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조각들 - 타블로 소설집
타블로 지음 / 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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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스로 나온 아버지가 유리문을 닫았다. 소년은 아버지가 따귀라도 한 대 내리칠 거라고 생각했다.
"죄 지은 냄새가 나는구나."
아버지는 소년 옆에 함께 웅크리고 앉더니 안주머니에서 구겨진 담뱃갑을 꺼냈다. 그는 담배 한 개비를 꺼내어 입에 물었다. 소년은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아버지는 물고 있던 담배를 아랫입술로 받치고는 소년에게 물었다. 그 바람에 입에 물고 있던 담배가 달랑거렸다.
"어때? 이게 그리 멋져 보이냐?"-163쪽

그녀는 혀로 입술을 적시고는 온 방의 공기를 모두 들이마실 기세로 입을 연다.
"춤을 추고 또 췄어요. 먹이를 쪼아먹는 새처럼 땅 위를 발가락과 발꿈치로 콕콕 찍으면서."

샌드라는 항상 이런 식으로 말한다. 지하철의 속도로, 햇살의 무게로 읊는 시.
"어디서 그랬죠?"
나는 그녀의 입술만을 바라보면서 묻는다.
"빗속에서요. 빗줄기 사이로."
"그게 이번 토요일이었다고요?"
"네."
"샌드라, 확실해요? 토요일에는 비가 안 왔잖아요."
"선생님한테는 그랬을지도. 내겐 항상 비가 와요. 하늘이 부서지고 유리 조각들이 쏟아져요."
"아플 것 같군요."-194쪽

"내가 보기에 겁쟁이란. 정직한 방법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지 못하는 사람들이야. 말하자면, 남을 괴롭히는 것도 결국은 불합리한 폭력으로 다른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을 받고 싶은 욕구에서 발현된 반쪽짜리 행동이지."-2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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