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강물처럼
파울로 코엘료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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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유명 정치인에게서 대답을 기다리다 못해 직접 찾아가 그의 방문을 두드렸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가 내게 이렇게 말하더군요. '뭔가를 원한다면, 먼저 상대와 눈을 맞추십시오.' 그의 말대로 한 다음부터는 좋은 일만 생겼습니다. 세상의 어떤 소통 방식도 눈을 맞추는 것보다 나은 것은 없습니다.-48쪽

물을 막 마시려는 순간, 매가 날아올라 그에게 달려들었다. 칭기즈 칸은 매의 가슴을 단칼에 내리쳤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돌리니, 흐르던 물줄기가 끊어져 있는게 아닌가. 마실 물을 찾으려고 벼랑을 기어오른 칭기즈 칸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놀라웠다. 물웅덩이 근방에 독하기로 소문난 독사가 죽어 있었던 것이다. 물을 마셨다면 그도 죽었을 터였다.
칭기즈 칸은 죽은 매를 옆구리에 끼고 막사로 돌아와 금으로 그 형상을 뜨게 하고 한쪽 날개에 다음과 같은 문구를 새겼다.
'분노로 행한 일은 실패하게 마련이다.'
다른 날개에는 이렇게 새겼다.
'설령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하더라도. 벗은 여전히 벗이다.'-52쪽

소문은 곧 마을로 퍼져 일대 토론이 벌어졌다. 일반적인 통념으로는 버터를 바른 쪽이 바닥에 앞는 게 보통인데.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마땅한 답을 찾지 못한 사람들은 인근에 사는 마을 어르신을 찾아가 그 이야기를 했다.
그는 밤새 기도하고 생각을 거듭한 결과 신으로부터 답을 얻어냈다. 다음 날 사람들은 기대에 부풀어 어르신을 찾아왔다.
"간단하다."
그가 말했다.
"빵은 떨어져야 할 방향으로 떨어진 것이다. 버터를 반대쪽에 바른 것이지."-97쪽

그는 길을 따라 걷다가 다 허물어진 집 한 채를 발견하고는 중얼거렸다.
"꼭 내 처지 같구나."
그리고 그 순간, 그 집을 다시 세워야겠다는 맹목적인 바람이 생겨났다.
그는 집주인을 찾아가 집을 고쳐주겠다고 했다. 주인은 무슨 이득 볼 게 있다고 그러는지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그의 제안에 응했다. 그들은 함께 기와와 나무, 시멘트 등을 준비했다. 지인은 온 힘을 다해 일했다. 그 까닭은 자신도 알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는 집의 모습이 온전해질수록 자신의 삶이 나아지고 있음을 느꼈다.
공사는 일 년 만에 끝났다. 그리고 그의 모든 개인적인 문제들도 해결되었다.-157쪽

우리가 '경험'이라 부르는 것들은 실패와 합계일 때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미 너무나 많은 실수를 저지른 듯 두려움에 가득 차 다음 단계로 발을 내디딜 용기를 내지 못한다.
그럴 때마다 솔즈베리 경의 말을 기억하자. '의사들 말만 믿으면 위생적인 게 없고, 신학자들 말만 믿으면 죄 아닌 게 없으며, 군인들 말만 믿으면 안전한 곳은 없다.'-179쪽

피에트라 수도원의 긴 아침기도가 끝난 후 풋내기 수사가 수도원장에게 물었다.
"기도를 통해 인간 존재가 신에게 가까워질 수 있습니까?"
"답하는 대신 하나 묻겠다." 수도원장이 말했다. "네 간절한 기도가 내일 아침 해를 뜨게 하겠느냐?"
"그럴 리가 없잖습니까. 해가 뜨는 건 우주의 섭리니까요."
"그 말 속에 네 질문에 대한 답이 들어 있다. 신께서는 항상 우리 가까이에 계신다. 얼마나 많이 기도하는가와는 상관없이."
풋내기 수사는 충격을 받았다.
"말씀인즉, 우리의 기도가 쓸모없다는 겁니까?"
"절대 그런 말이 아니다. 일찍 일어나지 않으면 해돋이를 볼수 없듯. 신께서 늘 우리 곁에 계서도 기도를 하지 않으면 느낄수가 없는 것이다."-180-181쪽

"성서에 따르면 신이 모세에게 이렇게 명령했어. '이스라엘의 자녀들에게 말하라. 앞으로 나아가라고.'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하고 나서야 모세는 지팡이를 들었지. 홍해가 갈라진 건 그다음이야. 결국, 길을 갈 용기가 있는 자에게만 길이 열리는 법이지."-183쪽

아크바에 현자가 나타났다. 그러나 아무도 현자를 눈여겨 보지 않았고, 그의 가르침을 진지하게 듣는 사람도 없었다. 결국 그는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어느 날 그가 대로를 따라 걷는데 한 무리의 남녀가 뒤따르면 그에게 모욕의 말을 퍼부었다. 그는 모른 체하지 않고 돌아서서 그들을 축복했다.
그들 중 한 남자가 말했다.
"당신 귀머거리요? 이렇게 욕지거리를 쏟아붓는 우리를 축복해주다니!"
"누구나 자신이 가진 것만 줄 수 있는 법이지요."
현자의 대답이었다.-191쪽

"우리 안에 악마가 있음을 알고 있기에 우리는 타인 안의 악마를 볼 수 있다. 우리는 우리를 해치는 사람을 용서할 수 없다. 우리 역시 그런 경우 용서받을 수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는 내면의 고통스러운 진실을 털어놓는다. 그것을 감추고 싶어하는 자신의 마음을 알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신의 강건함을 과시한다. 누구도 우리의 허약함을 볼 수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므로 우리가 형제를 심판할 때, 피고석에 선 것은 우리 자신임을 깨달아라."-248쪽

'사람은 태어나지도 죽지도 않는다. 한번 태어난 존재는 존재하기를 멈추지 않나니, 그는 영원하고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사람이 낡은 옷을 벗고 새 옷을 입듯, 영혼도 늙은 몸을 버리고 새 몸을 입는다.
그러나 영혼은 허물 수가 없나니. 검으로 자를 수도 없고, 불로 태울 수도 없고, 물로 적실 수도 없고, 바람으로 말릴 수도 없다. 영혼은 이 모든 것들의 힘을 초월한다.
사람이란 이처럼 허물 수 없는 것이니, 그는(패배한 경우라도) 언제나 승리에 넘친다. 이것에 바로 그가 슬퍼하지 말아야 할 이유이다.-249쪽

그토록 강렬한 삶을 살았으므로
풀을 말라버린 후에도 지나는 이들의 눈을 끄는 것.
꽃은 그저 한 송이 꽃일 뿐이나
혼신을 다해 제 소명을 다한다.
외딴 골짜기에 핀 백합은
누구에게도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다.
꽃은 아름다움을 위해 살 뿐인데,
사람은 '제 모습 그대로' 살지 못한다.

토마토가 참외가 되려 한다면
그보다 우스운 일 어디 있을까.
놀라워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아닌 다른 무엇이 되고 싶어하는지.
자신을 우스운 꼴로 만들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언제나 강한 척할 필요는 없고,
시종일관 모든 것이 잘 돌아가고 있음을 증명할 필요도 없다.
다른 이들이 뭐라고 하건 신경 쓰지 않으면 그뿐.
필요하면 울어라,
눈물샘이 다 마를 때까지.
(그래야 다시 웃을 수 있는 법이니)-260쪽

인간 존재의 흥미로움

한 남자가 내 친구 제이미 코언에게 물었다.
"사람의 가장 우스운 점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코언이 대답했다.
"모슨이죠. 어렸을 땐 어른이 되고 싶어 안달하다가도, 막상 어른이 되어서는 잃어버린 유년을 그리워해요. 돈을 버느라 건강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가도, 훗날 건강을 되찾는 데 전 재산을 투자합니다. 미래에 골몰하느라 현재를 소홀히 하다가, 결국에는 현재도 미래도 놓쳐버리고요. 영원히 죽지 않을 듯 살다가 살아보지도 못한 것처럼 죽어가죠."-272쪽

"당신이 안 계시는 동안 한 친구가 찾아와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귀중한 보석 두 개를 맡겨주고 갔어요. 지금껏 본 적이 없을 만큼 아름답기 그지없는 보석이었지요! 그런데 친구가 그것들을 돌려달라고 하는데 그러고 싶지가 않아요. 아까워서 못 주겠어요. 어쩌면 좋죠?"
"당신 행동을 정말 이해하기 어렵구려. 당신은 허영심 없는 여자인 줄 알았는데!"
"그건 그런 보석을 보지 못했을 때의 얘기고요! 그 보석들을 잃는다는 생각만으로도 못 견디겠어요."
랍비는 완고하게 말했다.
"자기 소유가 아닌 걸 잃을 수는 없는 법이오. 그 보석들을 가지고 있겠다는 건 훔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소. 돌려줍시다. 당신이 상실감ㅁ을 견딜 수 있도록 내가 도우리다. 오늘 당ㅈ아 그렇게 합시다."
"여보. 보석들은 돌려주었어요. 실은 이미 여기에 없답니다. 그 두 개의 귀중한 보물은 우리 아들들이에요. 하느님께서 우리의 품에서 그애들을 데려가셨어요......"-280-2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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