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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목가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7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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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가 Pastoral 牧歌 - 전원생활이나 목가적인 정서를 주제로 한 시문학. 목가라는 것은 고요하고 평화로운 시골의 한적한 느낌이 드는 것이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이 목가라는 단어에 반어적인 의미가 담긴다면 어떨까. 1960년대는 세계가 격동했던 시기였다. 특히 미국의 경우는 사회 전반에 걸쳐 격동적인 상황이 많이 펼쳐졌는데 ‘광기’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혼란스러웠다. 전쟁과 반전운동, 젊은 대통령의 당선과 암살, 흑인운동가의 암살, 패권주의와 우드록 페스티벌 등 미국의 당시 상황은 모든 것이 뒤섞여 있는 상태였다. 이런 와중에도 미국은 팍스 아메리카나라는 신제국주의 정책의 표방으로 여러 나라에 간섭을 하게 된다. 겉으로 내세운 것은 평화라는 이상이었지만 결국 미국이 걷게 된 길은 패권주의 말고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결국 미국과 소련의 끝없는 냉전과 타국의 공산화를 저지하고 패권을 지키겠다는 미국의 입장은 베트남 전쟁에 개입하는 것으로 이어져 쓰디쓴 실패를 겪게 된다. 필립 로스의 <미국의 목가>는 광기와 폭력으로 얼룩진 1960년대 말의 혼돈스러운 미국을 배경으로, 베트남전쟁의 실패와 맞물리며 한 개인이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몰락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그려낸다.

스위드, 마법처럼 불렸던 이름. 유대인이었지만 누구보다도 미국인 같았던 그는 스포츠의 영웅이었고 사랑의 대상이었다. 그는 전설로 통했고 실제 전설이 되었다. 미스 뉴저지 출신의 미국인 미녀와 결혼한 것이었다. 스위드는 결국 해내었다. 둘 사이에 소중한 딸인 메리가 태어나고 삶의 또 다른 소중한 가치가 된다. 하지만 메리가 자라고 미국인을 향해 저지른 사건으로 자신의 낙원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베트남전에 대한 반전운동으로 미국인들에게 폭탄테러를 가한 것이었다. 누구보다도 미국인다웠고 그걸 원했지만 결국은 완전한 미국인이 아니었던 그에게 딸의 행동은 무엇보다도 충격이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첫 번째 성공으로 여겼던 아름다운 부인이 바람을 피운 것이다. 스위드의 낙원은 완전히 몰락했고, 이렇게 몰락하고 나서야 스위드는 완전한 미국인이 될 수 있었다. 그는 대부분의 미국인이 겪었을 분노와 상처와 절망을 함께 똑같이 겪게 되었다. 유대인과 미국인의 이상은 한곳을 함께 바라보고 있었고 몰락 역시 함께였다.

어느 쪽이 옳은 가치인지는 알 수 없다. 참전용사인 아버지를 비난하는 반전주의자 아들, 피땀흘려 일군 가업을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흑인들의 폭동으로 어려워지게 되는 것, 규칙을 준수하는 것과 한없이 자유로워지는 것. 스위드의 딸 메리는 당시 미국에서 벌어졌던 폭력적인 운동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패권주의로 타국의 전쟁에 개입한 미국과 메리의 폭력적인 운동을 두고 어느 것이 더 옳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미국으로 온 스위드는 평범하고 목가적인 삶을 꿈꾸었고 결국 이루어 냈지만 한순간에 몰락하게 된다. 아메리칸 드림은 지옥이 되었고 자신의 삶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필립 로스는 『미국의 목가』로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도약하게 된다. [기억 속의 낙원][추락][잃어버린 낙원]으로 이어지는 각 장의 제목은 주인공의 몰락의 과정을 그대로 드러낸다. 현재도 끊임없는 영토분쟁과 전시에 준하는 상황을 가진 이스라엘을 보면서 미국을 대표하는 유대인 작가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스위드의 이야기를 쓴 작가를 내세워 그 뒤에 숨으려는 필립 로스에게 언뜻 느껴지는 감정은 유대인의 이상이 내비치는 것 같아 부담스럽기까지 하다. 스위드는 팍스 아메리카나를 원했고, 질서를 원했고, 규칙을 원했다. 그에게는 미국의 가치를 반대하는 모든 것이 나락이었을 것이다. 작가는 스위드를 통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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