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간 의욕을 찾습니다 - N년차 독립 디자이너의 고군분투 생존기
김파카 지음 / 샘터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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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본
https://m.blog.naver.com/03x24/222564185721



◇ 프롤로그
더는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아요.



◇ 밑줄
그러니 조금 헤매고 있더라도 늦은 것이 아니다. 누구나 답해야 하는 인생의 질문이 있는 거다. 성실히 그 질문에 답하지 않으면 인생은 언제고 다시 후진하게 된다.

/

“여행은 일과 생존투쟁에 제약받지 않는 삶이 어떤 것인가를 보여 준다.” _알랭 드 보통, 정영목 옮김,《여행의 기술》, 이레, 2004.

/

누군가 말했다. “당신의 목표는 그것을 성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들과만 공유하는 것이 좋다.”

/

목표를 이루기 전에 목표를 이룬 사람처럼 행동하지 말자.

/

어떤 일이 안 되는 이유를 찾는 건 너무 쉽다. 잘되는 이유를 찾는 것만큼이나. 평가는 누구나 할 수 있다. 바라던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마음이 상한 사람에게 뭘 더 해보라는 말은 먹히지 않는다. 왜 실패했는지는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으니까. 슬럼프는 잘해도 오고, 못해도 온다. (···)

지금 좀 망한 것 같고, 다시 시작하고 싶고, 처음 결과물이 쪽팔려서 숨기고 싶고, 모두 없던 일로 하고 싶을 때도, 그럼에도 꿋꿋이 계속하는 이유는 그래야 길게 봤을 때 이 엉망진창의 결과물이 별거 아닌 게 아닐 것 같아서다. 나는 처음부터 뭔가 빵 터지게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 순간부터 그냥 그렇게 하기로 했다. 슬럼프가 오든지 말든지.

/

내가 좋아하는 것만 붙들고 있기보다 그냥 시작해보기. 그리고 계속하고 싶은지 지켜보기로 했다. 잘하는지 못하는지, 돈이 되는지 안 되는지는 따지지 말고 꾸준히 하는 힘을 기르는 것부터 시작해보는 거다.

/

“나만의 방식을 찾아야 합니다. 남을 따라 하는 걸로는 결코 성공할 수 없어요.”

/

그러니 일단 열심히 망쳐보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하면 된다. 엉망진창의 결과물이라도 계속 쌓다 보면 실력도 늘고 자신감도 회복된다.

/

거대한 파도가 밀려와도 그것에 유연하게 몸을 맡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 큰 파도가 우리 삶을 휩쓸어도 다시 찾아올 고요함을 기다릴 줄 아는 인내와 담대한 태도. 인생의 파도가 때로 높을지라도 그것은 늘 푸르고 아름다우니까.

/

호불호는 생길 수밖에 없다. 중요한 건 누구의 입맛에 맞출까 고민하는 것보다 내 입맛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다. 내 입맛과 비슷한 사람들이 모이게 해야 한다.

/

원래 처음의 것들은 대부분 촌스럽고 부족하고 깊이가 없어 보인다. 그럴 때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음 작품을 계속 하는 것뿐. 스스로 ‘엔딩’을 외치고 싶을 때까지 계속하는 것이다.

/

그러다 차곡차곡 쌓인 그림을 한데 모아 소규모 전시를 여는 건 어떨까. 자축하는 의미로, 작은 파티까지 열면 더 좋겠지.
#초대장은바로이책입니다

/

인생은 우리 마음이 그린 그림처럼 펼쳐진다
- 조셉 머피



◇ 감상
언제나 시작이 어려운 나에게
내일이 보내는 격려의 메시지

​하기로 했으면 망설이지 말자
망쳐도 좋으니 꾸준하게
괜찮아 그냥 하는 거야

​담담한 목소리로
더해지는 토닥토닥은
서툴러도 괜찮다는 응원이 된다

​*

내 마음이 그린 길을 향해
이제 버튼을 꾹 누를 시간

​▶️ Start

​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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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풍당당 여우 꼬리 1 - 으스스 미션 캠프 위풍당당 여우 꼬리 1
손원평 지음, 만물상 그림 / 창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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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본 링크
https://m.blog.naver.com/03x24/222550555048

◇ 시작하는 문장
세상의 모든 여우들에게

◇ 밑줄
난 너야. 너도 그걸 인정해야 해.

/

“하나만 기억하면 돼. 엄마는 언제든 네 얘길 들을 준비가 돼 있다는 사실 말이야.”

/

네가 피하려고 하면 할수록 비밀은 널 더 괴롭힐 거야.

/

“잊지 마. 비슷한 아이들은 서로를 이해할 수 있어. 그런 의미에서 행운을 빌게. 너와 너의 비밀에게.”

/

“앞으로 만나게 될 꼬리들은 모두 네 마음의 부분들이야. 하지만 꼬리들이 언제나 너와 생각이 같진 않을 거야. 달리 말하면 꼬리는 너 자신인 동시에 네가 아니기도 하니까. 그중에서도 난 방향의 꼬리야. 네가 가고자 하는 곳을 알려 주기도 하고 네가 꼭 가야 할 길로 널 이끌어 주기도 하지.”

/

내가 나를 부끄러워하고 미워한다면 이 세상 누가 나를 사랑해 줄 수 있을까?

/

네 비밀을 비웃지 않고 이해해 줄 사람이 분명히, 어딘가에 한 명은 있을 거야!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는 게 부끄러운 일은 아니라는 점을 꼭 기억해 줘.

/

난 아직도 두렵고 떨리지만 내 이야기를 들어 줄 너를 생각하면서 한 발 한 발 미래를 향해 나아가 보려고 해. 그러니까 용기를 갖자. 우리는 모두 무거운 비밀을 안고 살아가니까!

◇ 감상

변화는 갑자기 찾아온다
이는 낯설기보다 두렵다

​그제서야 돌아보는 내 모습

찬찬히 훑기도 전에 얼굴을 찡그린다
숙여진 고개는 점점 무거워지고
어쩌면 세상에게 버려진 기분마저 든다

깊은 한숨을 따라
짙어지는 비밀이 하나, 둘

미움의 화살촉이 어딘가로 향한다

돋아난 가시가 방어막이 될 수 있을까
사실 그는 ‘나’에게 더 날카롭다

뒷걸음질 방향은 캄캄할지라도
간절한 건 다정히 이끌 손일 텐데

침묵의 눈빛을 누가 읽어줄 것인가

*

80만 독자가 선택한 『아몬드』
손원평의 첫 어린이책

비밀도 고민도 많은
열한 살 단미의 성장 동화
『위풍당당 여우 꼬리』

앞으로 돋아날 아픔을 견디며
온전한 나로 거듭날 아이에게
먼저 따뜻한 시선을 건네야지

네가 가장 먼저 사랑해야 할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야
잊지 마, 너는 너라서 사랑받기 충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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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와 일상 - 천천히 따뜻하게, 차와 함께하는 시간
이유진(포도맘) 지음 / 샘터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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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본
https://m.blog.naver.com/03x24/222532235692



◇ 프롤로그
매일 아침, 두 아이와 차를 마시는 일상을 쌓아온 지도 14년이 되었다.



◇ 밑줄
우리에게 차는 차곡차곡 쌓여가는 매일의 이야기와도 같다.

/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우리가 만날 수 있었던 건, 내 인생 최고의 행운이다.

/

관계란 것은 시간을 들인 만큼 쌓여가기 마련이다.

/

기상 시간은 새벽 5시. 조용한 새벽의 서늘한 기운도, 모든 고요함이 가라앉은 적막함도, 온 세상이 나에게로 쏠린 듯한 기분 좋은 고독함도 모든 게 완벽한 시간이다. 느릿느릿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나의 아침을 시작한다.

/

차를 우려내는 3분. 사르르 조용히 모래시계가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말린 찻잎이 피어나고 찻물이 점점 붉게 물들어간다.

/

우려낸 차가 담긴 찻잔 속에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맛있는 차를 즐길 수 있는 더없이 평범한 이 시간에 감사하는 아침이다.

/

모든 차는 기본적으로 성질이 차다. 홍차나 발효차가 녹차보다 따뜻하다고 하지만 같은 찬 성질 내에서 조금 더 따뜻하고 그렇지 않음의 차이일뿐 기본적으로는 차갑다. 그래서 차는 웬만하면 따뜻하게 마시는 게 좋다.

/

첫물차(그해 가장 처음, 봄에 채엽한 차를 뜻하는 말)

/

떼루아(차를 생산하는 데 영향을 주는 토양, 기후 따위의 조건을 통틀어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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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남부 연안의 광둥성을 통해 차를 사간 나라들은 지금도 차를 ‘차cha’로 발음하는 반면 복건성 지역을 통해 차를 사간 나라는 ‘티Tea’, 또는 ‘테Tae’와 같은 발음을 사용한다.

/

고전에 고전을 담고, 고전을 들으며, 고전을 읽는다는 것은 사람을 그리고 나를 조금 더 잘 이해하고 알아갈 수 있는 가장 쉬운 길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난 클래식을 늘 곁에 두고 살아간다.

/

어깨 위에 도톰한 숄을 두르고 베란다에 나가 창밖에 소복소복 쌓이는 눈을 바라본다. 입가에서 피어오르는 입김과 뜨거운 마살라 짜이에서 피어오르는 김으로 온기를 느끼며 찬 공기 속에서 그렇게 겨울을 만끽한다. 더운 나라 인도에서 사온 ‘스윙 체어’에 몸을 맡기고 흔들흔들, 한 잔의 마살라 짜이를 비워낸다. 그리운 인도를 삼키는 어느 겨울날의 아침이다.

/

문향배란 향을 맡기 위해 대만에서 처음으로 고안된 길쭉한 형태의 잔이다. 문향배에 차를 따른 후 그 차를 다시 찻잔에 따라내고, 문향배에 남은 향을 즐기는 형태이다. ‘향을 듣는다’는 뜻의 낭만적인 이름을 갖고 있는 문향배에 무이암차를 담아내면 짙은 바닐라빈과 같은 달콤한 향기와 열대과일의 새콤달콤함이 코끝으로 밀려 들어온다.

/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는 작은 온기, 따스한 위로가 참으로 필요하다. 내가 어떤 힘든 일이 있고 슬픈 일이 있다 해도 이 복실복실한 작은 생명체는 얼굴 가득 웃음을 머금고 꼬리를 한껏 흔들며 달려와 내게 안긴다. 나를 아무 조건 없이 무한정으로 사랑해주는 이 생명체의 온기가 내 모든 감정을 녹아내리게 만들고 곧 따스함으로 채워준다. 마치 한 잔의 차와 같이 말이다. 나에게 한 잔의 차는 때론 온기가 되어주고 위로가 되어주니까. 라떼의 존재는 나에게 삶의 위로이자 온기이다.

/

어느 순간부터는 타인과 나를 비교하는 일을 거의 하지 않는다. 내 인생은 내 속도로, 내가 걸어가고자 하는 방법대로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확고해졌기 때문이다.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며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이 시간을 후회 없이 보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오랜 시간 고민했고, 그래서 이제는 아주 잘 알고 있다. 내 마음이 단단해지면 주위와 비교하는 일도 후회하는 일도 사라진다.

/

고요한 정적이 참 좋다. 차 한 잔을 우려놓고 앉아서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창밖에서 불어오는 바람 소리와 베란다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 차를 따르는 소리와 같은 자연의 소리, 일상의 소리가 공간을 채운다. 그 어떤 음악보다 그 어떤 소리보다 아름답고 조화롭게 느껴진다.
가끔 허전한 듯 음악이 생각나면 턴테이블을 돌려 아날로그 음악을 감상하기도 한다. 작은 여유를 누릴 수 있는 시간이면 뭐든 느리게 할 수 있는 것들을 찾는다.

/

그래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의 속도를 지켜가며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속도와 나의 방향을 찾아갈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물론 여기에 옳고 그름은 없다. 가치관에 따라 삶이란 너무나 다양하게 갈라지니까.

/

차는 다른 음료에 비해서 준비하고 우리는 시간을 들여야 하기에 마시면서 더 큰 여유를 찾게 된다고 생각한다. 시간을 들여야지만 만날 수 있는 시간, 아이러니하지만 그런 덧없이 느껴지는 순간들로 우리는 여유를 느낀다. 하지만 그런 시간이 일상이 되면 더 이상 시간을 들일 필요가 없는 자연스러운 행위로 자리를 잡게 된다. 그만큼 우리의 매일은 여유가 가득한 풍요로운 나날이 된다.



◇ 감상
단정한 결로 이루어진
『차와 일상』

작가가 그려낸 삶의 단면은
나의 그림자와 맞닿아 있다

*

계절을 따라 흘러가는 일상
오늘을 위해 문장을 고르는 시간
천천히 느긋하게 즐기는 마음

나를 이루는 조각들
여기에 무엇을 더해볼까

*

처음부터 둥근 건 없다

작은 시작에 하나씩 덧붙여
오랜 시간 다듬을 때
밖을 향한 뾰족함이 사라지고
커다란 동그라미가 되는 것

*

새벽빛을 닮은 목소리에
나의 하루가 넉넉해진다
깊이가 더해진다

책장을 덮어도 차의 향기가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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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각의 번역 - 요리가 주는 영감에 관하여
도리스 되리 지음, 함미라 옮김 / 샘터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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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원본




◇ 시작하는 문장
일본에 도착해 구겨진 옷차림으로 잠이 덜 깬 채 비틀거리며 공항을 나설 때면, 몇 시간이나 비행한 뒤에도 막 다림질한 것 같은 반듯한 차림의 여자들을 보며 경탄하곤 한다.



◇ 밑줄
이 빵들은 전부 타박타박하다. 뮌헨에선 바삭바삭하다는 말을 ‘타박타박하다’라고 했다.

/

최근 내 기분을 곧장 ‘업’시켜준 기사 한 편을 읽었다. 파스타는 살을 찌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수년간의 편견을 단숨에 폐기시키는 한 방이었다. 하! 이거 정말 기가 막히지 않은가? 나는 당장 부엌으로 달려가 물을 얹고, 파스타 한 봉지를 뜯어 고스란히 물속에 털어 넣었다. 드디어 스파게티를 두고 먹을지 말지 고민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자, 그렇다면 이제 얼마나 넣는담? 100그램은, 솔직히 1인분으로는 너무 박하다. 125그램 정도만 돼도 괜찮다. 아니 더 솔직히 말하자면, 200그램이면 좋겠다. 200그램까지는 엄두도 내지 못한 지 한 100년은 된 것 같다. 하지만 이런 기사를 읽은 뒤라면? 말해 뭣하랴! 파스타를 먹은 뒤 세로토닌 레벨이 상승한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는데!

/

12월 중순이었는데 쏟아지는 햇살을 받으며 오렌지가 크리스마스트리의 공 장식처럼 나무에 매달려 있었다. 마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모습 같았다. 아이들의 그림처럼. 독일 북부 출신이라면 누구에게든 이런 오렌지나무는 영원한 기적으로 남으리라.
이른 봄이면 오렌지 열매의 곁에 오렌지 꽃 아자한Azahan이 눈처럼 하얗게 피어난다. 오렌지 꽃은 아침저녁으로, 무릎에서 힘이 빠질 정도로 매혹적인 향기를 풍긴다.

/

다도 예식은 존재의 덧없음과 허무함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우리의 시간은 흘러간다. 탈주는 없다. 주의를 기울일 때 경험하는 찰나의 순간에만 깨달음이 온다.

/

문어는 이 중에서도 지능이 가장 뛰어나다. 문어는 다리가 여덟 개인데, 그중 한 개는 생식 기관이 끝에 달려 있어 다른 것에 비해 길이가 길다. 문어는 심리적 상태에 따라 몸 색깔을 바꾼다. 기분이 안 좋을 때, 그리고 죽기 직전 매우 창백한 빛깔을 띤다. 반대로 기분이 좋거나 신이 날 땐 주위 배경과 똑같이 몸의 색깔과 문양을 바꾼다. 문어는 지루한 걸 좋아하지 않는다. 지루하게 있느니 어렵사리 돌려 닫은 병뚜껑을 능숙한 솜씨로 열며 노는 걸 더 좋아한다. 그 솜씨가 얼마나 능숙한지 주방 보조원으로 두고 싶을 정도다. 그런가 하면 수족관 벽에 빨판을 붙여 좁디좁은 수족관 뚜껑 틈새로 몸을 비집고 빠져나가기도 한다. 사람을 알아보기도 하고, 호불호도 아주 분명하다. 신이 나면 친구의 얼굴에 물을 분사하기도 한다. 이 부분을 읽었을 때, 나는 문어에게 반해버리고 말았다.

/
복어는 뚜렷한 이유 없이 마치 무엇에 홀린 것처럼 지느러미로 이리저리 모래를 파헤친다. 일주일 내내, 온종일 쉬지 않고 모래를 파헤치는데 만다라 같은 아름답고 복잡다단한 문양을 만든다고 한다. 그러고는 조개로 마지막 장식을 한다. 나는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이런 물고기를 먹을 순 없는 거다. 미켈란젤로를 기름에 튀겨서 저녁식사로 먹어치우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거다. 그럴 순 없는 거다!

/

피자는 제빵사 에스포지토Esposito가 1889년 6월11일 움베르토 왕과 그의 부인을 위해 처음 구워냈다고 한다. 에스포지토는 이탈리아의 상징색을 지닌 붉은 토마토, 녹색 바질 그리고 하얀 모차렐라를 토핑 재료로 피자에 얹었다.

/

무엇보다 주문한 마로니에 군밤이 다 구워질 때까지 거리에서 기다리는 동안 느껴지는 약간 쌀쌀한 추위도 한겨울 정취에 한몫한다. 새까만 겨울 하늘에서 싸락눈이 소록소록 내리면 그보다 더 좋을 순 없다.

/

원래 수박은 아프리카에서 온 과일로 건조한 모래땅을 좋아한다. 89퍼센트가 수분으로 이뤄져 있지만, 막상 수박 자체가 성장하는 데는 약간의 물만 있으면 된다고 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놀라울 뿐이다. 어릴 때나 지금이나 수박은 나에게 한결같이 재미있는 과일이다.

/

뭔가를 깨달았으면 철저하게 바꿔야 하는데, 그게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 감상
독일 영화계의 거장 도리스 되리
그녀가 들려주는 맛있는 이야기

가볍게 넘긴 책장 사이에는
동화 속 낱말들이 올망졸망
🎄 밑 선물처럼 가득 쌓여 있다

베트남 쌀국수와 꽃다발을 넣은 기차역
겨울에 가까운 단어, 오렌지
다크초콜릿 처방전
온 우주를 담은 차 한 잔
층층이 쌓은 행복처럼, 바움쿠헨

그녀가 정성껏 차린 음식들은
고소한 내음을 풍기며
우리를 어린 날 추억으로 이끌고

때론 달콤한 설렘을 듬뿍 뿌려
지금의 행복을 흔들어보이다

짭쪼름한 풍미를 더해
삶의 감각을 생생하게 만든다

게다가 우유, 커피, 아보카도···
이런 불편한 진실도 잊지 않았는데
날카로움이 없는 사유의 덧칠
덕분에 책임감을 다시 깨달았다

*

이제 우리는 식탁에 함께 앉는다
맛있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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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당신에게
김수현 지음, Sky Kim 그림 / 샘터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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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본
https://m.blog.naver.com/03x24/222500895813



◇ 추천사
수필은 서정적 에세이다. 섬세하고, 재치 있고, 재미있고, 아름다워야 한다. 이 모든 것을 갖춘 그의 수필은 독자에게 읽고, 또 읽는 기쁨을 선사할 것이다. 우리는 김수현에게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수필집 《세월》에 피천득 선생님이 써주신 글이다.



◇ 밑줄
앞날에 대한 생각이란 부질없을 때가 있다.

/

세월이 많이도 흘렀다. 사랑하는 아버지와 엄마는 일흔을 넘기고 서둘러 세상을 떠나셨다. 십 년이 흘러도 그분들 자리는 텅 빈 채로 있다. 거센 밀물 썰물도 쓸고 가지 못하는 자리. 그 견고함으로 내가 생을 마감하는 날까지 그대로 있을 것 같다.

/

세상이 대단해 보이지만, 고작해야 내가 생각한 것, 내가 느낀 것으로 쌓아놓은 허상임을 가슴으로 인지한다면 누가 거기에 갇히겠으며, 누가 세상에 끌려다니겠는가. 허상에 가려서 보이지 않는 진짜 나를 찾아 나설 것이고, 나라고 여겼던 나에게서 분리되려 할 것이다.

/

더 이상 눈물 젖은 일기를 쓰지 않았다. 지난 일기장은 눈물 자국을 남긴 채 바삭하게 마르더니 한 장 한 장 바람에 날아갔다.

/

‘언젠가 내가 선택을 할 수 있다면’이라는 꿈이 위로가 되었다. ‘선택’이란 얼마나 멋지고 감사한가.

/

비어 있는 자리를 바라보지 않고 살아갈 뿐이고, 명절이면 바라보게 된다. 꿈에 아버지에게 카톡으로 사진을 보내려고 했는데 아버지가 낡은 구형 휴대폰을 들고 계셨다. 왜 진작 아버지 전화기를 안 바꾸어드렸을까 울음이 나왔다. 휴대폰을 사려고 집을 나서다가 잠에서 깨었다. 엄마의 전화번호는 이제는 잊었다. 여동생도 기억을 못한단다. 결국 눈물이 났다.

/

예비 엄마, 아빠, 예비 이모, 외할머니 모두 아기를 기다리며 예상 못했던 사랑이 우리를 감싸는 것을 느꼈다. 세상에 나오기 전에 사랑으로 터를 준비하는 이 아이는 도대체 얼마나 예쁘려고 하는 것인가.
(···)
어디를 바라보아도 이제 하나 생각을 하게 된다. 그토록 작고 꼬물거리는 아가가 달콤한 숨을 내쉬며 나의 세상을 바꾸었다.

/

내 삶이 끝나는 순간까지 마중물은 내 안에 있고, 내가 꿈꾸는 대로 물을 뿜어내도록 사랑의 기도를 하고 있다.

/

글을 쓴다는 건 소중한 것을 정갈하게 담아 두는 과정이다.



◇ 감상
정돈된 언어, 단정한 문장

게다가 피천득 눈길이 닿은 사람



오랜만에 수필다운 수필을 읽었다



억지로 나를 일으켜 끌지 않고도

마음의 빛을 찾게 만드는 이야기



글자에 감정을 날카롭게 박아

나를 괴롭히지 않아서 좋았고

부러 자극적이지 않고도

재밌게 흐르는 담백함이 좋았다



매일 누군가의 목소리가

여기저기 쏟아지는 지금



평범한 일상의 조각을

섬세하고 향기롭게 재단하는,

‘좋은’ 글이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



시간을 따라 깊어진 당신,

이제 어디로 떠나려 하나요



걸음마다 놓인 메아리를 들으며

아름다움의 의미를 깨닫습니다



끝없는 어둠이 쏟아져도

하나의 빛으로

맞잡은 손이 굳건해지길



동그란 불빛으로 주위를 밝혀

아름다움의 선율을 그려봅니다



희망을 믿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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