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물고기
J.M.G. 르 클레지오 지음, 최수철 옮김 / 문학동네 / 1998년 1월
구판절판


나는 악몽을 꾸었다. 나는 밤인지 낮인지조차도 분간할 수 없게 되었다. 마치 아주 커다란 동물의 뱃속에 들어 앉아 천천히 소화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어느 날 나는 소리를 질렀고, 노노가 왔다. 그가 나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는 어린아이에게 하듯이 부드럽게 말했다. 그가 판지로 돌아가려 했을 때 나는 그를 붙들었다. 그러고는 그를 한껏 세게 껴안았다. 그의 등에서 밧줄 같은 힘살이 느껴졌다. 그는 내게 몸을 붙이고 불을 껐다. 그의 온몸은 잔뜩 긴장해 떨고 있었다. 나는 그 이유를 알지 못했으며, 겁을 내고 있는 게 내가 아니고 그라는 사실이 이상했다. 그러나 우리 사이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 나는 그에게 몸을 꼭 붙이고 잠이 들었다. 노노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는 두 팔로 나를 감고서 내 목에 코를 대고 숨을 내쉬었다. 어느 날 그는 아주 부드럽게 나를 가졌다. 그라고 나서 그는 미안해하며 말했다. "아프지 않았어?"-140쪽

그는 오래 침묵을 지켰다. 이윽고 내가 물었다.
"뭐가 중요한 건가요, 할아버지?"
"아무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 해도 신의 눈에는 보석처럼 보인다는 사실이지."-154쪽

때로 밤에 차고에 혼자 있다 보면 문 앞에서 디젤 기관차의 덜컹거리는소리가 들리곤 했다. 그럴 때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겁이 났다. 그러나 모두 내 상상일 뿐이었다.-213쪽

내가 원하는 것은 거울에 비치는 내 모습이다. 그것이 나를 두렵게 하기도 하고 매혹시키기도 한다. 그것은 나이기도 하고 내가 아니기도 하다.-2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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