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귓가에 닿지 못한 한마디 말

                                                    -  정희성

 

한 처음 말이 있었네

제 눈뜨지 못한

솜털 돋은 생명을

가슴 속에서 불러내네

 

사랑해

 

아마도 이 말은 그대 귓가에 닿지 못한 채

허공을 맴돌다가

괜히 나뭇잎만 흔들고

후미진 내 가슴에 돌아와

혼자 울겠지

 

사랑해

 

때늦게 싹이 튼 이 말이

어쩌면

그대도 나도 모를

다른 세상에선 꽃을 피울까 몰라

아픈 꽃을 피울까 몰라

 

정희성, [시를 찾아서],  창작과 비평, 2001.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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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4-12-16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의 주제와는 별로 관계가 없을지도 모르지만 갑자기 이 대사(영화 2046에서 왕조위가 주절거리던 대사)가 생각났다. '사랑은 타이밍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맞는 말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