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두 소녀의 실종사건이 발생했다. 한 소녀는 상류층의 딸로 리조트에서 실종되었다. 방송 등의 모든 미디어가 동원되어 그 소녀의 안녕을 바라고, 진척사항이 모든 영국인의 관심있듯 보였다.

 

그리고 또 하나의 실종사건이 있었다. 빈곤한 동네에서의 새년 매튜스라는 소녀의 실종사건. 그 사건은 언론의 관심을 받지도 못했다. 그러나 몇 주 후 이 사건은 영국사회를 큰 충격에 몰아 넣는다. 보상금을 노린 일종의 자작극이었던 것이 밝혀진 것이다.  

 

곧 모든 언론은 부도덕한 부모를 파고 들었다. 뿐만 아니라 그 동네가 전부 부도덕하게 몰아져갔다. 능력없는 부모와 일하지 않는 어른들. 복지기금으로 연명하는 나라의 세금을 축내는 인간들이 그려졌다.

 

오언 존스는 중간계급 혹은 전문직에서 일어나는 반인류적인 범죄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하면서, 빈곤층에서 일어나는 범죄에 대해서는 유독 그 계층 전부를 엮어내는 점을 꼬집어낸다.

 

영국 엘리트가 중간계급 사람들로 북적인다는 것은 어떤 이중잣대가 적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난한 사람들에 의한 범죄는 하류 사람들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지지만 중간계급 사람들의 범죄는 그렇다고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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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섀넌 매튜스의 실종 사건은 이른바 식객들을 공격하는 발판으로 사용됐지만 부자들은 미디어나 정치인들에게 그 비슷한 비난을 조금도 받지 않는다. 엉터리 복지금 수령으로 1년에 들어가는 예산은 10억 파운드로 추정된다. 그러나 공인회계사 리처드 머피(Richard Murphy) 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탈세로 새나가는 1년 예산은 700억 파운드에 이른다. 결국 복지 사기보다 70배나 많은 것이다. 정말 치명적인 모순은 듀스베리 모어 같은 곳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은 정치인이나 언론인보다 수입 대비 많은 세금을 낸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중간계급 식객들을 향한 비난은 과연 존재하는가? 

 

미디어의 왜곡된 보도에서 세금 회피를 지나치게 과소평가하고 복지 사기를 과대평가하는 건 전혀 놀랄 일도 아니다. 지도급 정치인들과 언론인들은 섀넌 매튜스 사건을 역사적으로 다루는 데 다른 잔인한 사건들만큼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자신의 연약한 딸을 금전적 목적으로 이용한 한 엄마의 기괴한 행각은 정치인과 언론인에 의해 의도적으로 부풀려져서 전통적인 노동계급 사회가 도덕적으로 타락한 노동회피 집단으로 전락했음을 입증하는 데 사용되었다. 

 

그러나 그 사건에서 끌어낼 더 폭넓은 교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사건은 오늘날 영국에서의 계급문제를 웅변해주고 있다. 비록 듀스베리 모어에 정신착란에 빠져 자식을 학대하는 백수 부모로 꽉 차 있지는 않더라도 그런 곳에 문제가 전혀 없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누구에게 궁극적인 책임이 있느냐다.  노동계급사회인가 아니면 지난 30년간 이어진 정부의 정책인가? 또한 영국은 왜 그토록 양극화되어 차브에 대한 조롱과 경멸이 이 사회에 깊이 뿌리내렸는가?(48-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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