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4살부터 막무가내 8살까지 - 아이의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
크리스토프 호르스트 외 지음, 신홍민 옮김, 이훈구 감수 / 책그릇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제목부터가 무슨 책일까 끌어당기는 흡입력이 제법이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라면 모두 이 책을 보자마자 그렇게 느낄듯 싶다.
회사에서 실험적으로 이 책을 책상에 잠시 올려 놓았는데, 4살에서 8살 미만의 자녀를 둔 직장동료들이 유별난 호기심을 가지고 이 책을 집어든 것을 보았다. 결국 실험한 댓가로 책을 본후 그들에게 빌려줘야 하는 처지에 놓였지만 되려 꼭 읽어보라고 권해보고 싶은 책이 됐기때문에 퍽 다행스런 일이다.

책을 집어 여러장 펼쳤을때 처음 눈길이 간 곳은 이 부분이다.
엄마 양이 아기양을 철장에 가두면서 이런 말을 한다.
"네가 자꾸 그러면, 남들이 엄마를 어떻게 생각하겠니? 엄마 얼굴에 먹칠함 셈이야?"
그러자 아빠양이 한몫 거든다. "여하튼 자기엄마를 닯아서 고집은 무지 세. 쯧!"
그러더니 엄마양이 반격한다. "!@#$@#$$@#@!..^^"
엄마양이 반격한 대목을 빼고는 나의 처지와 너무나 똑같았기 때문에 내심 뜨끔하면서도 재밌게 봤다.
그런 처지에 있어서 마냥 웃음을 머금는 재밌는 상황은 아닐터, 아이는 울거나 떼를 쓰고, 바닥을 기거나 깡총깡총 뛰면서 엄마치마를 늘어잡거나 아빠 바지에 눈물 콧물을 묻히는 애절한 상황이 연상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기분 전환이 될수 있었던 것은 상황을 절묘하게 해석하는 일러스트(그림)가 재밌고 신선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림이 많이 삽화되었고 상황 연출을 실감나게 그려서 책을 읽으며 머리속으로 억지로 상상하며 눈에 힘을 주지 않아도 편하게 읽는 독서가 됐다.
 
이 책을 다 읽고도 난 이 책의 전술을 그대로 실천하지 못했다.
일의 발단은 아이를 데리고 편의점에 들어갔는데 진열된 꽤 비싸보이는 기차장난감에 아이의 눈이 돌아가면서부터였다.
집에도 비슷한 장난감이 있었기때문에 아이를 달래고 얼러서 급히 나오긴 했는데, 길거리에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과는 상관없이 길바닥에 주저앉고 사달라며 졸랐다. 아이의 행동을 잠시 지켜보던 난 상황이 점차 안좋아지자 아이와 타협을 하기 시작했다.
"집에 비슷한 장난감 있지 집에가서 아빠랑 기차놀이 하자~", "싫어 토마스기차 살꺼야"(아이는 32개월, 살꺼야 발음이 안돼서 탈꺼야로 들렸다.) '너 아빠한테 안아달라고 했지? 그거 사면 집까지 걸어갈래? (사뭇 겁을주며)", (생각해보더니)"싫어, 토마스기차탈꺼야" 아이가 연출한 상황에 빠져버렸고 이 과정에서 크게 소리쳐 아이를 혼냈고, 울음 한바탕 진탕 뽑아낸 후에야  결국 기차장난감을 품에 안겨주고 말았다.

밥먹는것, 양치하는것, 놀아주는것,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등 매번 일상의 반복적인 삶 자체가 크고 작은 전쟁이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와의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IRIS(이리스) 전략을 소개한다.
멈춤(I), 존중(R), 무시(I), 행동(S) 의 약자로 이리스 전략이라고 하는데, 아이가 연출하는 상황에 부모가 넘어가지 않고 처신하는 전술을 설명한다. 일단 부모 스스로 자신의 행동, 감정에 대해 멈춰! 라고 소리친다음에 일단 아이를 존중하려 노력한다.  때론 아이의 성가신 행동을 무시해야 할때도 있으며, 아이에게 관심을 가지고 사랑한다는 행동을 보여주는 방법이다.
 
이 책에서 설명한 예시가 모든 상황에 적절하게 맞아 떨어지진 않지만 한번 해 볼 만한 전략도 눈에 띈다.
가령 아이에게 양치질을 시킬때는 이미 어른 혼자서 강제로 아이의 입을 벌리게 하고 닦게 할수 있는 나이가 아니므로, 아이에게 이빨을 닦아야 하는 이유를 설득력있게 얘기하는것이 중요하단 것을 최근에 알았다. 가령, 너 이빨 썩으면 치과에 가서 주사맞는다 라고 엄포를 넣으면 이빨을 닦아야 할 당위성보다 더한 공포감으로 치솔잡는것조차 무서워한다는 것을 알게됐다. 그래서 아이가 좋아하는 뽀로로 비디오를 보여주면서 안씻으면 "뽀로로 병균이 밤에 나타나 발을 콕콕 찌르며 깨운대 그리고는 뽀로로 병균이 날라다니며 너를 콕콕 찔른단다" 라고 얘길 해주면 자기가 본 비디오를 상상하면서 입을 크게 벌리고 어서 병균을 닦아달라고 주문한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양치 거품내기 게임은 아이가 좀더 커서 거품이 날만한 치약을 쓰면 적절한 방법이 될듯 싶다.
 
반면, 아이가 장난감을 어지럽힌 후에 정리를 잘 안하려 해서 이 책에서 소개하는 엄마의 전략을 한번 써먹어볼 생각이다.
요즘들어 아이는 신발을 직접 벗고 신는 일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는데, 옆에서 정말 잘하네, 잘벗는구나 하고 지켜보며 격려해주면 기분이 좋은지 웃으면서 끝까지 해보려고 바둥거린다. 소변을 가리기 시작하면서 키가 다을까 말까한 양변기에 작은 고추를 늘어뜨리며 아빠를 따라하려는 모습은 흐뭇하기까지 하다.
충분히 할수 있는 일을 아이로 하여금 격려하면서 할수 있다는 응원을 빠뜨리지 않는 것이 부모의 역할인듯 싶다.
부모가 옆에서 격려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 있는가하면, 가령 놀이터에서 약간 난이도가 있는 놀이를 할때 자기또래의 아이들이 하는걸 보면 용감하게 곧잘 따라하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아이에게 그런 자연스러운 동기부여를 심어주게 하는 일도 중요하단 사실도 알았다.
 
아이에게 체벌을 가하는 것이 옳지 않은 방법이란 것을 지적했는데, 아이 스스로 경험을 통해서 배우게 하는 경험적 방법과 아이에게 미리 결과를 알려주고 행동하게끔 하는 논리적 결과 방법을 추천했다.
나도 아이가 식사를 거르면 배가 고프다는 경험적인 사실을 알려주게 하고 싶은데, 아이가 배를 곪는 사실을 끔찍히도 여기는 아내때문에 아직 적용해보지 못했다.  대신 자기가 다친 경험이 있거나 낭패를 당한 사실은 끔찍히 기억하는데 대표적인 예가 병원에 가는 일이다. 병원이 있는 건물에 들어서기만 하면, 눈치채고 울면서 바둥거리며 달아나려는 아이를 안으며 발을 떼는 것은 여간 고역이 아니다. 논리적 경험은 TV를 가까이에서 보면 눈이 안좋아진다는 경험적인 사실을 미리 알려주어 예방하는 일이 포인트가 된다. 결국 경험적, 논리적인 방법을 적절하게 사용하면서 아이와 적절한 타협을 보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듯 싶다.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있듯이, 혹시 아이가 안좋은 습관을 가지게 되면 어쩔까 싶어 내심초사하며 아이의 행동을 바로 지적하고 가르키며 타이르기에 바쁘다. 아이의 모습은 때론 양의 탈을 쓴 늑대로 둔갑하기도 하고 늑대의 탈을 쓴 양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아이의 이기적인 모습을 보면서 나의 모습을 발견할때가 있어 종종 놀라기도 한다.
아이의 모습은 부모의 모습이고 부모의 모습을 아이는 닯게 마련이다.
끊임없는 갈등과 해프닝을 연출하는 주인공 내아이의 행동에 담긴 숨은 메시지를 찾는 일을 게을리해선 안되겠다.
부모가 행복하면 아이도 행복을 배운다는 말을 들었다.
부모 스스로 자신의 행복을 찾는 일에도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하고, 그 모습조차 내 아이는 닯을거라 생각한다.
오늘은 이리스 전략을 써먹진 못했지만, 내일은 염두에 두었다가 찬스가 필요한 상황에서 꼭 쓰고야 말겠다.
 
구구절절이 공감가고 이해를 돕는 글들이 많아 페이지를 접어둔 곳이 많아졌다.
그중 가장 인상깊게 느껴지는 글을 따로 적는다.

"자녀 교육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아이와 부모가 긴 시간에 걸쳐 함께 성장하는 과정이다. 생활속에서 지나치게 많은 기대를 하거나 계획을 세우지 말고, 여유를 가지자. 초조하게 변화를 추구하는 것은 또 다른 압력으로 다가온다. 어떤 궤도를 따를 것인지, 어떤 제안을 실천으로 옮길 것인지 차근차근 선택하고, 한 발짝씩 앞으로 나아가기 바란다. 그리고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길을 발견하고, 시련을 극복하여 삶을 성공적으로 살아 나갈것이라고 굳게 믿자. 그리하여 아이에게 진정한 동반자가 되어 주자." (1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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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성가시게 구는 아이는 이렇게 "미운 4살 막무가내 8살"
    from 風林火山 : 승부사의 이야기 2007-11-18 17:44 
    미운 4살부터 막무가내 8살까지 - 크리스토프 호르스트 외 지음, 신홍민 옮김, 이훈구 감수/책그릇 2007년 11월 읽을 도서 목록에 있는 책으로 아들 나이가 4살이니 이 때부터 시작되는 행동에 대해서 미리 준비한다는 생각에 선택한 책으로 2007년 11월 12일에 읽었다. 총평 이 책은 내가 유아교육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서 읽은 세 번째 책이다. 지금까지 읽은 책은 저마다 특색이 제각각이라 내게는 다 도움이 되었던 책이었던 듯 싶다. 이 책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