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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너 - 다음 세대를 지배하는 자
김영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 이매지너 : 다음 세대를 지배하는 자 | 김영세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10
오랜만에 만난 후배의 목에 삼각형 프리즘 모양의 신기한 기기가 걸려있었다. 그게 뭐냐고 묻는 내게 의기양양한 후배의 대답, '언니, 이거 몰라요? 이거 요즘 장안의 화제인 아이리버의 프리즘 mp3 플레이어잖아요!' 귀에 뭔가를 꽂고 다니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 CDP나 MP3P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던 나는 그날 후배에 의해 유행에 뒤쳐진 선배가 되어버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후배의 엠피뜨뤼~는 기능은 어떤지 몰라도 디자인은 정말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독특했다. 누가 디자인 했을까 궁금하던 차에 아이리버를 만든 레인콤을 소개하는 티비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고, 프리즘 mp3가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디자이너 김영세의 작품이라는 걸 알게 됐다.
독특한 디자인으로 큰 주목을 받은 레인콤의 아이리버 프리즘 mp3와 함께, 세로로 보는 걸 당연하게 생각했던 휴대폰의 액정을 가로로 돌리는 파격을 실천한 삼성 애니콜의 가로본능폰과 콤팩트를 열지 않고도 바로 거울을 볼 수 있게 슬라이드 형식으로 디자인해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아모레 퍼시픽의 라네즈 슬라이드 팩트 또한 김영세의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이렇게 그의 디자인들은 하나같이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는 신선한 파격과 독특함을 자랑한다.
그러나 그의 디자인이 빛을 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겉으로 보이는 파격이 그저 '튀기 위함'이 아니라 그것을 직접 사용할 사람들의 편의를 위한 실용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콤팩트를 열지 않고 화장을 고치고 싶어하는 여성들의 마음을, 멀티미디어기로 진화하고 있는 휴대폰에서 영화를 즐기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불편함을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슬라이드 팩트와 가로본능폰으로 탄생했다. 또한 핸드백처럼 가벼운 노트북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샌드위치처럼 접히는 노트북이 출시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틀을 깨는 창의적인 생각은 도대체 어디에서, 어떻게 나오는 걸까? 저자는 그 답을 '이매지닝'에서 찾고 있다. 『이매지너』는 창의적인 생각을 현실로 이끌어 내는 사고법인 '이매지닝(imagining)'을 통한 창조적인 인재 '이매지너(imaginer)'가 되는 방법에 대한 책이다. 처음 『이매지너』라는 제목만 보고는 이미지와 그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사람들, 즉 디자이너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책인 줄 알았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근본적으로 저자는 이책을 통해 이미지를 그려내는 디자이너 뿐만 아니라 문제에 부딪친 모든 사람들이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궁극적인 방법을 제시하려 한다. 그것이 바로 '이매지닝'이다.
- 이매지닝은 우리들을 특별한 세상으로 안내하는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다. 나만의 상상력과 잠재력을 마음껏 펼쳐 볼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아무도 간섭할 수 없는 나만의 세계 속에서 이 세상을 위한 놀라운 가치를 창조하는 일, 이것이 바로 이매지닝이다. (107쪽)
저자는 '이매지너'의 개념과 이매지너가 되기 위한 사고 방법인 '이매지닝'의 구체적인 과정과 실천 방법들을 김영세 자신과 그가 이끌고 있는 이노 디자인의 여러 작품들을 예로 들어 쉽게 설명해 준다. '이매지너'란 미래를 이끌어갈 진정한 리더로서 강력한 상상의 힘으로 미래의 가치를 현실의 성공으로 이끌어 낼 수 있는 사람들을 칭한다. 머릿속에서 펼쳐지는 상상의 밑그림들을 바탕으로 현실에서 혁신적인 디자인을 뽑아내는 디자이너 김영세가 바로 대표적인 이매지너라 할 수 있다. '이매지닝'은 이런 이매지너들이 사용하는 창의적 생각의 방법으로, 동시에 그들 같은 이매지너가 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 이매지닝이란 '전략적 상상'을 의미한다. 우리 일상 속에서 남는 시간에, 혹은 의도적으로 시간을 할애하여 우연히 머릿속에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하나의 가치 있는 생산물로 탄생시켜 나가는 과정이다. 사람들은 종종 나에게 그렇게 끊임없이 혁신적인 디자인을 해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냐고 묻곤 하는데 나의 창의의 원동력은 바로 이매니징이다. (96쪽)
『이매지너』에서 저자는 '이매지닝'을 문득 떠오른 생각이나 해결하고자 하는 어떤 문제를 현실에서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해결책으로 변화시킬 때까지 계속해서 머릿속으로 상상하고 그려보는 것으로, 공상과는 다른 '전략적 상상'이라고 정의한다. 상상속에서 우리는 보다 자유로워진다. 머릿속에서 이루어지는 상상은 현실과는 달리 어떤 제약이나 한계가 없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마음껏 상상력을 발휘하다 보면 수많은 아이디어들이 떠오르는데, 그것들을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단련시키다 보면 어느 순간 현실과의 연결점을 찾게 된다. 저자는 이런 이매지닝을 통해 창조적인 사고를 하는 연습을 꾸준히 하다보면 누구나 창의적인 인재인 '이매지너'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세계적인 디자이너'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은 김영세,라는 인물에 대해 막연한 동경과 아직 읽어보지 못한 그의 전작 『이노베이터』에 대한 사람들의 찬사에 힘입어 이책 『이매지너』를 먼저 만나보게 되었다. 디자인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평소 관심은 많았던 터라 그의 대표적인 작품들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과 설명, 그외 디자인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흥미롭게 읽어내려갔다. 생각의 틀을 깨는 혁신적인 디자인들과 디자인 하나로 전혀 다른 상품으로 재탄생되는 상품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혁신적인 디자인을 가능하게 하는 창조적인 생각의 중요성을 새삼 다시 느낄 수 있었다.
모든 자기계발서들이 그러하듯 『이매지너』의 내용 또한 궁극적으로 창의적인 인재인 '이매지너(imaginer)'가 되기 위한 창조적 사고법인 '이매지닝(imagining)' 방법으로 요약될 수 있다. 저자는 책의 전반에 걸쳐 이매지닝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는데, 머릿속의 상상을 통해 숨겨진 잠재력을 이끌어내어 문제를 해결한다는 점에서 '이매지닝'은 '몰입'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저자가 말하는 이매지닝은 분명 창조적인 사고법이지만 그것 자체가 획기적인 사고 방법은 아닌 셈이다. 비슷한 내용을 이미 출간된 책에서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다. 그럼에도 디자인이라는 창조적인 작업의 과정과 저자의 다양한 디자인 경험을 바탕으로 독자들의 관심을 이끌어낸다는 점은 이책이 가진 장점이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