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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스트레인저
세라 워터스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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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제, 신분제라는 것이 현대에 와서는 희미해지지 않을까 예상한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특정 국가의 신분제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명목상의 계급제나 신분제는 이미 역사 속에서나 쓰일 단어가 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어디 현실이 그러한가. 자본주의와 더불어 성장한 자본가들은 새로운 계층을 형성했고 그 두터운 벽은 과거 신분제가 무너지던 시절을 반성이라도 하려는 듯 높기만 하다. 요새 유행하고 있는 금수저, 흙수저의 자조적인 농담만 보아도 과거 신분제가 또 다른 형태로 정착한 것임에는 틀림없다. 사실 이것이 우리나라만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 급격한 사회체제의 변화를 겪은 나라에서는 어디서나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서양의 경우에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이런 체제의 변화가 동양의 경우 과거의 지배 체제가 그대로 현재로 이어진 반면 과거의 계급 체제가 무너지고 새로 구축―물론 과거로부터 이어진 세력도 있겠지만―되었다는 점이 다르다. 바로 노동자 계급의 사상이 변화하기 시작하면서 이런 계급 질서 자체가 변동이 되었다는 것은 변혁의 주체인 노동자 측에서는 환호성을 지를 만한 시기였다면 당시의 지배 계급들은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세계가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공포를 가졌던 시기였을 것이다. 세라 워터스의 『리틀 스트레인저』는 이런 무너져가는 지배계층의 공포를 대저택 헌드레즈홀에 투영한다. 쇠락한 대저택에 출몰하는 귀신들, 그곳을 억지로 지켜나가는 노부인, 그녀에겐 자신들을 위협하는 노동자 계급의 성장이 귀신들이 주는 공포와 다름이 없었을 것이다.

영국 워릭셔의 대저택 헌드레즈홀, 전쟁과 노동자 계급의 성장으로 대저택은 물론 소유주인 에어즈 가문마저 몰락의 위기에 처해 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과거를 추억하며 살아가는 노부인 에어즈 부인과 전쟁으로 인해 신체적, 정신적인 문제가 생긴 아들 로더릭, 그리고 실제로 대저택을 지켜나가고 있는 캐럴라인, 하인들은 다 떠나고 새로 온 소녀 베티가 헌드레즈홀에서 살고 있다. 과거 헌드레즈홀에서 일했던 유모의 아들인 패러데이는 자수성가해 의사가 되었고 우연한 기회에 헌드레즈홀을 방문하게 되고 그곳의 주치의가 된다. 에어즈 부인은 새로 온 이웃과 파티를 열지만 끔찍한 사고가 발생하게 되고 헌드레즈홀은 괴이한 일이 연이어 발생하는 불길한 장소가 된다.

헌드레즈홀은 이제 팔리지 않고 무성한 수풀에 뒤덮여 있다. 과거의 영화는 이미 잊혀졌고 흉물스럽게 변한 건물일 뿐이다. 이 책의 이야기는 굉장히 모호한 방식으로 전개되는데 그것은 화자 자체가 어린 시절 헌드레즈홀을 욕망했던 ‘리틀 스트레인저The Little Stranger’이기 때문이다. 망가뜨려서라도 갖고 싶었던 대저택, 이처럼 화자에 대한 의심은 이 이야기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화자 자체가 성공한 노동자 계급의 한 사람이며 대저택을 탐하던, 누구보다도 헌드레즈홀의 몰락을 바랐던 인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대저택의 귀신으로 출몰하던 낯선 존재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어쩌면 실재하지 않지만 각자가 가진 두려움의 또 다른 모습이었을지도 모르겠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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