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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물만두 > 인간이 욕심을 조절하며 살아야만 하는 이유를 알 수 있는 작품...
돌의 집회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독자의 허를 찌르는 작품이다. 우선 두께로 독자의 기를 죽인다. 하지만 일단 한 장만 넘기면 그 두꺼운 책이 쉽게 술술 읽힌다. 작가가 글을 이어가는 능력이 대단하다. 하지만 마지막에서의 느낌은 오묘하다. 종잡을 수 없는 감정을 느끼게 한다. 실망이라면 실망이겠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실망이 아니라 하나의 깨달음을 주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 작품은 한 여자가 베트남의 오지의 한 고아원에서 아이를 입양하면서 시작한다. 하지만 아이와 함께 교통사고를 당하고 이어 연속적으로 기묘한 살인 사건이 이어지면서 어린 시절 아픔을 간직한 한 여성을 강한 어머니가 되게 만든다. 그녀는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아들의 출생지를 찾아 나서면서 새로운 사실과 접하게 된다.

이 책은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에게는 추리 소설로, 보통의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에게는 한 어머니의 여정을 다룬 작품으로, 색다른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또 다른 만족을 줄 수 있는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진 작품이다.

추리 소설적인 면에서 보자면 이 작품은 탄탄한 구성과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야기가 매끄럽게 연결되고 마지막 장면만 빼면 절묘하게 독자를 속였다고 감탄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보통의 문학 소설의 면에서 보자면 한 여자가 강인한 어머니가 되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볼 수 있다. 입양을 통해 얻은 아이지만 그 아이를 이해하려는 여성의 모습, 아이를 지키려는 몸부림은 여자는 약하나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을 실감하게 만든다. 물론 모든 어머니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색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이 작품은 입양된 아이의 출생지와 그 아이가 어떤 종족이었느냐는 관점에서 샤머니즘적인 기묘함을 보여준다.

물론 어떤 독자는 그것을 이 책의 단점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조화롭게 작품 속에 녹여 내는 작가의 능력은 다음에 출판될 작가의 작품을 벌써부터 기대하게 만든다.

이 책의 단점이라면 너무 두꺼워 보는데 불편하다는 것이다. 2권으로 만들 수 있었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만 세 장이 등장하는데 2권으로 쪼개기는 두 번째 장이 쪼개짐을 감수해야 하고 3권으로 나누자니 너무 책이 얇아진다. 이런 면에서 출판사와 편집자의 고뇌가 있었을 것 같다.

사실 마지막 장면이 마음에 안 드는 점도 있다. 그런데 그 이상의 결론, 결말은 없을 것 같다. 좀 황당하기는 하지만 세상이 인간의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니 그리 생각하면 넘어갈 수도 있을 것 같다.

두께에 질리지 말고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독특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인간의 욕망과 욕심의 그릇됨과 그래도 인간이 그것을 조절하며 살아야만 하는 이유를 알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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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물만두 > 이 작품부터다. 진정한 필립 말로의 탐정 역할은...
호수의 여인 레이먼드 챈들러 선집 4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박현주 옮김 / 북하우스 / 2004년 10월
평점 :
절판


레이몬드 챈들러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아니다. 그가 창조한 위대한 하드보일드 탐정의 원조격인 필립 말로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는 <빅 슬립>에서는 상류층을 위해 일하면서 자신만이 정의로운 척 잘난 척하는 밥맛없는 미국식 영웅, 기사였다. <하이 윈도>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전작보다는 덜 위선적이었고 하지만 여전히 하드보일드와는 거리가 먼 탐정이었다. 그가 하드보일드 탐정의 면모를 보이기 시작한 작품, 그가 드디어 인간적인 면을 내 비췬 작품이 <안녕 내 사랑>이었다. 그러나 그 작품은 산만했다. 너무 감상적이었고 전작들과의 괴리감이 커서 필립 말로가 바뀐 듯한 느낌을 갖게 했다.
이 작품에서 필립 말로는 인간으로 나온다. 책 끝에서 장경현씨도 말을 하고 있지만 탐정을 필립 말로에서 내가 좋아하는 루 아처로 바꾸고 작가를 레이몬드 챈들러에서 로스 맥도널드로 바꾼다면 이 작품은 완벽한 로스 맥도널드의 루 아처가 등장하는 작품이 된다. 처음 몇 장을 읽고 난 로스 맥도널드의 작품을 생각했다. 결말과 범인과 그 끝까지... 알고 봐서 어떤 작품은 재미가 덜하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 작품은 내게 오히려 신선함을 주었다. 필립 말로가 코미디를 하는 작품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가 가면을 벗고 진짜 탐정이 된 것이다. 여기에서 난 알 수 있었다. 필립 말로 이후의 모든 탐정들이 왜 필립 말로의 그림자를 지고 다니는 지를... 이 작품부터다. 진정한 필립 말로의 탐정 역할은...
이 작품은 폴 오스터가 쓴 딱 한편뿐이었던 <스퀴즈 플레이>까지도 그림자를 남겼다. 비교해서 보면 알 수 있다.
비로소 필립 말로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 시대 탐정은 그리 매력적이지도 그리 권위적이지도 그리 기사도적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필립 말로는 그 환상의 껍데기를 이 작품에서 던져 버렸다. 이제야 <기나긴 이별>과 <빅 슬립>에서 내가 느꼈던 괴리감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갑자기 변하다 보니 필립 말로에게서 파일로 밴스의 주절거림이 들린다. 책에도 등장할 정도니 아마 레이몬드 챈들러가 필립 말로를 변하게 하는 게 그만큼 힘들었던 모양이다.  
진짜 필립 말로의 모습은 이제부터다. 하지만 단 두 작품만 남았다. 아, <기나긴 이별>이 끝나면 단편집이나 내주면 좋겠다.
아직 다음 작품을 읽기 못해 뭐라 말할 수는 없지만 이 작품과 <기나긴 이별>이 가장 필립 말로에게 어울리는 작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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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물만두 > 좋은 책이 또 한 권 많이 읽히지도 못한 채 사장됨이 안타깝다...
도끼
도널드 웨스트레이크 / 밀알 / 1998년 6월
평점 :
절판


이 작품을 나중에라도 볼 수 있게 된 것은 행운이었다. 지금도 이 책는 내게 소중한 책으로 남아 있다. 처음 이 책을 읽고 나서 생각한 것은 이 작품의 제목에 대한 것이었다. 원제목이 라고 해서 도끼라고 제목을 붙이다니 참... 마치 무슨 도끼 부인 얘기처럼 느껴지게 만들어 작품의 질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 작품은 그런 작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얼마나 심각하고 문제를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인데...
이 작품이 IMF때 좀 더 많은 선전을 했더라면 베스트셀러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지금의 다빈치 코드는 정말 우습지도 않을 만큼... 물론 내 생각일 뿐이다.
원제목 The AX는 정리 해고라는 뜻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정리 해고를 당한 인물이다. 하지만 그가 일하는 업계는 좁고 하향세라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다. 그는 다른 일을 배울 만큼 나이가 젊지도 않고 이제 곧 대학에 들어갈 아들이 있다. 돈이 가장 많이 필요할 때 잘린 것이다. 그는 필사적으로 일자리를 구해야 했다. 그래서 그는 선택을 한다.
누가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할 수 있는 힘을 부여했는가, 누가 감히 누군가의 인생을 좌우하려 한단 말인가. 우리가 원하는 것은 그리 많은 것은 아니다. 적어도 나눠 쓸 수 있는 따뜻함이다. 그 배려가 없는 한 언젠가 이 일은 우리 나라에서도 일어날 지 모른다. 내 밥그릇을 빼앗기게 생겼고 그 밥그릇에 내 몫만이 아닌 내 가족의 몫 전부가 들어 있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사수하려 할 것은 자명한 일이다. 또 호미로 막을 거 가래로 막으려 하지 말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없기를 바란다. 쇠기에 경 읽기겠지만.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장편은 이 작품이 처음이다. 번역된 다른 작품이 있는 지는 모르겠다. 내가 알기로는 단편 몇 편이 소개된 걸로 알고 있다. 단편을 읽을 때는 별로라고 생각한 작가였는데 이 작품을 보고 그의 명성이 허명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지만 품절이나 절판된 작품이라 권할 수 없음이 안타깝다. 이런 책은 대통령, 삼부 요인, 정당 대표, 고위 공무원, 기업체 대표가 받드시 읽어야 하는데. 어떤 책이 필독서야 하는 가는 그들이 어떤 위치에 있는가로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생명줄인 돈줄, 월급 봉투를 쥐고 있는 자들, 그들은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이다. 안타깝다. 안 읽을게 뻔하니까.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같은 허접 쓰레기 읽기보다는 이 책이 천 배는 낫다. 미안하다. 저런 책과 비교를 해서.
책을 출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케팅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이 책을 통해 새삼 깨달았다. 그리고 좋은 책이 또 한 권 많이 읽히지도 못한 채 사장됨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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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물만두 > 느닷없이 나의 허를 찌르는 슬픔에 대하여...
마지막 기회 1
할런 코벤 지음, 이창식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4년 3월
절판


느닷없이 나의 허를 찌르고 들어오는 것은 슬픔이란 놈이다. 슬픔은 내가 눈치채지 못하게 나를 사로잡는 것을 좋아하는 듯하다. 슬픔이 밀려오는 것을 눈치챈다면, 그것을 처리하진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 조종하거나 숨길 수는 있다. 그러나 슬픔은 술 속에 숨어 있기를 좋아한다. 그리고 난데없이 튀어나와 나를 놀라게 하고, 비웃고, 정상인 척 가장하고 있는 것을 가차없이 벗겨 내길 좋아한다. 슬픔은 나를 달래 잠들게 하고, 그럼으로써 그런 기습 공격에 더욱 취약하게 만든다.

-112-113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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