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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미의 축제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 민음사 / 2014년 7월
평점 :
일시품절


낙관주의에 관한 짧은 ‘농담’ 하나로 루드빅은 당시 낙관적인 사회주의에 희망을 품고 있던 사회와 대학에서 축출당하고 인생은 송두리째 엉망이 된다. 농담과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회와 세계의 경직성에 대해 이야기하던 밀란 쿤데라는 <무의미의 축제>에서 그것을 넘어 농담이 거짓말이 되는 세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6월의 어느 날, 파리의 거리를 지나던 알랭은 배꼽이 훤히 드러나 보이는 차림의 아가씨들을 보며, 배꼽에 여성의 매력이 집중되어 있다고 보는 남자의 에로티시즘에 대해 생각한다. 허벅지와 엉덩이가 매력인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있고 정의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배꼽은 어떻게 매력을 정의할 수 있을까. 그때 다르델로는 자신의 몸에서 발견된 의심스러운 증상들이 암 때문이었는지 결과를 들으러 병원에 가서 초조하게 기다리던 그는 웃음기 가득한 의사의 얼굴을 보고 자신은 더 오래 살 수 있음을 알게 된다. 다르델로는 우연히 만난 직장 동료인 라몽에게 자신은 암이라고 거짓말을 하게 된다. 그 거짓말에 다르델로는 기분이 좋아진다. 아무런 이득도 없는 거짓말, 오히려 자신이 중병에 걸렸다는 거짓말에 왜 이렇게 기분이 좋아질까.

자기 거짓말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을 하다 보니 이상하게도 그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p.19)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거짓말을 한다. 우리 주위만 보아도 흔한 일이다. 자신의 어린 시절이나 학창시절, 군대에 대해서도 실제 자신이 겪은 것보다 훨씬 더 힘들고 고통스럽게 이야기를 한다. 사실은 자기 자신이 겪은 일은 그정도까지는 아니었을 것이다. 분명히. 실제 부모에게 폭행을 당한 사람이 그에 대해 덧붙여서 거짓말처럼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아니다. 부모에게 회초리나 꿀밤을 맞은 사람이 훨씬 부풀려 이야기를 한다. 암에 걸리지 않은 다르델로가 암에 걸렸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자신이 현재 안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안도감 때문에 기분이 좋기 때문이다. 다르델로가 실제로 암에 걸렸고 자신은 암이 아니라는 거짓말을 한들 그의 기분이 나아졌을까? 다르델로의 거짓말은 그 자체로 의미가 없는 것이기 때문에 기분마저 좋아질 수 있었다.


하찮고 의미 없다는 것은 말입니다, 존재의 본질이에요. 언제 어디에서나 우리와 함께 있어요. 심지어 아무도 그걸 보려 하지 않는 곳에도, 그러니까 공포 속에도, 참혹한 전투 속에도, 최악의 불행 속에도 말이에요. 그렇게 극적인 상황에서 그걸 인정하려면, 그리고 그걸 무의미라는 이름 그대로 부르려면 대체로 용기가 필요하죠. 하지만 단지 그것을 인정하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고, 사랑해야 해요,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해요. (p.147)


밀란 쿤데라의 마지막이 될 것 같은 소설 <무의미의 축제>는 그의 첫 번째 이야기인 <농담>을 비교해 보는 것은 흥미롭다. 농담을 농담으로 받아들이지 못해서 한 남자의 인생을 송두리째 무너뜨린 것이 첫 이야기라면 농담을 하며 즐거움을 느끼고 그 농담이 거짓말이 되는 세계가 마지막 쿤데라의 세계다. 80이 훌쩍 넘은 노작가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이야기에서 우리가 무엇을 읽어낼 수 있을까. 농담도 존재에 대한 이야기도, 거짓말도 모두 무의미한 것이다. 삶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지 않던가. 하지만 삶이 존재가 무의미하고 하찮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그것을 인정하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 즐거운 것 뿐만이 아니라 힘들고 괴로운 것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사랑-애정이 아닌-이다. 그런 이유로 모든 것을 바라보고 받아들일 수 있는 노인들이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하는 것이 아닐까. 이들은 결국 삶이 무의미하며 보잘 것 없는 축제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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