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식 통일, 현재진행형
백낙청 지음 / 창비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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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반도식 통일, 현재 진행형




백낙청 교수는 8년전에 ‘흔들리는 분단체제’라는 제목의 책을 냈다. 이 책에 대해 최근에 출간한 ‘한반도식 통일, 현재 진행형’이라는 책의 머리말에서 제목을 잘 지어서 재미를 좀 보았다고 회고했다. 실제로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에 진행된 남북관계 ‘뽕나무 밭이 변해서 바다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크게 변화하였다. 이런 변화를 실감한 사람들은 6.15 공동선언 발표 이전에 이미 분단체제가 흔들리고 있다고 간파한 백낙청 교수의 혜안에 감탄할 수 있을 것이다. 책 제목 잘 지어서 재미를 좀 보았다는 백교수의 표현에 은근한 자부심(?) 같은 것이 묻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백교수는 이번에 출간한 ‘한반도식 통일, 현재진행형’이라는 책에서도 재미를 보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똑같은 재미를 두 번 되풀이해서 느끼기는 좀 어렵지 않을까 싶다.




한반도식 통일이란?

‘흔들리는 분단체제’라는 제목에는 말 그대로 분단체제가 흔들린다는 분석과 예측이 담겨 있다. 그 예측이 틀리지 않았기 때문에 제목 잘 달았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한반도식 통일, 현재 진행형’이라는 제목도 얼핏 우리가 못느끼는 사이에 통일이 진행되고 있다는 예언 같은 게 담겨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세월이 흐른 뒤에 사람들이 “그때 백교수가 한 예언이 딱 맞았어”하고 말한다면 백교수는 또 제목 잘 달았다는 자부심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반도식 통일, 현재 진행형’이른 표현은 점쟁이처럼 미래를 예측하는 표현이 아니다. 그 표현은 우리의 통일의 성격을 말해주는 표현이다. 예측을 잘해서 그게 입증되면 나중에 재미를 볼 수 있는 성질의 제목이 아닌 것이다. 이미 우리가 맞이해야할, 맞이하고 있는 통일의 성격을 밝히고 있으므로, 그 성격을 정확하게 표현했다는 사실만으로 재미를 보기에 충분하다.

백교수는 ‘한반도식 통일’이란 독일식도, 베트남식도 아닌 ‘우리식’이라고 설명한다. ‘현재 진행형’이란 통일은 과정이고, 6.15 선언 이후 과정으로서 통일은 이미 시작되고 있다는 표현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반도식 통일, 현재 진행형’이란 표현은 우리가 이룰 통일에 대해 압축적으로 잘 표현해주고 있는 제목이다.

2차대전 이후 분단국가가 통일된 사례로 흔히 독일, 베트남, 예멘을 꼽는다. 하지만 독일의 통일은 준비가 미흡한 상태에서 진행된 일방적인 흡수통일이라는 점에서, 베트남의 경우 전쟁에 의한 비평화적인 통일이라는 점에서, 예멘의 경우 국민대중의 지지와 참여가 없이 이루어진 정치권력에 의한 야합형 통일이라는 점에서 비판을 받아왔다. 이런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는다면, 분단의 유지와 지속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한편으로 우리의 늦은 통일을 오히려 다행스럽게 생각할 수 있다.

다른 나라의 사례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인가? 통일은 준비가 필요하고, 일방적인 흡수통일이거나 전쟁에 의한 통일이 아니며, 국민대중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것, 이것이 바로 다른 나라의 사례와 다른 한반도식 통일의 내용이 될 수 있다.  




현재진행형은 통일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

통일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표현은 백교수가 통일에 대한 개념을 바꿀 것을 제창한 의미속에 그 표현을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백교수는 “단일형 국민국가로의 ‘완전한 통일’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연합제와 낮은 단계의 연방제 사이 어느 지점에서 남북간의 통합작업이 일차적인 완성에 이르렀음을 쌍방이 확인했을 때 ‘1단계 통일’이 이룩되는 것이라는 새로운 발상”을 제창하고 있다. 그리고 “다소간에 두루뭉수리로 진행하다가 문득 통일이 되는 과정이야말로 ‘과정으로서의 통일’이라는 한반도식 통일의 참뜻”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필자도 오래전부터 통일의 개념을 바꿀 것을 주장해왔다. “통일은 하나가 되는 것인가?”라는 물음에 답하기 위해 좀 더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통일은 하나가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은연중에 널리 퍼져 있다. 민족동질성을 회복하기 위해 통일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아무런 이견이 없을 것이다. 민족동질성의 회복은 곧바로 하나가 되는 통일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일은 하나가 되는 것이고, 통일은 민족동질성을 회복하는 것이라는 생각은 반은 맞지만 결코 완전히 맞는 말은 아니다.

통일은 하나가 되는 것이지만 놓쳐서는 안될 것은 통일은 하나로 가는 과정이라는 점이다. 통일은 민족동질성을 회복하는 것이지만, 민족동질성에 기초하되 남북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 통일과정에서 더 중요하다.

통일을 과정으로 바라보지 않을 경우에는 급격한 체제통합을 쉽게 연상할 수 있다. 급격한 체제통합이 가져올 후유증은 너무도 분명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통일을 논의하지 말자는 데로 이른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이 빨리 통일을 하는 것에 대해 염려하고 통일이 가져올 혼란을 걱정하면서, '지금 이대로'가 더 낫다는 논의를 만들어 낸다. 통일을 과정으로 이해하지 않을 경우 '통일'에 대해서 이와 같이 부정적인 연상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현단계에서 추구해야 할 통일은 '통일과정의 초기 단계로서 공존'이라고 바라볼 필요가 있다. 남북의 공존도 통일이고, 현시기에 추구해야할 통일상태는 공존이며, 이 상태가 역동적으로 발전해 가면서 궁극적으로 하나가 되는 통일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통일을 미룰 필요도 없고, 통일 때문에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염려해서 통일을 부정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오히려 통일과정에서 모아진 민족적 열망을 통일공동체 건설의 동력으로 삼을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본다면 6.15 공동선언 합의 이후 현재의 상태를 통일이 진행 중인 상태라고 적극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통일논의 활성화를 기대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6.15 선언이 발표되었고 한반도 통일이 현재 진행중인데도 통일에 대한 논의는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급속한 통일이 가져올 혼란을 피하자는 것이 그 이면에 깔려 있어 보인다. 하지만 통일논의를 활성화하여야 오히려 혼란을 방지하고 통일에 대한 준비를 할 수 있다.

통일을 과정으로 바라보고 통일을 점차적으로 추구한다면 통일논의를 피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활발한 통일논의를 통해서 어떻게 통일을 이룰 것인가에 대한 의견을 모아야 한다. 급속한 통일을 피하기 위해서는 평화롭게 공존하는 통일은 어떻게 이룰 것인지에 대해서 창조적으로 접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활발한 통일논의를 통해서 어떤 상태를 통일이라고 말하는 것인지에 대한 기준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 이런 기준을 바로 세우는 것이 통일을 준비하는 길이다. 

백낙청교수의 ‘한반도식 통일, 현재 진행형’이 가지는 가장 큰 의미는 한동안 주춤했던 통일논의를 다시 본격적으로 제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반도식 통일의 성격, 통일의 개념, 통일운동 방식, 통일과 남한사회개혁과의 관계, 6.15선언 2항을 비롯한 통일방안 논의, 통북아와 한반도 평화체제 등 통일론을 형성할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에 대한 백교수의 주장이 통일논의 활성화에 촉매제가 되길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통일과정에서 우리가 무엇을 하는 것이 통일을 준비하는 것인지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하고자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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