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끊고 성적이 올랐어요 - 자기주도학습 4000시간의 실험과 기적
정영미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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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학원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버렸다. 교육이 사회적 성공의 길로 가는 유일한 대안인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학원과 과외를 안 시키는 건 아이에게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게 하고, 아이들 교육에 손을 놓는 인상마저 준다. 공교육만 시켜서는 아이의 성적을 상위권에 올려 놓는게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니, 사교육에 대한 환상과 열풍은 부모와 아이의 불안감 이라는 영양분을 먹고 쑥쑥 자라고 있는 추세이다.  

그런데 과연 사교육이 아이의 성적을 올리는데 가장 나은 대안일까? 만약 그렇다면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의 대부분이 성적향상을 보여야 할테고, 우리나라 학생의 공부시간이 평균 13시간 이라니 그만큼 성적이 잘 나와야 할 것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공부한 시간과 성적이 비례하지도 않을 뿐더러, 사교육을 받는다고 성적이 꾸준히 오르지도 않는다. 그래도 우리가 사교육을 줄이지 못하고 새벽까지 아이들이 공부하는 건 모든 학생들이 이렇게 공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학교에서 선생님의 수업을 들으며 필기를 하고, 학원에 가서도 똑같이 선생님의 강의를 듣기만 한다. 그러다보니 정작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을 갖기가 힘든데, 이렇게 수동적으로 교육을 받다보니 자신이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조차 고민하지 않게 된다. 어차피 해야 하는 공부라면 내가 공부하는 이유를 찾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공부 방법을 알아가며 그 속에서 재미를 느껴야 한다. 이런 과정이 이 책이 말하는 '자기주도학습'의 이유이기도 하다.

스스로 공부하는 '자기주도학습'을 실천하기 위해선 여러 조건이 지켜져야 하는데,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사교육을 끊는 것이다. 실험에 참가한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에겐 어쩌면 모험과도 같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대학입시의 가장 중요한 시기에 익숙한 사교육을 끊는 다는 건 불안감을 가져올 수도 있었다. '자기주도학습'은 듣기만 하는 공부가 아니라 자기 것으로 만드는 공부 시간을 가져야 하는 것이기에, 사교육을 받으면 그 시간이 확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둘 다 병행한다는 건 무척 힘든 일이었기에 과감하게 선택해야 했다.  

두번째로는 성적 상승을 간절히 원하는 마음가짐 이었다. 뚜렷한 목표가 있어야만 6개월에서 1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겪게되는 고통을 참아낼수 있을 것이다. 공부를 그저 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거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다거나, 해 보고 안되면 말고 라는 식의 마음가짐을 가진다면 아예 시작조차 하지 말아야 한다. 세번째로는 부모님이나 선생님 등 도와줄 멘토를 구하는 것이다. 성적이 오르지 않거나 슬럼프에 빠졌을 때 나에게 용기를 주고 같이 기뻐해 줄 멘토가 있다면 긴 시간이 힘들지 않을 것이다.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공부하는 '독학'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 함께 해나가는 것이기에 특히 부모님의 역할이 중요하다. 아이를 학원에 맡기고 말로만 "공부 열심히 해라" 했던 모습 대신, 아이를 관찰하고 대화를 요청하고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

'자기주도학습'의 목표는 비단 성적 향상만이 아니라 창의력과 문제해결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아이들이 공부를 해야하는 이유가 단순히 좋은 대학,직장을 얻는게 아니라 어떤 목표를 정하고 노력을 쏟아 붓고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경험을 할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험을 하면 어른이 되어서도 어떤 문제 앞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창의적이고 성실하게 임할수가 있는 것이다. 그런 공부를 통해서 달라지는 자신을 발견한다면 한층 성숙해지는 계기가 된다.  

'자기주도학습'은 공부 습관을 만들어주는 프로젝트 이기도 하다. 계획과 실천의 중요성을 알게 된 아이들은 공부할 거리를, 알아야 될 내용들을 스스로 찾게 된다. 스스로 찾아낸 내용만이 온전히 자기 것이 된다. 실험에 참가한 학생들이 초반에 성적이 하락한 건 공부습관이 없었기 때문이다. 학원과 학원 스케줄에 익숙했던 참가자들에겐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공부한다는 사실 자체가 고통이었고, 사교육을 끊자 남게 된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했다. 공부 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못했기에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몰랐던 것이다.  

이런 우여곡절을 통해 스스로 공부하는 법을 찾게 된 아이들은 놀랍게도 초반의 우려와는 달리 꾸준한 성적 향상을 보였다. 공부하는 이유와 방법에 대해서 몰랐던 아이들이 이제는 스스로 찾아서 공부하게 되었고 시간을 알뜰히 쓰며 공부를 하게 됐다.상위권에겐 공부하는 즐거움을, 중위권에겐 즐거움 뿐 아니라 참다운 나 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하위권에겐 잃어버린 자신감을 되찾아 준 '자기주도학습'은 아직 시작 단계이지만 충분히 도전해 볼만한 가치가 있는 방법이다. 아이들에게 뚜렷한 목표와 동기부여를 만들어주는게 가장 중요한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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