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귓가에 닿지 못한 한마디 말
- 정희성
한 처음 말이 있었네
제 눈뜨지 못한
솜털 돋은 생명을
가슴 속에서 불러내네
사랑해
아마도 이 말은 그대 귓가에 닿지 못한 채
허공을 맴돌다가
괜히 나뭇잎만 흔들고
후미진 내 가슴에 돌아와
혼자 울겠지
때늦게 싹이 튼 이 말이
어쩌면
그대도 나도 모를
다른 세상에선 꽃을 피울까 몰라
아픈 꽃을 피울까 몰라
정희성, [시를 찾아서], 창작과 비평, 2001. 2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