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궁의 노래>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별궁의 노래 - 잊혀진 여걸 강빈 이야기
김용상 지음 / 순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올해 1년간 150권의 독서를 실천해보자(연말이 가까워 온 지금 반도 못채웠지만)는 계획을 갖고 꾸준히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섭렵해왔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이 몇 권 있는데, 상반기 베스트 셀러에도 올랐었던 김인숙 작가님의 <소현>이 그 중 하나다.(☞ 리뷰) 내가 소현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갖게 된 것은 한시간이 넘도록 설명할 수 있다.

1. 이제까지 현대소설만을 써오던 김인숙 작가의 첫 역사(인물) 소설임에도 전혀 한계나 부족함을 느끼지 못했다.
2. 개인적 가치판단이 충분히 확고함에도 이야기의 전개에서 전혀 그 부분을 강조하지 않는다. 는 두가지가 핵심일 것이다.

그런 반면에 <소현> 이후로 비교나 여운의 연장을 위해 읽었던 <별궁의 노래-잊혀진 여걸 소현세자빈(강빈) 이야기>는

1. 이제까지 장르소설을 써오던 김용상 작가의 첫 역사 소설(게다가 개정판) 임에도 읽는 내내 여러가지 아이러니를 느꼈다.
2. 작가의 성별 차이에서 기인된 요인일지는 모르나 역사적 사건에 대한 가치판단과 그에 대한 문제제기가 아주 강렬하다.

라는 느낌이 들었다. 즉, 결과적으로 여운의 연장보다는 비교에 주안을 두고 책을 읽어내려가게 된 셈이다. 하지만 이것이 결코 나빴다는 뜻은 아니다. (참고로 이번 별궁의 노래는 2009년의 상/하권작이 합본(+개정)되어 재출간 된 작품이다.)



강빈은 조선사에서 비운의 왕세자로 꼽히는 소현의 빈으로 어쩌면 그 남편보다 더 비극적인 삶을 살다 간 여인이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당대의 여러 한계적인 상황에서 가장 곤란한 입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보다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삶을 살았던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페미니스트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역사학자들에 의해 이 여인은 평가가 극단적으로 나뉜다. 나도 앞에서 페미니스트라는 단어를 썼지만, 어떻게 보면 조선사를 통틀어 '그 누구보다 가장 완벽한 조강지처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여권신장이나 기타 다양한 기조들보다는 오롯 부군만을 위해 치열했던 삶의 전방에 나서 모든 일들을 조율하고 통제했으니 말이다. 극히 조선적이고 유교적이며 아주 건강한 모델로서의 조강지처였지 싶다.

실제로 존재했던 한가지 사건을 두고 평가가 대비되는 의견을 듣는 것은 언제나 흥미로운 일이다. 이번 <소현>과 <별궁의 노래> 독서 시간이 내게는 그랬다. 게다가 두 작가의 글은 문체에서도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소현>은 조분조분한 스토리텔링 형식의 교과서와도 같다면, <별궁의 노래>는 패기와 열정 분노 등등 다양한 희노애락이 담긴 무협지와도 같은 느낌.



책을 읽고 뒤늦게 별궁의 노래 연극 공연 소식을 들었다. 배우진도 제법 맘에들어 꼭 보고 싶었는데, 이미 막을 내리고 난 다음이었다. 내 눈앞에서 살아 숨쉬고 말하는 소현과 강빈은 어떤 느낌일 것이며, 그들을 마주 대한 순간 내 안의 울컥을 직접 대면하지 못한게 아주 큰 아쉬움으로 남겨져버린 셈이다.

두 권의 책을 읽고 난 다음 유일하게 합의된 결과로써 얻은 것은 '인조는 가정사로나 국정사로나 실패한 왕이구나'라는 명제였다. 사람은 누구나 생을 마감하기 직전에 삶에 대한 깊은 반성을 하기 마련이라는데, 과연 그는 어떠했을까? 라는 물음도 거듭 떠올렸다. 부디 그도 누구나와 같기를 간절히 소망하면서…….

책을 통해서는 많은 얘기거리들이 있다. 하지만 전부 열거할 순 없기에 정리한 지금 포스팅에까지 내용들에 마지막으로 더하자면 나는 이미 책을 집어드는 순간부터 여성 작가인 김인숙님이 소현을 쓰고 남성 작가인 김용상님이 강빈을 썼다는 것 자체로도 나는 이미 충분히 흥분되었다. 무튼 지난 상반기는 이 두 권의 도서 덕분에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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