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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요테의 놀라운 여행 ㅣ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13
댄 거마인하트 지음, 이나경 옮김 / 놀 / 2021년 4월
평점 :
오랜만에 책을 읽어보는 것 같다. 읽어 볼 책이 오면 빨리 읽어버리려고 내용부터 들어가는데, 이번엔 표지부터 서지사항까지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이며 읽어 보았다.
책을 읽다, 책에서 도서관이 나온다던지, 책 얘기가 나온다던지 사서 얘기 나오면 의미부여를 하기 시작한다. 삶의 굴레에서 못 벗어난 건가 싶어 아주 조금 반가우면서도 지겹다. 의미부여하는 만큼 내 생활에 자부심이 있는 것도 아니고 노력을 하는 것도 아니어서 의미부여하는 내가 이상하기도 하다.
저자인 댄 거마인하트는 사서교사로 14년간 일했다고 한다. 그래서인가 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버스에 태울 승객 자격 여부로 좋아하는 책을 묻기도 한다. 등장인물들이 책을 읽는 사람인데다가 좋은 사람들뿐이라 보다가도 기분이 좋은 책이었다. 막상 내 삶에서 책 이야기를 나눌 사람 만나기 어렵다. 손에 꼽는다. 친한 친구들은 책을 읽는 편이라 이야기하는 편이라 다행이긴 하지만 깊게는 안한다. 나누는 대부분의 수다는 각자 삶을 전하고, 욕하고 농치고 그러면서 감정을 나눈다. 일 얘기하느라 책 이야기는 하지만 일이라 그런지 재미가 없다(재미를 떠나 진짜 싫고 지겨움). 진짜 책 이야기를 나눠보자, 나의 독서력을 길러보자 싶어 전에 독서모임에 들어보았지만 같이 하신 분들의 독서량이나 감상이나 너무 깊이가 남달라 몇번 나가다 말았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무섭다 내 깊이가 탄로날까 싶어 도망쳤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좋은 경험이고 값진 시간임은 분명한데 도망쳤다.
책에 동물들도 나온다. 고양이와 양이 나오는데 착하고 말도 잘 듣고 똑똑하기까지 하다. 고양이 이름은 아이반인데 『세상에 단 하나뿐인 아이반』을 좋아하는 주인공이 고양이에게 이름을 지어준다. 그 익숙한 표지가 떠올랐다. 책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읽어는 봐야겠다 싶었다. 책 속의 책이 나오면 읽어 봐야지 하고 적어놓지만 실천한 적은 없다. (ㅋㅋㅋ) 문득 나는 책에 나온 등장인물의 이름을 외운 적이 있던가하고 생각했다. 막 생각해보자니 『상실의 시대』의 와타나베 뿐이다. 물론 시간을 두고 생각하면 몇개는 나열해보겠지만 지금은 와타나베 뿐이고, 반려동물이 생기더라도 와타나베라고 이름을 지어 부를 것 같진 않다. 생각난 김에 한번 더 읽어봐야지 싶다.
주인공인 코요테는 아빠 로데오와 함께 개조한 통학버스를 타고 전국을 돌아 다닌지도 5년이다. 엄마와 언니와 동생을 잃은 슬픔에 시작된 여행이었다. 이따금씩 연락하는 할머니께 엄마와 언니, 동생과의 소중한 추억이 담긴 공원이 없어진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긴 책이다.
가끔 누군가를 믿는 건 가장 두려운 일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거 아는가? 완전 혼자인 것보다는 그쪽이 훨씬 덜 두렵다.
레스터와 밸, 살바도르...버스를 오르고 내리는 이들에게는 각자의 어려움이나 문제가 있다. 함께 소통하고 공감해가면서 길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다. 가정폭력, 성정체성에 대한 이야기에 대해 쉽게 어떠한 해결책을 당장 내놓을 수는 없지만 방관자가 아닌 함께하는 고민하는 구성원으로 힘을 보탤 수 있음을 보여준다. 어떠한 문제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고 고민하는 자세를 가지고 있는 코요테와 살바도르의 일찍 철들어 버린 모습은 나를 돌아보게 한다.
가끔은 그 순간이 그대로 정지되어 있는 것 같아요.
집에 돌아가면 다시 그 시점부터 삶이 시작될 것처럼요. (중략)
그들을 다시 모두 잃는 것처럼. 하지만 그들을 되찾으려면 다시 잃어야 하겠죠.
그리고 그들을 되찾아야만 해요. 그래야 해. 무슨 일이 있어도.
기억한다는 건 과거에서 사는 게 아니야. 지금 현재 기억하고 있다는 말이지.
오늘 지금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은, 엄마랑 언니랑 동생을 오늘 지금 기억하는 사람이야.
그리고 내일도. 날마다.
엄마랑 언니, 동생 없이는 하루도, 일 분도, 일 초도 더 살지 않을 거야. 그럴 수 없어.
보고 싶었다고 말하는 게 아니야. 지금 보고 싶어. 오늘 이 순간에.
사랑했다고 말하는 게 아니야. 엄마랑 언니, 동생을 지금 사랑해. 오늘 이 순간에.
뭔가를 잃어버리면 그걸 얼마나 사랑했는지 깨닫게 된다. 계속 사랑했던 것이라 할지라도.
가족에 대한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당사자가 아니고서야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인데다 감히 표현할 수도 없다. 아직은 주변인 역할을 해왔던 것 같다. 주변인으로서 곁에서 지켜보고 응원할 수 밖에 없다. 늘 적당한 방법을 몰라 어리숙하게 멤돌기만 했는데 이걸 위로라 말하기에도 자신이 없는데, 나의 일로 다가왔을때도 마찬가지로 어리숙하게 멤돌 것만 같다. 나의 감정에 대해서도 말이다. 작은 관계도 맺고 끊음이 어려워 힘들었다. 그렇기에 내 상황일 때 예고없이 찾아드는 슬픔을 어떻게 조절하고 받아들여야할 지, 이 슬픔을 조절할 즈음에도 찾아들 복잡한 감정들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 지 가늠이 안되어 읽는 내내 함께 슬퍼했다.
인생은 가끔 너무 벅차게 느껴질 때가 있는 것 같다.
특히 중대한 순간이 오면.
하지만 마음속을 뒤지면 대개는 필요한 것을 찾을 수 있다.
그 중대한 순간을 맞이하고 내 것으로 만들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를 찾을 수 있다.
가끔은 바보 같은 말을 해도 괜찮다. 특히 그게 진실이라면.
래스터, 살바도르, 로데오, 코요테...책 속 등장인물들은 소통을 잘 한다. 말하고자 하는 걸 언젠가는 전하고야 만다. 느끼고 있는 생각과 감정들을 말로 고스란히 전달해내고, 서로 이해한다. 좋은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삶의 이야기들은 따뜻하게 만든다.
그래서 우린 지금 여기 있다. 아직도 달리고 있지만, 정처 없이 돌아다니는 건 아니다.
방랑하고 있긴 하지만, 찾고 있기도 하다. 떠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기다리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여자아이의 숨결에 날리는 민들레 홀씨처럼,
햇빛과 함께 날아다니지만 흙을, 뿌리를 내릴 곳을. 꽃을 피울 곳을 찾고 있다.
그게 우리다.
어떠한 상실감에 잠시 길을 잃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끄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