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전략 - Reading & Writing
정희모.이재성 지음 / 들녘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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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아침에 안방 문 앞에는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들이 쓴 편지들이 놓여있었다.  처음 있는 일이어서 무척 반가웠고, 감격스런 마음으로  읽었다. 

그런데 읽고 나서는 "아! 이 녀석들의 작문 실력을 이대로 두어서는 안되겠구나......"라는 걱정스런 마음이 생겼다.  아들들은 부모에 대한 고마움, 부모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미안함, 올해 더욱 열심히 살겠다는 다짐을 잘 나타내었지만, 문장의 구성이나 맞춤법 등은 내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다.  특히 인터넷 세계에서 흔이 사용되는 잘못된 문구들이 여러 군데 나타나고 있었다.

큰 아들이 처음 맞게 되는 2008년도 대학 입시에서는 논술이 중요하다는데, 글쓰기 실력이 안정되지 않는다면 문제가 될 것 같았다. 학교에서도 논술은 제대로 배우는 것 같지 않고, 믿을만한 사교육 시스템도 없는 것 같은데...... 결국 알라딘 인터넷 서점을 찾았고, 30여분 탐색한 끝에 결정한 책이 정희모, 이재성 교수의 <글쓰기의 전략>이다.

주문한 책이 도착한 후, 평소와 마찬가지로 아이들에게 읽기를 권유하기에 앞서 내가 먼저 읽게 되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생각은 아니었는데, 책을 중간에 내려놓을 수 없었다.  내가 겪고 있는 문제점을 잘 지적하고 치유 방법을 알려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평소 글을 어느 정도는 쓴다고 생각해 왔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글쓰기가 점점 어려워짐을 느끼고 있었다.  나이가 들어 두뇌 회전이 느려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면,위안이 되기도 하고 씁쓸해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 책은 내가 글쓰기의 기본을 다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이 책에서는 글쓰기가 제대로 되려면 최초의 구상에서 시작하여 계획 단계, 집필 단계, 교정 단계를 착실하게 거쳐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내가 글을 쓰던 방식은 주제를 정하면 계획단계에서 글의 구성과 논리 전개 계획을 치밀하게 세우지 않고 바로 집필 단계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초고를 일찍 쓴 다음 몇 차례의 교정을 거치면, 내가 일하는 분야에서는 어느 정도 수준이 되는 글이 만들어져 왔었다. 

그러나 1~2년 전부터는 이러한 과정이 잘 작동하지 않는다.  우선 주제를 정한 후 초고가 잘 쓰여지지 않는다.  계속 마음의 부담만 갖고 있다가 시간이 촉박해지면 어쩔 수 없이 글을 적게 되고, 충분한 교정을 보지 못하여 기본적인 표현의 잘못과 오탈자가 흔히 나타난다.  결국 글을 쓰지 않은 것만 못한 결과가 초래되기도 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 상세하게 다루고 있는 "구성"에 대한 내용은 내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를 상당 수준 완화시킬 것같다.  글을 어떻게 시작할까 고민만 하던 시간에 글에 대한 설계도와 구성 아이디어를 좀더 구체적으로 진행시킬 방법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학생들에게 실용적인 글쓰기 책을 제공"하겠다는 저자의 목표를 거의 달성한 것 같다. 본문에서 다루어진 내용이 매우 실제적이어서 독자가 글을 쓸 때 바로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20여편에 달하는 예문들은 수준이 있고, 대부분 2000년대에 쓰여진 것들이어서 생명력이 있다.  저자가 강조한 '분석'을 하기에 적절한 글들이라고 본다.

또 하나, 각 장마다 마지막에 배치한 '알고 보면 쉬운 우리 글'은 혼동하기 쉬운 우리말 용법을 참 잘 정리하였다.  기성세대는 감각적으로 알고 있는 맞춤법을 학생들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예들이 잘 다루어져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아마도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강의하면서 신세대 학생들의 약점을 잘 파악한 결과라고 본다.

글 쓰기 책이어서 그런지 본문 하나하나가 매끄럽게 연결되어 읽기가 편하였고, 오탈자도 거의 없는 것 같다.  지금까지 내 눈에 띈 것은 딱 두 곳이다.

- 197쪽 5째줄: <... 글의 방향에 따라 초점이 달리하여 ...> ==> <... 초점을 달리하여 ...>

- 215쪽 3째 줄: "떡을" 대신 "먹은"에 밑줄이 그어지고, "먹은"의 "은"이 굵은 글씨가 되어야 함.

대학생이나 일반인들은 이 책만으로도 상당한 수준의 글쓰기 실력 향상을 얻을 것이다. 중고등학생의 경우 지도하는 분의 도움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나도 우리 아이들과 같이 읽어 나가려고 한 권을 더 주문했다.

글쓰기 실력 향상은 이론만으로 되거나 글쓰기 책을 읽어서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무작정 독서를 많이 하라고 한다거나 글을 많이 쓰라고 하는 것도 바른 방법은 아니다.  이 책을 믿고 따라 할 경우 효과적으로 글쓰기 실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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