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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터 캐리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36
시어도어 드라이저 지음, 송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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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작용에는 반작용이 따른다. 물리학에서 통용되는 법칙뿐이 아니라 인간이 관계된 대부분의 것들이 그렇다. 예술도 예외는 아니어서 하나의 사조가 득세하고 시간이 지나면 그에 반하는 것들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지금 이야기하려는 자연주의도 낭만주의에 반해 등장한 것이다. 자연주의라는 말을 듣고 아름답고 서정적이거나 목가적인 것이 떠오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일 것이다. 하지만 문학사에서 자연주의는 그 상상과는 전혀 다르다. 자연주의는 다윈주의의 생물학적, 환경론적 결정론에 영향을 받아 인간을 자유의지를 가진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라 유전과 사회적 환경의 수동적인 산물로 보며, 그 숙명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인간을 과학적으로 관찰하여 분석하는 방식으로 그려낸다. 시어도어 드라이저의 『시스터 캐리』는 대도시로 상경한 시골 처녀가 배우로 성공하기까지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열여덟 살의 캐리는 도시를 굴복시켜 제 것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을 가진 아직은 어수룩한 처녀였다. 자신이 살던 고향을 떠나 시카고행 열차에 몸을 싣는다. 열차에서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던 드루에라는 남자를 만나고 돈뭉치가 가득한 지갑을 보며 부에 대한 욕망이 꿈틀거린다. 하지만 언니네 집에 도착한 캐리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주급 사 달러 오십 센트의 가혹한 구두공장의 일자리였다. 그 일자리마저 잃게 된 캐리가 다시 고향으로 내려갈 수밖에 없을 때 기차에서 만난 드루에와 재회하게 되고 그와 동거를 시작하며 안락한 생활을 얻게 된다. 이후 캐리는 고급 술집의 지배인인 허스트우드를 알게 되고 더 큰 욕망이 생겨난다. 캐리의 매력에 반한 허스트우드는 결혼 사실을 숨기고 욕망을 부채질한다. 결국 허스트우드는 돈을 훔쳐 캐리와 함께 도망쳐 뉴욕에 정착하게 되고 둘의 삶은 극적으로 달라진다. 젊고 아름다운 캐리는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며 코러스 걸로 시작해 조금씩 성공을 해 유명한 여배우가 되지만 늙은 허스트우드는 사회적 지위와 가정도 잃고 점차 몰락해 무료급식소를 전전하는 신세가 된다. 캐리에게는 어느 정도 욕망이 충족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캐리는 여전히 불행했고 무언가를 끈임 없이 욕망하고 있었다.

자연주의 문학은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통용될 수 있는 이야기를 가진다. 현대의 어느 나라의 대도시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이야기일 것이다. 수줍으면서도 밝은 시골 처녀였던 캐리가 시카고와 뉴욕의 화려한 도시 속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성공뿐이었다. 사회와 타인에게 둘러싸인 인간은 비교하고 비관하며 욕망에 충실해진다. 이성, 부와 명예, 권력. 하나가 충족되면 다른 것을 욕망한다. 캐리의 성공은 우연한 것이었다. 배우로 성공 이전에 자신의 욕망을 키우는 매개는 다름 아닌 남성이었다. 자신에게 호감을 가진 남성 때문에 성공한 캐리는 끊임없이 더 큰 부와 성공을 욕망하게 된다. 결국 여배우가 되어 얻은 성공도 자신의 욕망을 채워줄 수는 없었고 캐리는 결국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모른다. 실체를 알 수 없는 끝없는 욕망뿐이었다.


발길은 지치고 희망은 헛되어 보일 때, 바로 그때 가슴이 아파오고 갈망이 솟아오른다. 그때에야 비로소 싫증을 내지도, 만족하지도 못함을 알리라. 흔들의자에 앉아, 창가에서 꿈꾸며 홀로 갈망하리라. 창가의 흔들의자에 앉아 결코 느끼지 못할 그런 행복을 꿈꾸리라. (p. 653)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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