지붕이 옆으로 조금씩 벗겨져 있는 거예요. 기껏 딸기 모종을 심고 가꾸다가 왜 추운 날씨에 비닐하우스 옆구리를 열어 찬 바람에 노출시키는 것일까? 의아한 마음에 농부에게 물었지요. 그때 대답이 그래요. “이거요, 딸기 잠재우는 거예요.”
   딸기를 잠재운다? 비닐하우스에서 잘 자라난 딸기들입니다. 이제 꽃이 피어도 좋을 만큼 자랐습니다. 이때 딸기에게 겨울을 체험하게 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꽃을 피우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비닐하우스 옆구리를 걷어 올려 찬 바람을 일부러 집어넣어 준다는 것입니다. 가짜 겨울을 주는 것이지요.

/

내가 먼저 잘해주어야 합니다. 구름한테도 잘해주고 바람한테도 잘해주어야 합니다. 마음으로 그러할 때 구름도 바람도 나에게 좋은 마음을 가질 거예요.

/

   사람들이 톨스토이에게 물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이 무엇입니까?” 톨스토이가 답했습니다. “첫째는 지금, 여기. 둘째는 옆에 있는 사람. 셋째는 그 사람에게 잘해주는 것.” 이 말을 한 줄로 요약하면 이래요.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은 ‘지금 여기 나하고 같이 있는 사람에게 잘해주는 것이다.’ 그렇게 지금 곁에서 함께 사는 사람이 소중한 사람인 것입니다.

/

이제 우리는 조금씩 좋아질 것입니다. 희망의 끈을 잡았으니 그 끈을 잡고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면 됩니다. 

/

풀꽃​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감상
🌿 풀꽃을 닮은 사람, 안녕



누군가는 무례라 지적하겠지만

존경을 담은 긴 시작보다

다정한 인사를 건네고 싶었어요



오늘 당신이 들려준 말들은

부드러운 눈길로 공손하게

찬찬히 들여다보았답니다



나도 이제 아름다운 고리로 엮여

함께 꽃밭을 꿈꿀 수 있겠지요



가짜 겨울이 다시 찾아와도

무섭지 않을 자신도 생겼어요



조그맣게 오른 꽃망울이

나를 살게 만들 테니까요



당신의 손짓이 어른거립니다



함께 걷자고 하셨지요

멀리 가자고, 외롭지 말자고



이제 다시

혼자 걸을 수 있는 지금



나의 선한 마음을 믿습니다

내게 남은 순수를 봅니다



우리는 또 각자의 길을 걷겠지만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며

당신의 안녕과 나의 안녕을 빌어요



고맙습니다

이제 진짜 안녕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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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모르는 이야기 오늘의 젊은 문학 2
서장원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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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본
https://m.blog.naver.com/03x24/222436462310

◇ 작가의 말
소설 속에서 누구도 미워하고 정죄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작품 속에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작가가 작중 인물들에게 그런 감정을 투사하는 것은 비겁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원칙은 가까스로 지켜졌다고 생각한다.

◇ 밑줄
민주는 정현과 보낸 시간이 아무런 증인도 증언도 없이 사라진다는 생각에 허무감에 사로잡혔다. 어떤 기억이 자신의 머릿속에만 존재한다면 그것이 상상이나 망상과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 나중에는 자신조차 정현의 존재를 의심하게 되지 않을까? 민주는 그런 생각을 멈출 수 없었고, 고민 끝에 자신의 기억을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로, 한 편의 소설로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

   가끔은 민주가 이 세계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면 갑작스러운 연락을 받고 민주를 만났던 일이며 마주 앉아 나누었던 이야기 전부가 잠깐의 꿈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나는 민주를 기억했고, 또 민주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았으므로 계속 소설을 썼다. 다만 그럴수록 내가 쓴 소설들은 민주에게서 멀어져서, 결국에는 민주와 아무 상관없는 이야기가 되어버리곤 했다.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

노영은 그러면 언젠가 함께 눈을 보자고 내게 말했다. 그건 고백에 가까운 말이었는데, 나는 물론 받아들였다. 언젠가 함께 흰 눈이 덮인 풍경을 보자고, 어느 여름날에 우리는 그런 약속을 했었다. 

「이 인용 게임」

유재와 대화할 때면 솜과 천으로 만들어진 한없이 푹신한 세계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런 감각은 유재를 한 달 만에 다시 만났을 때에도 변함이 없었다. 

(···)

다만 오늘 밤에 그는 편안할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나는 유재의 따뜻한 몸을 껴안았다. 그리고 잠 속으로, 솜과 천으로 만들어진 포근한 세계로 떨어졌다.

「프랑스 영화처럼」

그때처럼 나는 아내를 태우고 캄캄한 밤 속으로 차를 몰고 있었다. 차가운 바닷물이 나를 떠미는 듯했다. 나는 여기가 바다 한가운데이기를, 바다 아래로 가라앉고 있는 이가 나이기를 바랐다. 하지만 나는 수면 위로 떠올라 있었고, 한없이 밀려가는 중이었다.

(···)

개가 들판을 달려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영원히, 라고 생각했다. 그 밤, 개를 영원히 잃어버렸다고.

「해변의 밤」

   “그래서 후회했어?”

   “아니, 당신이니까 상관없다고 생각했지.”

「태풍을 기다리는 저녁」

한때는 그렇게 나의 삶이 자리를 잡아간다고 생각했다. 이석과 함께 망고를 데리고 산책을 다니는 생활을 아주 오래 할 수 있으리라고 믿었고, 언젠가 망고가 떠나면 망고를 대신할 다른 개를 키울 생각도 했으니까. 평범한 사람이라고 해서 반드시 평범한 행복을 누리리라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모르던 시절의 일이었다.

「망원」

이제 이석과는 완전히 끝이었다. 물론 이석의 입장에서는 진작 정리된 관계였겠지만 나에게는 여기, 이석의 신혼집 코앞까지 온 이곳이 마지막 장이었다.

(···)

   “이제 가.”

   나는 말했다. 이석이 텅 빈 가방을 움켜쥔 채 잠시 그대로 서 있었다. 대학 시절처럼 청바지에 맨투맨 티셔츠를 입은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나는 잠시 동안 이석을 바라봤다. 유난히 작던 발과 처진 어깨, 쌍꺼풀 없이 긴 눈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었다.

「망원」

기선은 쾌청한 하늘에 방금 전에 보았던 빛의 부스러기를 그려보았다. ‘작고 초라하다.’ 그런 말밖에는 해줄 수 없는 빛이었다. 기선은 일몰을 기다리지 못하고 폭죽에 불을 붙이는 누군가를 잠시 동안 상상해봤다. 심지의 끝에 불붙은 성냥을 가져다 대는 손과, 하늘을 올려다보는 뒷모습을. 그리고 빛보다 더 오래 허공을 차지하고 있는 연기를. 차가 어느새 해변 도로를 완전히 지나쳐서, 더는 바다가 보이지 않았다.

「해가 지기 전에」

나는 언제나 해주의 불행을 반가워했다. 해주가 임신이 어려운 몸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임신을 완전히 포기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그리고 민형과 이혼하겠다고 며칠 전 전화를 걸어왔을 때, 그때마다 나는 해주가 조금 더 마이너한 사람이 되어주길 바랐다. 해주가 아이를 낳지 않기를 은밀하게 원했고, 홀로 되어 우리가 좀 더 많은 것을 공유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했다. 해주는 나의 유일한 친구였으니까. 내가 그런 생각에 빠져 있을 즘, 해주에게서 전화가 왔다. 해주는 데리러 가겠다고, 지금 어디에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아파트 단지의 어디쯤일 뿐 내가 있는 곳을 설명하기는 어려웠으므로, 나는 그저 네게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고만 대답했다. 축축한 여름 바람이 불어왔다.

「해피 투게더」

◇ 감상
하나의 세계가 와르르 쏟아진다



낡고 허문 귀퉁이

결국 무너지는 일상



투명했던 것들은 손을 뻗자

닿기도 전에 불투명해진다



있잖아, 궁금한 게 있어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도

길을 잃을 수 있을까



어딜 가나 똑같은 장면

이미 놓아버린 것들의 상실



여기가 천국의 끝은 아니겠지

넌 어떻게 생각해



도착했다 믿었는데

사실은 홀로 남겨진 거라면



저기 균열을 따라

목소리가 흐르고 있다



잡은 손이 뜨겁다

눈을 질끈 감는다



기도가 유일한 방법이라면

내가 찾은 진실이 절벽이 아니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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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 이야기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29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 지음, 천은실 그림, 정영선 옮김 / 인디고(글담)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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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본
https://m.blog.naver.com/03x24/222428067086



◇ 시작하는 문장
어두컴컴한 어느 겨울날, 런던은 거리마다 누런 안개가 짙게 깔려 있었다.



◇ 밑줄
항상 저 조그만 코를 책에 파묻고 앉아 있거든요. 교장선생님, 세라는 책을 읽는 게 아닙니다. 꼬마 여자애가 아니라 꼬마 늑대처럼 책 내용을 꿀꺽꿀꺽 삼킨답니다. 세라는 늘 새로운 책을 삼켜버리고 싶어 안달이랍니다. 크고 두껍고 심오한 어른들 책을 읽고 싶어 해요.

/

아버지의 무릎에 앉은 세라는 조그만 손으로 코트 자락을 붙잡고 아버지의 얼굴을 오랫동안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귀여운 세라야, 내 얼굴을 외우려는 거니?”
   크루 대위가 세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세라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뇨, 아빠 얼굴은 이미 외웠어요. 아빠는 늘 제 마음속에 있으니까요.”

/

   “세라 말로는 공주는 겉모습과는 상관이 없대. 부자인지 아닌지도 상관없고. 오로지 생각과 행동에 따라 공주가 된다는 거야.”

/

베풀기 좋아하는 사람은 자신이 가진 물건을 아낌없이 나눠줄 뿐 아니라 마음도 나눠주게 된다. 가진 물건이야 없을 때도 있겠지만 마음만은 늘 풍성해 많은 것들을 나눠줄 수 있다. 따뜻하고 친절하고 다정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도움의 손길과 편안한 위로, 웃음 같은 것들을 말이다. 그중에서도 즐겁고 다정한 웃음이 가장 큰 도움이 될 때도 있다.

/

   다락방에서 보낸 첫날은 세라에게 잊을 수 없는 밤이었다. 세라는 밤새 극심한 슬픔에 잠겨 있었다. 보통 아이들은 겪기 힘든, 누구에게도 말 못 할 슬픔이었다. 말을 한다 해도 이런 슬픔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더는 견딜 수가 없었어. 세라 너는 아마 내가 없어도 살 수 있겠지. 하지만 나는 네가 없으면 못 살 것 같아. 나는 ‘죽은’거나 마찬가지였어. 그래서 오늘 밤 이불 속에서 울다가 갑자기 몰래 찾아가서 너에게 다시 친구가 되어 달라고 부탁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거야.”

/

   “여기는 굉장히 작고 아주 높은 곳에 있잖아. 마치 나무 위의 집 같아. 천장이 비스듬하게 기울어진 것도 재미있고. 봐, 이쪽 천장은 똑바로 서 있지 못할 정도로 낮아. 아침이 되면 침대에 누운 채로 천장에 난 창문을 통해 하늘을 볼 수 있어. 마치 빛나는 하늘을 사각형으로 잘라 붙여 놓은 것 같아. 햇빛이 빛나기 시작하면 조그만 분홍색 구름이 떠다니는데,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아. 비가 오면 빗방울이 뭔가 근사한 이야기를 해주는 것처럼 후두둑후두둑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 별이 뜨면 사각형 하늘에 별이 몇 개나 떠 있는지 세어볼 수도 있지. 얼마나 많은지 몰라. 저쪽 구석의 작고 녹슨 벽난로 철망을 봐. 반짝반짝하게 닦아서 불을 피우면 얼마나 근사하겠어. 이곳은 정말 작고 아름다운 방이야.”

/

   어멘가드는 킥킥 웃더니 말했다.
   “아휴, 세라야! 너 정말 엉뚱하구나. 착하기도 하고.”
   세라는 명랑한 표정으로 인정했다.
   “내가 엉뚱하다는 건 나도 알아. 착해지는 건 노력하는 중이고.”

/

사람들이 무례한 말을 하면 아무 대꾸도 하지 않는 것이 제일 나아. 그냥 상대방을 쳐다보면서 ‘생각’을 하는 거지. (···) 내가 화내지 않으면 사람들은 내가 자기보다 강하다는 것을 알게 돼. 나는 분노를 참을 만큼 강하고 그 사람들은 그렇지 않으니까. 사람들은 화가 나서 바보 같은 말을 내뱉고 ‘나중에 그러지 말걸!’ 하고 후회하거든. 분노만큼 강한 것도 없지만 분노를 참을 수 있다면 그러는 편이 훨씬 강한 거야.

/

노을이 지면 서쪽 하늘로 빨강이나 금빛 구름이 산더미같이 모여들었다. 가장자리가 눈부시게 빛나는 보라색 구름일 때도 있었다. 양털처럼 푹신해 보이는 구름이 장밋빛으로 물들어 하늘에 둥실둥실 떠다니기도 했는데, 바람이라도 불면 마치 파란 하늘을 서둘러 날아가는 분홍색 비둘기떼처럼 보였다.

/

   “정말 아름다워. 너무 아름다워서 두려울 정도야. 이상한 일이 생길 것 같은 기분이야. 아름다운 것을 보면 항상 그런 기분이 든다니까.”

/

‘아마 들리지는 않아도 느낄 수는 있을 거야. 창문과 문이 있고 벽으로 가로막혀 있어도 상냥한 마음은 전달될지도 모르지.

/

“이 모든 것이 아침이면 사라진다 해도 어쨌든 오늘 밤에는 여기 있었잖아요. 전 절대 잊지 않을 거예요.”



◇ 감상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스물여덟 번째 책 『세라 이야기』는

천은실 작가의 수채화가 더해져

따뜻하고 부드러운 울림을 준다



빨간 머리 앤이 생각나는 세라,

그는 어떻게 공주님이 되었을까



*



아주 어릴 때 만났던 세라는

그저 착하고 예쁜 소녀였다



여느 주인공들이 겪는

역경과 고난을 이겨내고



그래서 공주님은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부러움 그게 전부였는데

나는 언제 이렇게 자란 걸까



*



오늘 내가 만난 세라는

내 그림자와 많이 닮았다



울지 않는 눈이 슬퍼

그래서 더 눈길이 갔겠지



시소 같은 매일을

견뎌야 했던 어린이는



고운 마음을 지니고 싶었고

상냥한 태도를 가지려 했다



그리고 변하지 않을 약속

따뜻한 손과 다정한 시선,

빛나는 상상력을 믿었다



지금도 마음 가운데 놓인

초록 샘물에는 포롱포롱

그런 것들이 흐르고 있다



우리는 틀리지 않았어



세라가 건넨 손을 잡으며

나도 함께 보내는 다짐



많은 시간을 따라 변하겠지만

언제까지나 맑은 빛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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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마지막까지, 눈이 부시게 - 후회 없는 삶을 위해 죽음을 배우다
리디아 더그데일 지음, 김한슬기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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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본
https://m.blog.naver.com/03x24/222420225287



◇ 시작하는 문장
나는 후회한다. 그때 왜 터너 씨를 살렸을까.



◇ 밑줄
우리의 생이 시작되는

바로 그 순간,

우리가 죽어가고 있다고 말해줘야 합니다.



그래야 매일 매순간의 한계를 알고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지금 하십시오.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지금 하십시오.



미루어 놓은 내일이라는 날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 요한 바오로 6세

/

의사이자 작가인 빅토리아 스위트는 얼마 전부터 ‘슬로우 의학’을 도입하자고 주장한다. 패스트푸드보다 슬로우푸드가 건강하듯, 패스트 의학보다 슬로우 의학이 건강하다는 논리였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살아있다면 이 의견에 동의할지도 모른다. 이 고대 그리스 철학자는 실용적 지혜, 즉 인간이 궁극적인 선을 추구하는 데 도움을 주는 사고를 미덕으로 여겼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환자의 내면까지 더 깊이 보살피는 의학적 접근은 궁극적으로 환자에게 환자에게 유익하다. 치료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과 부담을 최소화하고, 의사가 지쳐 치료를 포기하는 불상사를 예방한다. 그렇기에 슬로우 의학은 실용적이다.

/

누구나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한다. 그렇다면 현명한 죽음이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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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년 전 중세 유럽인들도 병원에서 맞는 죽음의 문제를 고민해왔는데, 그에 대한 답으로 ‘죽음의 기술’을 의미하는 라틴어 소책자『아르스 모리엔디Ars Moriendi』가 만들어졌던 것이다. 이 책은 좋은 죽음과 좋은 삶에 대한 중세 유럽인들의 실용적 지혜를 담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 등장하는 탄생과 삶, 죽음을 이야기하려면 먼저 죽음 자체에 대한 사색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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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고대부터 죽음을 상기하던 습관은 시간이 흐르면서 시각적인 요소로 이어졌다. 이를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라고 한다. 이 표현은 ‘기억하다’ 또는 ‘명심하다’라는 뜻을 지닌 라틴어 ‘메미니memini’와 ‘죽다’는 뜻을 지닌 라틴어 ‘모리오르morior’가 결합해서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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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멘토 모리’의 대표적인 형태로 바니타스 회화를 꼽을 수 있다. ‘바니타스’라는 명칭은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다”라는 코헬레트의 유명한 설교 구절에서 비롯됐다. 무한한 것에 비해 모든 유한한 것은 사소하고, 하찮고, 헛되다. 코헬레트는 이렇게 말했다. “언젠가 한 줌 흙으로 돌아갈 것을 기억하라.”

   바니타스 회화는 인간의 유한성을 나타내기 위해 그린 정물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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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화 치료 전문의 아이라 바이오크Ira Byock는 죽음을 앞두고 재정적, 법적 이슈를 처리하는 것 이상으로 모든 관계를 제대로 정리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바이오크가 근무하는 호스피스 병동에서는 죽음을 앞둔 환자에게 “용서할게”, “용서해줘”, “고마워”, “사랑해”, “안녕” 다섯 문장을 활용해 관계 바로잡기를 실천하라고 권한다.

   이 짧은 문장들은 관계에서 강력한 힘을 가진다. 살아있을 때는 물론 죽음 앞에서 특히 더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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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hospital은 여행자와 가난한 사람을 환대hospitality하는 장소라는 의미에서 파생된 단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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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생명윤리학자 하워드 브로디는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의사가 어떻게든 환자의 목숨을 구해야 한다는 환상은 권력 과시나 다름없다. 이는 의사가 죽음의 문턱에 선 환자를 구해낼 힘이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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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죽음의 의미를 찾는 질문을 피하는 것은 삶의 의미를 찾는 질문을 피하는 것과 같다. 그리고 생명의 유한함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생의 무한함을 누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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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서비스 공급자’가 되는 것을 그만뒀다. 죽어가는 그들에게 내가 무슨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단 말인가? 나는 무엇보다 환자의 안녕을 진심으로 바라는 의사이자 치료사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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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무너지고, 공동체가 무너지고, 세상이 무너진다. 내 친구는 이를 ‘훼손된 샬롬 정신’이라고 불렀다. 히브리어로 ‘평화’라는 뜻을 지닌 샬롬shalom은 가장 온전하고, 조화롭고, 풍요로운 상태의 평화를 의미한다. 훼손된 샬롬은 단순히 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아니라 온 사방에 구멍이 나 물이 새는 배가 가라앉지 않도록 갖은 애를 쓰는 행위와 같다. 복잡한 수술을 받고, 화학 요법의 부작용을 겪고, 길어지는 입원으로 좌절감이 커지는 가운데 어떻게든 생존하려는 노력이 모두 훼손된 샬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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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은 자신의 유한함을 ‘보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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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책을 들고 있는 모든 독자들에게도 같은 말을 해주고 싶다. 여러분에게는 죽음을 준비할 시간이 있다. 그리고 무엇이든 준비는 이를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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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앞에서도 이야기했듯 죽음의 공포를 정복하려고 노력해서는 좋은 죽음을 맞이할 수 없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두려움과 슬픔을 향해 계속 나아가야 한다. 이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괴롭지만 고귀한 임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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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인내, 희망, 겸손, 믿음, 초월의 덕목은 풍성한 삶과 죽음을 가져올 것이다. (···) 이런 성품들은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 매일 삶에서 연습하며 함양해나가야 한다. 잘 살아낸 오늘이 모여 좋은 삶과 좋은 죽음을 만든다.



◇ 감상
언제나 죽음이 두려웠다



내가 남긴 흔적들이

오답이 될까

계속 고치거나 지웠다



오늘이 마지막이라면,

종종 그런 생각을 했고

순간보다는 전체를 두루 살피며

물 흐르듯 살아가려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겁이 난다

단어가 주는 무게감에 짓눌린다



*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걸어간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고

우리는 그를 피할 수 없다



찬란하게 빛났던 내가

마지막까지 눈부시도록

불안으로 뒷걸음질치지 말고

준비된 상태로 앞에서 맞이하라



끔찍한 면이 전부는 아니다

우리는 형태를 바꿀 수 있다



나 자신을 돌아보고

내 주위를 가꾸며

매일을 온전하게 보낼 때



마침내 삶은 죽음으로 튼튼해진다



*



당신의 마지막은

어떤 모습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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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하나만 막고 올게
임태운 지음 / 시공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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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이끄는 탄탄한 힘이 있다는 건 이미《화이트블러드》에서 여실히 드러난 임태운 작가님의 새로운 이야기 모음《종말 하나만 막고 올게》유쾌한 제목만으로도 벌써 두근거리는 기대감! 읽는 내내 영화를 보는 듯한 그 생생함이 또 어떤 장면들로 다채롭게 표현되었을지 궁금합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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