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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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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또는 무언가에 충실하려면, 우선 나 자신에게 충실해야 할 것이다. 진정한 사랑을 찾으려면, 내가 했던 보잘것없는 사랑들과 먼저 결별해야 할 것이다. 많은 경험을 한 것은 아니지만, 나는 경험을 통해 배웠다. 뭔가에 대해 확실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모든 것이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물질적인 부나 정신적인 부나 마찬가지다. 내가 종종 겪었던 것처럼, 확실히 자기 것이라고 여겼던 뭔가를 잃은 사람은 결국 깨닫게 된다. 진실로 자신에게 속하는 것이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그리고 나에게 속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면, 나에게 속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 구태여 걱정할 필요가 뭐 있는가. 오늘이 내 존재의 첫날이거나 마지막 날인 양 사는 것이 오히려 낫지 않은가.-45쪽

꿈꾸는 것은 아주 편한 일이다. 그 꿈을 이루지 않아도 된다면. 우리는 힘든 순간들을 그렇게 꿈을 꾸면서 넘긴다. 꿈을 실현하는 데 따르는 위험과 꿈을 실현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욕구불만 사이에서 망설이며 세월을 보낸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 다른 사람들을, 특히 부모님과 배우자와 자식을 탓한다. 우리의 꿈을, 욕망을 실행에 옮기지 못하게 가로막은 죄인으로 삼는 것이다.-47쪽

"내가 묵는 호텔방으로 가서 같이 한잔 해준다면 천 프랑을 드리리다."
마리아는 즉시 상황을 이해했다. 모델 에이전시의 잘못일까? 아니면 그녀 자신의 잘못일까? 저녁 식사의 성격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봤어야 했던 것일까? 아니, 그것은 에이전시의 잘못도, 그녀의 잘못도, 아랍인의 잘못도 아니었다. 세상은 으레 그런 식으로 돌아가는 거니까. 순간, 그녀는 자신에게 고향도시가, 브라질이, 엄마의 품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또한 하룻밤에 3백 달러 이하는 절대 받지 말라고 햇던 마이우손의 말도 떠올랐다. 그때 그녀는 그 액수가 남자와 하룻밤을 보내고 받는 돈으로는 과하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천 스위스프랑은?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이 세상에 의논할 사람이 아무도, 절대적으로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낯선 도시에 오로지 그녀 혼자뿐이었다. 비교적 순탄하게 보냈지만 최선의 대답을 선택하는 데에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이십이 년의 세월과 함께.-75쪽

인간은, 갈증은 일 주일을, 허기는 이 주일을 참을 수 있고, 집 없이 몇 년을 지낼 수 있다. 하지만 외로움은 참아낼 수 없다. 그것은 최악의 고문, 최악의 고통이다. 그 남자들, 그리고 그녀와 함께 지내고자 했던 다른 모든 남자들도 그녀처럼 파괴적인 감정, 자신이 이 땅 위에 사는 어느 누구에게도 중요하지 않다는 느낌에 시달리고 있었다.-119-120쪽

진정 사랑할 만한 남자라면 그녀의 침묵에 기가 죽지는 않을 테니까.-150쪽

플라톤에 따르면, 천지창조 초기에는 남녀가 오늘날과 전혀 달랐다고 해요. 하나의 몸, 하나의 몸, 그리고 각자 반대 방향을 바라보는 두 개의 얼굴이 있는 남녀 양성의 존재들만 있었죠. 마치 두 피조물의 등이 붙어 있는 것처럼 성기가 둘이고 팔 다리는 네 개씩이었다오.
그런데 질투심 많은 신들이 그 피조물은 팔이 네 개라 일을 훨씬 더 많이 하고, 얼굴이 두 개라 번갈아 잠을 잘 수 있는 바람에 몰래 공격할 수 없고, 다리가 넷이라 큰 힘을 들이지 않고서도 오래 서 있거나 먼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소. 무엇보다 위험한 것은 그 피조물이 양성(兩性)이어서, 어느 누구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스스로 번식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소.-206(1)쪽

올림포스 신전의 최고 주인 제우스는 '나에게 저들의 힘을 빼앗을 방도가 있다' 고 말하고는 벼락을 던져 그 피조물을 둘로 쪼개 남자와 여자로 나누어버렸소. 이렇게 해서 지상의 인구는 훨씬 늘어난 반면, 그들은 힘을 잃고 방황하게 되었소. 이제 그들은 잃어버린 반쪽을 되찾아 다시 결함해야만 예전의 힘, 습격을 피하는 능숙함, 피곤과 일을 견뎌내는 지구력을 되찾을 수 있게 되었어요. 두 개의 육체가 서로 뒤섞여 하나가 되는 결합, 그걸 섹스라고 부르오."-206(2)쪽

나는 이미 삶에서 많은 것들을 배웠으니까. 태초에는 모든 것이 사랑이었고 증여였다. 하지만 곧 뱀이 나타나서 이브에게 말했다. "준다는 건 잃는 거야." 그것이 바로 나에게 일어난 일이었다. 나는 이미 학창 시절에 낙원에서 쫓겨났고, 그후로 뱀에게 네가 틀렸다고, 삶에는 소유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헤맸다. 하지만 뱀이 옳았다. 내가 틀렸다.-333-3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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