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캇 펙 박사의 평화 만들기
M. 스캇 펙 지음, 김민예숙.김예자 옮김 / 열음사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평화만들기>를 쓴 스캇 펙 박사는 정신과 의사이자 <아직도 가야 할 길> <끝나지 않은 여행> <그리고 저 너머에>를 쓴 베스트셀러 작가다.

의사로는 드물게 인간 심리와 기독교 신앙의 통합을 지향한 그는 집단 이해를 바탕으로 한 공동체 형성을 이론화하고 기초를 다지기 위한 노력을 하였다.

또 비영리교육기관인 '공동체장려재단'을 만들어 개인과 조직에게 공동체의 원칙을 지도하고 공동체 형성 인도자를 훈련시키는데 주력하였으며 그의 이런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진 책이 바로 <평화만들기>다.

공동체장려재단은 "참여자가 인간의 연결을 더 깊은 차원에서 창조하는 의사소통을 경험하고 실습하는 집단과정"을 운영하였다.

이 재단은 1984년 12월에 세워져 2001년에 해체되었으며, 이 책을 쓴 스캇 펙 박사는 2005년 9월 25일 세상을 떠났다. 이 책은 공동체를 체험하고 공동체를 형성하는 스캇 펙 박사의 개인경험으로부터 시작하여, 사회적 국가적 혹은 국제적 공동체 형성을 위한 여러 가지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번에 국내에 번역 출간된 <평화만들기>는 공동체장려재단을 만들고 3년이 지난 후인 1987년에 출판된 책을 완역한 것이다. 스캇 펙 박사는 공동체에 관한 책을 쓴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세상을 구원하는 일은 공동체 내에서 그리고 공동체를 통하여 이루어진다.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 그러나 공동체를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에게 공동체의 의미를 말로 설명하여 이해시키기란 사실 불가능하다. 그리고 우리들 대부분은 아직도 진정한 공동체를 경험 해본 적이 없다.(본문 중에서)

그는 또 공동체에 관한 이야기를 평화를 중심으로 쓴 이유를 다음과 같은 비유를 들어 밝히고 있다.

"나는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길 건너 이웃은 고사하고 바로 옆집에 사는 사람과도 대화할 줄 모르면서 어떻게 소련 사람들(또는 문화가 다른 민족들)과 효과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본문 중에서)

그는 세계 평화 실현을 위한 유일한 길인 세계 공동체는 우리 자신의 개인적인 삶과 영향권 내에서 공동체의 기본 원리를 배우지 않고서는 결코 실현할 수 없다고 말한다. 따라서 자애를 바탕으로 하는 진정한 의사소통은 가정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하며, 평화구현은 주변의 작은 일상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상을 구원하는 일은 공동체를 통해 가능

이 책은 공동체 형성에 관하여 소개하는 여러 가지 다른 책들과 몇 가지 점에서 다른 특징이 있다. 첫 번째, 많은 공동체에 관한 책들이 철학과 이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다소 배타적인 공동체에 관한 경험을 소개하는데 비해 우리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경험할 만한 다양한 사람들의 모임을 통해서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두 번째로 이 책은 실용적 사례와 경험을 토대로 하여 이론적 기본 개념을 설명하고 있으며 개인의 평화와 소규모 공동체의 경험뿐만 아니라 공동체형성을 통한 세계평화라는 대로 의미의 확장을 꾀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막연하게 여러 소규모 공동체를 통해서 저절로 세계평화에 이를 수 있다는 주장을 늘어놓는 단계를 넘어서고 있다.

<평화만들기> 3부에서는 스캇 펙 박사의 공동체 경험나누기와 공동체론을 기반으로 하여 강대국 중심의 무기 경쟁, 그리고 세계 공동체를 위한 교회의 역할, 그리고 미국정부의 바람직한 역할에 대하여 다루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현실성이 없다고 할지 모르는 제안을 통해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가능성을 열어 보이고 있다.

그는 이러한 가능성을 열어 보이기 위하여 자신의 나라 미국과 기독교 교회에 대하여 여러 면에서 많은 비판하고 있다. 그는 스스로 소련이나 이슬람 국가들의 잘못보다는 미합중국과 기독교 교회가 저지르는 잘못에 더 관심을 두고 있는데, 그 이유는 "자신이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자신뿐"이라는 점에 주목하기 때문이란다.

스캇 펙 박사에 따르면 <평화만들기>는 곧 공동체 만들기다. 공동체는 우연히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공동체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값싸게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규칙들을 익혀야하고 또 지켜야 한다."(본문 중에서)

스캇 펙 박사가 쓴 <평화만들기>에는 공동체를 이룰 수 있는 중요한 규칙들과 그 규칙을 익히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독자들이 이러한 규칙을 익히기를 바랄 뿐 아니라 그것을 따를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우고자 한다.

이 책 머리말에 나오는 수도원 이야기는 스캇 펙 박사가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공동체 만들기, 공동체 경험하기를 소개하는 가장 적절한 예문 중 하나이다. 몰락해가는 수도원의 수사들이 "당신들 중 한 사람이 구세주"라고 하는 랍비의 이야기를 듣고, 서로를 각별히 공경하고 자신을 사랑하게 되었으며, 마침내 수도원은 다시 살아나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그는 비교적 작은 규모의 공동체를 설계하고 실행하는 다양한 모델을 소개하기도 하며, 훨씬 더 큰 규모가 큰 '성 앨로이셔스 교단' 혹은 '지하실 집단'과 같은 가상의 공동체를 소개함으로써 독자들이 공동체를 만드는 경험에 공감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공동체 형성의 첫 걸음 '마음 비우기'

그는 공동체를 형성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마음 비우기'라고 역설하고 있다. 또한 마음의 여림 즉 약점이 있음을 인정하는 과정을 통해서 통합의 과정에 다다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마음 비우기와 관련하여 진정한 공동체는 변함없이 심사숙고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공동체가 살아남으려면 무엇을 하든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묻고, 공동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생각해 보며 '마음 비우기'를 위해 멈춰서는 일을 반복해야만 한다. 또한 우리는 스스로 마음을 비우지 않는 한 다른 사람을 우리 마음에 들어오게 할 수 없다."(본문 중에서)

스캇 펙 박사가 인용한 부소와 당고라는 두 승려의 이야기는 마음비우기가 무엇인지를 잘 나타내 준다.

비가 오는 어느 날 부소와 당고는 한 절에서 다른 절로 여행을 하고 있었다. 그들이 반쯤 여행 했을 때, 거대한 진흙탕이 되어 버린 건널목에 다다랐고, 아름다운 옷을 입은 젊은 여가가 난감한 표정으로 도움을 청하는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부소는 도움을 요청하는 여인을 업고 그녀를 길 건너편에 내러놓았다. 그리고 부소와 당고는 비를 뚫고 여행을 계속하였다. 그 날 밤 당고는 부소를 나무란다. "여보게 어떻게 자네는 젊은 여자를 등에 업을 수가 있나? 자네는 승려인 우리가 여자를 멀리 해야 한다는 것을 잊었는가?"하고. 그 때 부소는 당고를 쳐다보았다. " 당고 자네는 아직도 그 젊은 여자를 업고 있나?" 그는 물었다. "나는 그녀를 5시간 전에 벌써 내려놓았네."(본문 중에서)

스캇 펙 박사는 마음을 비우는 목적은 새로운 것을 위한 여유를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무엇인가 포기하는 유일한 이유는 더 나은 무엇인가를 얻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 주목하라고 한다. 그는 우리에게 평화를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비워야 하는가? 생각해 볼 것을 요청한다. 어떤 태도와 행동, 방식, 관습을 비워야 하는가? 우리가 아직도 마음속에 뒤떨어진 견해, 정책, 이해, 분노를 품고 다니지 않는지 돌아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마음 비우기의 다음 단계로 스캇 펙 박사가 강조하는 것은 '통합과 통합성'이다. 어떤 사람이 공동체를 위하여 통합적인 사고를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있는 것은 다음과 같은 사고를 하고 있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땅에 대한 자연에 대한 통합적 사고는 바로 이런 것이다.

"법률상 내가 코네티컷 주에 소유한 재산은 '나의 것'일지 모르지만 그것은 나 이전에 많은 세대의 백인과 인디언들이 농사를 지었던 땅이었으며, 앞으로도 많은 세대의 이방인이 계속해서 그 땅에 농사를 짓기 바란다. 정원에 있는 꽃들은 '나의' 꽃이 아니다. 나는 꽃을 창조할 줄 모른다. 나는 단지 관리인 노릇을 하거나 양육할 수 있을 뿐이다."(본문 중에서)

평화를 위한 통합적 사고는 바로 이런 것이다. 이런 사고를 하기 시작하면 이라크와 레바논이 나와 아무 상관없는 일이 될 수 없고 굶주리는 이웃의 일이 내 관심사가 아니라고 말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통합적 사고 '내 것인 것과 내 것 아닌 것'

그는 이 책의 3부에서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기독교와 미국 그리고 대량살상 무기 문제에 관하여 공동체적인 접근을 통한 <평화만들기>의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그는 미국에 대하여 동전 위에 '우리는 하느님을 믿습니다'라고 쓰면서 이 세상에 무기를 만들고 파는 국가는 신성 모독을 범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아울러 그는 공동체의 원칙을 적용함으로써 기업의 생산성이 증대될 수 있고, 가정은 더 화목해질 수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는 가정이나 기업 내의 공동체 형성도 중요하지만 전 지구 차원의 평화를 추구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한다.

그는 지구적 차원의 공동체를 만들 수 있는 핵심원리는 바로 국가의 외적주권을 희생해야한다는 사실을 명백히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생소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미합중국의 탄생은 세계사에 유래를 찾아 볼 수 없을 만큼 획기적인 외적주권을 포기함으로써 이루어진 공동체라는 것이다.

"미국은 200년 전에 새로 생긴 각 주가 연방헌법을 비준했을 때 각 주가 가질 수 있는 외적주권을 상당부분 포기했다. 만약 각 주들이 외적 주권을 기꺼이 포기하지 않았다면, 미합중국은 성립되지 않았을 테고, 북미 대륙에 13개, 30개 또는 300개의 국가가 생겼을 것이다.(본문 중에서)

스캇 펙에 따르면 세계 모든 국가들 중에서 미합중국의 역사적 경험은 세계를 지구합중국으로 생각할 수 가장 앞선 경험을 제공해주고 있다. 그는 초국가 정부가 국가 간의 차이점을 존중하고 평화를 이룰 수 있으리라고 예측한다.

공동체는 전체의 행복을 위해 개인적 차이를 초월 할 수 있는 집단이다. 그러한 초월은 특정한 태도의 희생, 편견 없애기, 공동체 형성과 유지를 위한 규칙에 순응하기, 개인적 권리에 대해 일정부분 포기를 요구한다. 반면에 그러한 희생과 복종은 평화뿐만 아니라 더 큰 다양성, 표현의 자유, 창조성, 생기, 기쁨을 만끽하는 것이 일차적 목표이다. 이것은 국가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스캇 펙의 <평화만들기>가 가진 탁월함은 개인과 작은 집단을 통해 공동체를 형성하고 유지시켜 가는 경험으로부터 착안하여 세계 공동체, 세계평화를 위한 가능성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내 안의 평화로부터 세상의 평화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에게 도움 되는 많은 사례와 용기를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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