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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 - 이해인 산문집
이해인 지음, 황규백 그림 / 샘터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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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은 밤, 한 잔의 커피를 내리고 한 권의 책을 집어 들었다. 이런저런 일들로 여유가 없었다는 핑계를 대며 책을 가까이 할 수 없었던 지난 며칠을 만회(?!)하고자 늦은 밤에 커피 한 잔과 책을 준비하게 된 것이었다. 빨리 책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앞서서 그랬던 것인지, 드립을 너무 성의 없이 했던 모양이다. 커피가 맛이 없게만 느껴져 한모금만 마시고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본연의 목적인 책에 빠져들게 되었다. 그러다 나도 모르게 다시 손이 가서 마신 조금 전의 그 커피는 좀 전과는 전혀 다른 맛으로 다가왔다. 아무리 커피의 맛이 그날의 느낌이나 그 순간순간의 분위기에 많이 좌우된다고 하지만 이렇게 확연히-그것도 그 짧은 시간에 말이다-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사실을 이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다. 늦은 밤, 맛없던 커피마저 아주 향긋하고 맛있는 커피로 만드는 그런 힘을 가진 책이 바로 이해인 수녀님의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였다.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는 이제는 고인이 되신 박완서님의 편지로 대신한 서문으로 시작된다. 책을 제대로 보기도 전에 울컥 뭔가가 솟아오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여는 글을 시작으로 수녀님의 -감히 이런 표현을 써도 될지 모르겠지만…- 예쁘고 정말 깨끗한 글 하나하나에 금세 마음은 진정되고 밝아진다. 물론 그 역시도 같은 감정으로만 계속 가지는 않는다. 전체 6장으로 이루어져있는 이 책은, 일상 속에서 얻게 되는 다양한 이야기들부터, 우정에 대한 이야기, 수도원의 일상, 다양한 이들을 위한 기도일기, 묵상일기, 그리고 이해인 수녀님과 인연을 맺었던 많은 이들에 대한 추모의 글들을 담은 이야기들이 차례대로 담겨있다. 그 속에서 감사, 행복, 격려, 위로 등의 다양한 축복들을 만나기도 하고, 나도 모르게 흘러내리는 눈물을 만나기도 하게 된다. 

 

 어떤 사람을 떠올리면 그 사람과 관련된 또 다른 어떤 것들이 생각나기 마련이다. 그 중에서도 감사, 격려, 위로, 희망, 축복 그리고 사랑을 떠올리게 되는 사람이 있다. 이름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져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사람 말이다. 나에게는 이해인 수녀님이 그랬다. 아무것 없이도 ‘이.해.인’이라는 세글자만으로도 충분히 마음이 따뜻해져 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물론, 앞에서 말한 단어들로는 전혀 표현되지 않을 따뜻함으로… 

 

우리는 과연 무엇을 위해 그토록 숨차게 바쁜 것인지? 

마음의 여유를 잃어버린 성급함으로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인지? -P34 

 

 그저 이 책이 따뜻하고, 감성적인 느낌만을 전해줬다면 그냥 한 번의 위안으로 스쳐지나갔을지도 모른다. 다행스럽게도, 아니 당연하게도 수녀님의 예쁜 글들은 그 속에서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그동안의 내 삶은 어떠했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것이다. 요즘 계속해서 뭔가에 쫓기듯 불안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괜스레 짜증만 내고 마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행동은 그렇게 되지 않는 그런 날들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조금씩 달라지는 내 삶을 생각하고 계획하게 만든다. 일상의 이야기들을 통해서 잊고 있었던 감사, 행복의 마음을 떠올리게 한다. 짧은 시간 동안 나의 느낌을, 나를 감싸고 있던 분위기를 바꾸어 커피의 맛을 다르게 느끼게 했듯이, 나를 조금씩 바꾸어가게끔 하는 것이다.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라는 단 한 줄의 책 제목으로도 충분히 많은 생각들을 안겨준다. 그리고 이 책 속의 글들을 하나씩 마음에 새기다보면 그 이상의 생각과 삶을 안겨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 어떤 커피보다도 진하고 기분 좋은, 그리고 깊은 향-어쩌면 감히 커피의 향을 이 책과 비교할 수도 없겠지만…-이 나는 책,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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