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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살의 여름
이윤희 지음 / 창비 / 2019년 7월
평점 :
오랜만에 책을 만져 본다.
한달? 며칠을 따지자니 책 좀 봐야겠다 싶어서 책쇼핑도 했다.
독서할 여유란 없는 책에 둘러싼 곳에서 일하다가, 독서를 하려고 간만에 앉으니 기분이 좋았다.
이런 좋은 기분은 내가 백수이기 때문일 것이다. 행복합니다
요즘은 그래픽노블도 많이 나오고, 다양하게 만화를 접할 수 있어서 좋다.
만화의 세계가, 그 문화가 넓어졌다고 느껴던 와중에
추억을 건드는 이야기가 담긴 만화책을 만나게 되었다.
#열세살의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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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원, 진아, 우진, 려희, 이들의 사랑이 담겨 있다.
사랑얘기도 사랑얘기지만, 나는 추억여행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1998년, 6학년인 해원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는 이때 4학년 정도일테니 주인공 해원과 동시대에 있었다.
덕분에 추억여행에 푹 빠질 수 있었다.
1. 추억에 대해서
가. #토요미스터리극장
아부지 등 뒤에 숨어 보던 시절을 기억해냈다.
토요극장이 너무 무서웠고, 보던 날이면 어김없이 악몽을 꿨었다.
집에 혼자 있는 날이면,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지금이라면 그런 피곤한 긴장들을 만들지 않았을텐데, 은근 즐겼을지도 모르겠다.
나. 친구를 만난다는 것
집전화번호를 외우고 정성스레 눌러서 전화하거나, 무턱대고 친구집앞에 가서 놀던 시절이 존재했다.
핸드폰없이도 어떻게 만났으며, 초인종 누르는 일이 별일아니던 시절이다
지금은 집앞에 있는 것도 힘든데...신기한 시절이다
다. #학교생활
1)체험
초등학교에서 뭘 잡아 와라 채집해라 무얼 만들어 와라하면 정말 싫었다.
체험 삶의 현장과 다를 게 없다. 다 체험해야 하는 곳, 학교
집에서 해오라고 시키면 그 자체가 너무나 싫었는데 다 해 갔다.
좀 더 느슨하게 지내볼걸 싶다, 스트레스 받으면서 할 건 다 했다.
특히 멸치볶음 만들고 사진찍어서 제출하는 숙제는 정말이지 귀찮은 일이었다.
카메라로 찍어서 인화를 하고 인화된 사진을 붙이고 써서 제출하는 일, 정말 시간을 요하는 작업이다
지금은 프린터해서 컴퓨터로 작업해서 내겠지 싶다. 하루면 다 끝나는 일이
오래전엔 오래도 걸렸다.
학교에서 겪는 일들이 너무나 많고, 그 많은 걸 체험하겠금 하는데,
다 해 나가는 내 자신도 신기하고 요리도 이제는 학교에서 직접 체험할테니까.....좋은 세상이 됐구나 싶다.
2)왁스
책상 쭈욱 밀어내고 왁스칠하던 시절,
집에서 안 쓰는 수건이나 걸레를 가져오는 게 일이었는데
안 가져온 날이면 전전긍긍하고(대체 왜 그랬지)
나는 어렸을 때도 이걸 왜 내가 해야하나 싶었다.
좋은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 손에 꼽는 듯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왁스칠 하는 시간이 그렇게 좋진 않았다.
귀찮은 일임엔 분명하닼ㅋㅋㅋㅋ
그때만 할 수 있었던 일이라고 생각하니 조금은 애틋해지려고는 한다. 개미오줌만큼
3)#걸스카우트
나는 걸스카우트나 아람단이나 해양소년단? 해 본적은 없는데, 걸스카우트였던 언니덕분에 추억하나가 있다. 학교운동장에서 텐트치고 하루묵고
오곤 했었다. 그때마다 잠깐 언니를 만나러 간 적이 있었다. 어렸었지만, 이게 다 무슨 소용일까 싶었다. 근데, 세잎클로버 문양이
그립다.
라. #교환일기
사쿠라펜으로 교환일기 꾸미고 붙이고, 나는 고등학교때까지 친구랑 썼었다. 자주 만날 수가 없어서 길고 길게 마음을 써내려가서 돌려서 쓰던
그 시절의 내가, 친구들이 너무나 귀엽다. 돌아가고 싶다.
교환일기 보다도 꾸미고 붙이는 건 러브장이 제일이다. 러브장은 줄 사람없이 꾸민 적도 있었는데 그런 수고스러운 일을 하다니 내자신이 갑자기
대단하다고 느껴졌다....예쁜 쓰레기ㅠㅠㅠㅠㅠㅠㅠㅠ
마. #피아노학원
나도 피아노학원을 다녔었다. 지금 아이들도 피아노학원을 다닌대서 괜히 신기하고 그랬는데
초등학교때는 피아노학원이나 태권도학원이지! 싶은 풍토(?)랄까 의례랄까, 바뀌지 않은 과정같은 게 아직 존재해서 반가웠다.
내가 다니던 피아노학원은 아파트에 자리했다. 문제집을 풀었던 것도, 몇번 쳤는지 체크하던 것도,
그 때는 문제집도 풀기 싫고, 한번치고 나면 지겨워져 버리는 싫은 일들이었고, 같이 다니는 친구랑 나는 체르니100번이네 30번이네
40번이네 하면서 경쟁하고는 했는데 해원이는 피아노를 사랑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하고 싶은 일이 있었다는 건 좋은 일 같다.
최선을 다할 수 있었던 경험이 일찍 있었다는 것, 얼마나 좋은 기억이고 기회인가
아이를 낳게 된다면 나는 그런 경험을 일찍 알 수 있도록 인도해주고 싶다.
나는 너무나 다 싫어했다;;;
그래도 따뜻한 기억이다. 피아노 원장님께서 엄청 잘해주셨던 것이.
원장님따라 원장님이 다니시는 교회도 가 보고, 뭇국도 먹고.
이때 먹었던 뭇국이 정말 맛있었다. 그래서 기억에 남는다.
잘 지내시는지 궁금하다.
지금 피아노학원을 다닌다면
그 누구와의 경쟁의식없이, 다른 이가 한다면 응원도 해가면서
문제집도 열심히 풀고, 몇번을 쳤는지 체크하는 일도 성실히 해왔을 것만 같다.
그렇게 오래오래 다녔을 것만 같다.
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마음가짐이 이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
바. #그리스로마신화
진짜 도서관만 가 봐도 알 수 있는 책이다. 어딜 가든 너덜너덜한 그리스로마신화, 근데 나는 그리스로마신화를 본 적이 없다. 내가 책을
좋아한 건 고3부터였으니까 학습만화를 겪어보질 못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학습만화를 좋게 보지 않는다. 요즘 아이들은 와이책도 보고 천자문책도 보고 영어학습만화도 있고 볼 학습만화책들 얼마나
많은가;;;
그래도 싫다. 아직 생각을 바꿀만한 일이 없어서일지도 모르겠다.
사. #비디오가게
정액 걸어 놓고 비디오 빌려보던 시절, 호호아줌마, 웨딩비치, 란마 등을 비롯한 애니들 그리고 여러 영화들을 보았다. 카테고리로 따지면
가족이나 드라마로 묶이던 가슴따뜻한 영화들만 엄선해서 보았었다.
야한 영화의 표지만 봐도 낄낄대던 시절 ㅠㅠ그게 뭐라고 그렇게 웃었을까?
사실 영화를 본 것도 아니고 표지만 보고 낄낄대면 무엇하나
영화가 야해봤자지, 삶이 섹시해야지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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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담긴 만화여서, 보고 싶었던 책이었다.
내 연애보다 남의 연애가 재밌는 요즘이라 그런진 몰라도, 사랑에 중독되어 있다.
(제발 정신차렸으면 ㅠㅠ)
6학년 때 친구를 졸업하고 나서 마음을 확인하고 사귄 적이 있었다.(오글)
중학교가면 공부만 해야할 것만 같아서 결국은 이별했는데(오글2)
그친구가 떠올랐다. 잘 지내길 바란다.(오글3)
좋아하는 마음이라는 게 뭔지 모르겠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진 몰라도 쉽지가 않아졌다.
쉽게 좋아할 수도 쉽게 싫어질 수도 있는 일들인데 그럼에도 쉬운 마음들을 쉽게 표현하지는 못했다.
쉽고 가벼운 감정이라고 생각했는데 표현을 못 했던 걸 보면 쉬운게 아니었나보다.
인정하기 싫어서 내 자신에게도 숨겼나 보다. 포장했네 포장했어.
쉽든 어렵든 간에 좋은 건 좋은 거였다. (갑자기 결론)
나에게는 사랑이야기보다도 추억여행을 할 수 있었던 소중한 책이었다.
인상깊었던 구절을 남기면서 글을 마치겠다.
#창비
#만화
#만화책
#이윤희
네 마음속을 괴롭히는 게 있으면 그냥
넘어가지마.
그 마음하고 막 싸우고 왜 그런지 물어보고 따져
보고.
그래야 네가 거기서 배우게 될 거야.
열세 살의 여름_341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