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까칠한 백수 할머니 - 마흔 백수 손자의 97살 할머니 관찰 보고서
이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관찰

사랑과 관심이 있기에 하는 것이다.

그러니 사랑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처음 책을 접할 당시 제목의 백수를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그 백수의 뜻으로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할머니한테 백수라고 하다니 그건 아니지 싶었다ㅇㅅㅇ..

검색해서 찾아보니

"아흔아홉 살. ‘百’에서 ‘一’을 빼면 99가 되고 ‘白’ 자가 되는 데서 유래한다." 라고

네이버 사전에 친절하게 뜬다.

즉, 백 세를 바라보는 나이인 셈이다.

그럼에도 할머니는 굳세고 단단한 분이었다.

몇몇 대화를 살펴보면

"개를 키워볼까요? 아주 귀여운 개 있잖아요. 개가 노인 건강에 아주 좋대요."

"개를 누가 집에서 키워? 개는 밖에서 키우는 거지. 일산 대화 할아버지는 집에서 개랑 같이 살면 그건 사람이

아니고 개라고 했어."

-개와 고양이 편 중에서..

"그 일본인 남자는 어땠어요? 괜찮지 않았어요?"

"괜찮긴, 키카 땅딸막해."

"키가 좀 작아도 야무지고 근면 성실하면 되지 않아요?"

"남자가 덩치가 있고 키가 커야지"

-남자가 덩치가 있고 키가 커야지 중에서..


억척스럽고 거친 느낌이지만 시원시원하고 나름 재밌었다.

그러나 중간에 피식피식하면서도 이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그런 웃픈 이야기들이었다.

이인 작가는 어머니와 할머니를 각각 박 여사와 피 여사라고 불렀는데

피 여사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은 세대였다.

한 여성으로서 당시의 험난한 나라의 상황과 남녀차별이 당연시 되던 시대상황에서 피 여사는 꿋꿋하게

지금의 현대에도 살아가고 있다.

늙은 피 여사를 부양하는 과정은 정말로 현실적으로 쓰여졌다.

거동이 불편해져 보행기에 의존하여 움직이는 것, 치아가 쇠해져 음식을 마음껏 즐길 수 없게된 것은 특히 크게

다가왔다.

거동이 불편해지니 이동하는 것이 힘들어 사람들과 만나는 것이 어려워지고 그래서 부양 가족에게 의존해야 하는데 부양하는 가족들도 각자의 사생활이 있으니 그들의 활동에 제약이 걸리기 마련이었다.

나는 집순이인지라 이 점은 어느 정도 괜찮게 생각했으나

젊은 나로서는 가장 슬픈 점이 먹는 행복을 누릴 수 없다는 것이었다.

피 여사는 씹을 때마다 이가 아파서 제대로 씹을 수 없어 푹 끓인 죽이나 퍼진 라면을 먹었다.

신경치료를 두 번이나 해보고 치아교정을 겪어본 나로서는 그 경험을 잘 알기에 치아 건강에 특히 신경쓰고 있어서

아주아주 공감이 되었고 피 여사의 심정에 이입되었다.

작가는 피 여사에 대해 가족이지만 약간의 거리를 두면서 관심을 가지고 그녀를 알아가고

그녀가 알아채지 못하게 나름 섬세하게 배려하는 모습을 보인다.

치매 예방을 위해 계속 인지할 수 있도록 일부러 질문을 하고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려 하고

때로는 옛날 일에 대해 궁금한 어린 손자처럼 , 때로는 가르쳐주려는 선생님처럼 피 여사의 주위에 맴돈다.

그렇게 맴돌면서 어머니 박 여사와 피 여사 간의 모녀관계에 대해서도 관찰하고 나름의 분석도 한다.

피 여사를 볼 때마다 지금은 먼 곳으로 가서 뵙기 어려운 나의 외할머니가 떠올랐다.

깊게 주름지고 ,허리가 구부정하며 ,얼굴은 햇빛에 그을려 ,틀니를 하고 ,교회에 열심히 다니며

늙으신 몸으로도 아침 일찍 시장에 나가시곤 했던 강하고 억센 우리 외할머니가..

요양원에서 잠들어 버리셨다.

대코로나 시대

피 여사는 오히려 건강하게 지내고 계신다고 한다.

그리고 행복하다고 하신다.

밖으로 나가기 힘들어진 지금이야 말로 우리의 가족에게 눈을 돌려 관찰하기 좋은 시기 같다.

♣한겨레출판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