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 사고의 함정
‘생각을 통해 현실을 바꿀 수 있다’는 자기계발서 큰 인기
그러나 약삭빠른 판촉 전략에 불과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체중을 줄이려는 여성이라면 최근에 제공된 두 가지 조언 중 하나를 택하면 된다. 한 가지는 미국 심장협회의 조언이다. 채소를 더 많이 먹고 하루에 한 시간씩 운동하라는 얘기다. 다른 하나는 론다 번이란 여성의 조언이다. 전직 TV 프로듀서인 번은 자기계발서 사상 가장 불티나게 팔리는 책을 펴냈다.
출간 약 석 달 만인 3월 2일께 인쇄 부수가 175만 부에 이르리라 예상된다. 거기다 이미 DVD 150만 개가 팔렸다. 번은 뚱뚱한 사람을 보지 말라고 충고한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생각하기에 따라 실현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소위 ‘인력(引力)의 법칙’을 기초로 번은 이렇게 썼다.
“만일 뚱뚱한 사람이 보이면 그를 관찰하지 말고 즉각 완벽한 몸매의 자기 모습을 상상하고 그 느낌을 느껴라.”
그러니 아이스크림의 유혹을 떨치는 데 애를 먹는다면 HBO의 인기 미니시리즈 ‘소프라노스’를 덜 보면 될지 모른다. 미국인은 뻔뻔스러울 정도로 자기탐닉과 소유욕에 빠져 산다. 그러나 ‘긍정적 자기확신’이나 ‘영감’과 ‘동기부여’를 향한 그들의 지칠 줄 모르는 욕구는 마침내 자기계발 분야 거장들의 노력을 모두 합친 수준조차 앞질렀다.
웨인 다이어(전 세계적으로 1500만 부가 팔린 76년 작 ‘행복한 이기주의자’로 유명한 자기계발서 작가), 앤서니 로빈스(‘네 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로 유명한 변화심리학의 대가), 닥터 필(심리상담을 주제로 진행되는 '닥터 필 쇼’ 사회자), 그리고 미치 앨봄(‘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저자) 같은 거장들 말이다.
미국인은 자기계발도 외국에서 수입하기 시작했다. 개인주의에 관한 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호주에서 말이다. 저자 번은 불과 2년 전 호주에서 50줄에 접어든 이혼녀였고, 직장과 개인생활에서도 큰 위기를 겪었다. 그런 절망적 순간(자신의 책과 삶을 두 차례 소개한 오프라 쇼의 첫회에 출연해 “울고, 울고, 또 울었다”며 당시를 돌이켰다)에 그녀는 오랫동안 거들떠보지 않던 책 한 권을 발견했다. 1910년에 출간된 ‘부자가 되는 과학(The Science of Getting Rich)’이란 제목의 자기계발서였다. 그 책에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통해 원하는 바를 모두 얻는 방법을 찾았고, 이를 전 세계 사람들과 공유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방법을 그녀는 ‘비밀(The Secret)’이라고 불렀다.
하마터면 뉴욕 타임스의 ‘조언, 자기계발, 기타’ 부분 베스트셀러 목록에 잠시 머물다 말 뻔한 책이 뛰어난 판촉 전략으로 출판사에 길이 남을 대작(퍼블리싱 위클리지의 편집자 새라 넬슨은 그 책이 “21세기 초 첫 10년간 제2의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으로 변했다. “미국인의 절망적 불행감을 부풀려 파산한 출판사는 전례가 없다”고 넬슨은 덧붙였다.
자기계발서는 정치인의 전기처럼 꾸준히 나오며, 그보다 훨씬 더 잘 팔린다. 예컨대 웨인 다이어는 혼자 자기계발서 29권을 써서 모두 5000만 권을 팔았다. 그러나 번에게는 다른 이점도 작용했다. 보더스 북스사에서 인문철학 분야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도너빈 벤스는 이렇게 설명했다. “책 제목을 ‘비밀’이라고 한 결정이 주효했다. 누구나 비밀을 알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것을 ‘(특정한) 비밀’로 내세운 전략이 탁월했다.”
흔히 자기계발서는 독자의 시선을 끌려고 찍는 굵은 점들과 장황한 훈계가 가득한 ‘피곤한’ 장르일지 모른다. 그러나 ‘비밀’은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활력과 이미 시장의 검증을 받은 전략, 고대 지혜를 떠올리게 하는 깊이, 그리고 ‘다빈치 코드’를 연상시키는 숨겨진 ‘음모’들로 가득하다. 90분짜리 DVD에선 비밀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려 횃불이 깜빡이고, 최신형 BMW를 거머쥐는 비밀을 가르쳐주는 대목에선 요란한 음향효과로 사람들의 흥미를 부추긴다. 표지 디자인도 탁월하다.
재킷은 흡사 진홍색 문장(紋章)이 표지에 찍힌 중세시대의 문서를 연상시킨다. “비밀의 족자 등 은밀한 물건이 등장하는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고 아트리아 북스의 주디스 커 수석 부사장은 말했다(아트리아 북스는 사이먼&슈스터사의 한 부서로 오리건주의 비욘드 워즈 출판사와 공동으로 그 책을 출판했다).
감추기 쉬울 정도로 작은 책 사이즈도 비밀스러운 맛을 더한다. “정말 중요한 정보가 들어 있는 듯 특별한 느낌을 준다”고 커 부사장은 말했다. 그러나 ‘비밀’에 비밀은 들어 있지 않다. 자기계발서로 빼곡한 공항 구내서점에 가본 사람이라면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리라.
‘비밀’의 DVD와 책은 주로 동기부여를 주제로 연설하거나 저술 활동을 하는 24명의 ‘스승’이 들려주는 이야기로 구성됐다(번은 이들에게 ‘철학자’ ‘미래학자’ 등의 이름을 붙였다). 사실 이들은 오랫동안 똑같은 메시지를 전해 왔다.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Chicken Soup for the Soul)’의 저자 잭 캔필드는 아마도 그들 중 가장 잘 알려진 사람이리라. 그렇다면 혹시 엘리트 ‘결사단’이라도 조직돼 잭 캔필드가 쓴 책엔 아예 손도 대지 못하게 공모라도 했는가.
책에서 말하는 ‘비밀’은 누구든 생각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실현한다는 인력(引力)의 법칙이다. 이 말을 비유적으로 이해해도 좋다. 예컨대 생각을 바꾸면 자신이 처한 상황을 보다 기분 좋게 받아들이게 된다는 의미로 말이다. 아니면 그 법칙을 영감의 원천으로 받아들여도 좋다. 자신이 성공한다고 믿으면 시합·시험·인간관계 등에서 더 좋은 결과를 거둔다는 뜻으로 말이다.
그러나 이 책이 말하는 내용은 그게 아니다. 이 책은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통해 객관적인 물리적 현실 자체를 자기 뜻대로 바꾸는 일이 가능하다고 분명히 주장한다. 예컨대 복권 추첨 때 숫자나, 전혀 모르는 사람의 행동까지도. “작가이자 자기계발의 옹호자”인 리사 니콜스의 표현을 빌리면 이렇다.
“원하는 바를 생각하고 온 힘을 다해 거기에 집중하면 인력의 법칙이 자신이 원하는 바를 매번 그대로 구현한다.” 그것도 매번이라니! 작가 번은 이것은 “우주”에 내재된 법칙이라고 역설한다. 그녀가 말하는 우주란 자신이 무엇을 원하든 뜻대로 이뤄지는 물건들로 가득한 보고(寶庫)다. 그것도 거실에 편히 앉은 채 세 가지 단계만 거치면 된다. “원하고(ask), 믿고(believe), 받는(receive)” 단계다.
DVD 중간 중간에 극화된 장면들이 나온다. 젊은 여성 한 명이 가게 윈도를 통해 목걸이를 뚫어지게 바라본다. 순전히 갖고 싶은 욕심에서다. 그러면 다음 순간 목걸이가 그녀의 목에 걸려 있다. 한 아이가 새 자전거를 가진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면 자전거가 문 밖에 나타난다. 자전거를 사달라고 지겨운 허드렛일을 하거나, 신문 배달에 나설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우주가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반대 경우도 있다. 자전거의 잠금장치를 반복 확인하는 걱정 많은 아이는 집에 돌아오면서 자전거를 도난당한 사실을 알게 된다.
인력의 법칙이 그가 원치 않는 바로 그 상황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한 금융 컨설턴트는 단지 공간을 상상함으로써 힘들지 않게 주차 공간을 찾는다. 우주의 또 다른 법칙(다시 말해 ‘동일 공간을 차지하는 두 가지 사물에 관한 법칙’)에 따라 그 컨설턴트가 오직 생각을 통해 누군가가 떠나도록 유도한다고 보여준다. 그렇게 말 잘 듣는 사람이라면 투자할 때 믿어도 될 만한 사람일까?
오프라를 포함해 ‘비밀’의 팬들은 이런 주장을 충분히 분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오프라는 방청객들에게 자신은 전혀 그런 사실을 몰랐음에도 지금까지 그 법칙에 따라 살아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리적 차원에서 ‘비밀’은 아쉬운 면도 있다. 집·자동차·휴가 등 중산층의 편협한 관심사만 주로 다뤘고, 건강과 관계는 그 다음에, 인간의 나머지 문제들은 한참 뒷전으로 밀렸다.
영화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조차 지나친 물질주의가 불편하다고 고백했다. 자칭 형이상학자인 조 비테일은 “‘비밀’을 좋아하지만 이 책이 몇 가지 놓친 부분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만일 내가 영화를 제작했다면 타인을 위한 봉사에 더 많은 분량을 할애했을 것이다.” 그러나 비테일은 멋진 집과 스포츠카 이야기는 단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데 필요한 미끼일 뿐이라며 번을 두둔했다(일단 그 법칙을 이해하면 보다 숭고한 목적에 이용하리란 희망에서 말이다).
그렇다고 그 법칙이 숭고한 목적에만 통한다는 말은 아니다. 그 법칙은 오히려 대상에 관계없이 적용되며 “좋은 일과 나쁜 일을 구분하지 않는다”고 번은 말했다. DVD에서 마이클 버너드 베크위드 목사는 인력의 법칙을 중력의 법칙에 비유한다. “누군가 건물에서 떨어질 때, 좋은 사람이든 나쁜 사람이든 바닥에 부딪치기는 마찬가지다.”
만약 누군가 당신을 건물 밖으로 떠밀었다 치자. 아니면 ‘민족 청소’가 자행되는 현장에서 곤봉으로 머리를 맞았다고 치자. 인력의 법칙에 따르면 당신 스스로 그 운명을 불러온 셈이 된다. 한 TV 인터뷰에서 번은 르완다 학살을 물어보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인력의 법칙은 각자의 생각과 감정이 각자의 ‘주파수’를 결정한다는 법칙이다. 만약 우리가 공포에 떨거나, 스스로가 희생양이고 무기력하게 느낀다면 바로 그런 일들을 끌어들이는 주파수를 갖게 된다… 완전히 무의식적으로, 완전히 본의 아니게 말이다.”
번은 자신의 인생에서 그런 증거를 직접 보았다. 그녀는 “힘든 일을 많이 겪었다”고 말했다. ‘비밀’은 번이 출산한 이후 늘어난 체중 이야기에 여러 쪽을 할애했다. 인력의 법칙을 몰랐던 번은 단순히 식습관 때문에 살이 쪘다고 믿었다. 그러나 지금은 자신의 실수를 안다. “음식은 체중 증가와 무관하다. 실제로 체중이 는 한 원인은 음식 때문에 살이 찐다는 생각 그 자체다.”
요즘 그녀는 먹고 싶은 음식을 다 먹고도 완벽한 체중(52.6kg)을 유지한다. DVD에 등장하는 한 여성은 화학요법이나 방사능 치료 없이도 석 달 만에 유방암이 완치됐다고 주장한다. 단지 자신의 건강한 모습을 상상하고, TV에서 재미있는 영화를 보면서 말이다. 그렇다고 의사를 피하라는 얘기는 아니라고 번은 말했다.
그러나 그 이야기를 의학적 조언으로 받아들이든, 아니든 간에, 암이 치료되지 않은 환자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자기계발서 전문가이며 스크랜튼대의 심리학 교수인 존 노크로스도 그런 의문을 품는다. “그것은 사이비 과학에 심령술이 접목된 헛소리”라고 노크로스는 말했다. “정신의학 전문가들은 자기계발서의 약 10%가 유해하다고 판정한다. 이 책도 그중 하나다. 문제는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과학적 차원에서 보면 인력의 법칙은 어불성설이다. DVD에 등장하는 ‘스승’ 중 두 명은 양자 물리학자다(양자 물리학은 비주류 과학에 속한다). 그들 중 한 명인 프레드 앨런 울프는 주로 유사신비론적 성향의 책들을 썼다. 다른 한 명은 미국의 군소 정당 중 하나인 자연법당의 대통령 후보로 출마한 존 해글린이다.
초월명상을 연구하는 마하리시 경영대학(아이오와주 페어필드 소재)에서 일한다. 뉴스위크는 이 두 사람과 접촉했으나 이들은 목걸이를 원하면 그 목걸이를 끌어당기게 된다는 물리적 법칙에 동의하지 않았다. 울프는 “내 인생에서 보듯 세상 일이 그렇게 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해글린도 “사고의 일관성과 효과성은 우리 인생의 성공에 필수적”이라며 큰 틀에선 인력의 법칙을 인정하면서도 이렇게 덧붙였다. “그런 성공이 기본적으로 마법처럼 일어나진 않는다.”
울프는 촬영 당시 주로 양자역학과 의식의 관계를 설명했지만 결국 모두 편집된 듯하다. 만일 편집되지 않았다면 이런 말을 했으리라. 현대 물리학에 따르면 소립자는 우리의 일반적인 시공간 개념에 반하는 상호작용을 일으킨다[이를 ‘양자 얽힘(quantum entanglement)’ 현상이라고 부른다]. 문제는 양자들의 이 같은 신호가 신경세포나 두뇌, 인간 등의 수준에서 인식이 가능하냐는 점이다.
대다수 물리학자는 그 가능성을 부인한다. 그러나 주류에서 매우 동떨어진 극소수 학자는 이 문제를 연구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더러는 생각이 사물에 영향을 미친다는 경험적 근거가 있다고도 주장한다(무작위로 숫자를 발생시키는 난수발생기의 회로가 좋은 예다). 그렇다 해도 생각이 사물에 미치는 효과는 극히 미미하다(어쩌면 1%의 몇백 분의 1 정도). 게다가 생각의 힘으로 BMW를 자기 집 앞에 옮겨 놓는다는 증거는 그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현대 물리학은 ‘비밀’이 정면으로 다루는 미국 철학의 오랜 전통 한 가지를 되살렸다. “100년 전 책에도 똑같은 내용이 언급됐다”고 럿거스대의 베를 새터 역사학 교수는 말했다. 그는 ‘뉴 에이지(New Age·인간의 내적 능력을 개발해 우주의 차원에 도달하는 게 구원이라고 믿는 20세기 말의 사조)’가 생기기 오래전에 ‘신사고(New Thought)’가 있었다고 말했다. ‘신사고’는 19세기 엘리트들을 의심하던 미국인의 태도와 ‘내적인 빛(inner light)’을 찾던 신교도들의 전통에서 비롯된 자기계발 운동이다.
예컨대 자신을 치료하고, 구원하고, 교육하려면 의사나 목사·교수가 따로 필요 없으며 건강·성공·구원의 비결은 바로 자기 안에 있다는 주장이다. 1869년 ‘정신 요법(Mental Cure)’이 베스트셀러가 되자 이를 모방한 수많은 책이 출판됐다. 이 책들은 전화기와 같은 발명품들에 보인 사람들의 관심을 이용해 제목에 ‘과학’이란 단어를 갈수록 많이 집어넣었다. “ ‘전화로 메시지 보낸다’에서 ‘마음으로 메시지 보낸다’로 말만 조금 바꾸면 됐다”고 새터 교수는 말했다.
오랫동안 잊혀졌던 월리스 D 워틀스의 ‘부자가 되는 과학’도 그런 책 중 하나였다. 2004년 어느 날 번의 딸은 그녀에게 그 책을 내밀었다. 당시 번은 연이은 불행으로 고초를 겪던 터였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고, 호주 TV 방영을 목적으로 번이 제작 중이던 ‘살인 감지(Sensing Murder)’ 시리즈는 예산이 초과됐다[번은 오랫동안 호주판 ‘투나잇 쇼’의 프로듀서로 일했다. 방송사는 청혼에 관한 리얼리티 시리즈인 ‘나와 결혼해 줘(Marry Me)’도 제작 중이었다]. 번은 워틀스의 책에 깊이 감동받아 동서양과 고대·현대사상을 파고들었다. 2주 반 만에 “수백 권의” 관련 서적과 기사를 읽었다.
“12월의 일이었다. 그러곤 이듬해 1월 팀원들에게 사상 최고의 작품을 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들은 내가 미쳤는 줄 알았다.” 영감에 고취된 번은 2005년 7월 미국으로 건너가 인터뷰 대상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6개월 뒤 제작이 끝나자 이를 방영해줄 방송사를 호주에서 찾기 시작했다. 시청률이 가장 높은 나인 네트워크가 번의 제안에 흥미를 보였다. 그러나 프로그램 매니저 렌 다운스는 완성된 작품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수많은 전문가가 등장해 자기 삶의 비결을 제시하는 장면들로만 가득 찼다”는 인상을 줬기 때문이다(몇 주 전 결국 호주에서 방영됐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이 좋지는 않았다고 다운스는 전했다).
그러나 인력의 법칙을 깨우친 번은 일이 잘 풀리리라 확신했다. 호주 멜버른에 위치한 번의 사무실에서 몇 블록 떨어진 인터넷 기업에는 스트리밍 비디오 배급 기술이 있었다. 결국 2006년 3월 번의 사이트(http://www. thesecret. tv)에서 유료 내려받기나 DVD 판매가 시작됐다. 뉴 에이지를 전문으로 하는 비욘드 워즈 출판사의 신시아 블랙 사장은 그 사이트를 통해 번의 작품을 보았다.
얼마 전 아트리아 북스와 제휴한 블랙은 이 작품의 가능성을 간파했다. 11월 말 같은 내용의 책이 서점에 배포됐고, 미국의 유명 토크쇼 호스트 엘런 디제너러스도 자신의 쇼에서 그 책을 소개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2월 8일 오프라가 그 책을 소개하는 첫 방송을 할 무렵엔 이미 대성공을 거둔 뒤였다.
번은 자신의 성공이 당황스러운듯 아직도 외부 노출을 기피한다. 인터뷰를 자제할 뿐 아니라 오프라의 두 번째 방송 때는 출연하지도 않았다. 호주에 있는 번의 가족은 기자들의 취재에 응하지 말라는 당부를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번의 어머니인 아이린 아이존은 뉴스위크에 이렇게 전했다. “번은 단지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주고 싶을 뿐이다. 모든 일은 그렇게 해서 시작됐다. 딸은 모든 사람이 행복해지기를 바랄 뿐이다.”
사실 번은 그런 목표를 어느 정도 이룬 듯하다. 원칙적으로 사람들을 기쁘게 할 방법을 찾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 실제로 번을 통해 행복해진 사람도 있다. 시카고에서 교육 컨설턴트로 일하는 코넬 파워스(59)는 오프라 쇼에서 번을 보고 나서 DVD를 구했다. 그는 생각을 통해 암을 치료한다는 생각은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분노 대신 감사하는 마음을 강조한 부분은 반겼다.
“우리가 돈이 생겨 ‘형편에 맞는 외식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말하지, ‘생활비가 한정돼 있으니 외식은 못한다’고 말하진 않는다.” 하버드대의 심리학자 캐럴 카프먼처럼 진지한 학자도 의식적으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을 유도함으로써 삶을 바꾸는 일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기본적으로 카오스 이론”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록 유도하기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간절히 기회를 잡겠다고 준비하면 모호한 일이 일어났을 때 곧바로 인식하게 된다. 긍정적 사고는 갖가지 가능성을 인지하는 능력을 높임으로써 이를 알아채도록 한다. 이 문제에 관한 체험적인 연구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물론 ‘원하고, 믿고, 받는’ 모델과는 거리가 먼 방법이다. 긍정적인 사고는 대개 행동이라는 변화 유발 과정을 통해서만 성공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행동이 어렵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방법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비밀’은 인력의 법칙을 설명하려고 수많은 역사적 인물을 적절한 근거도 없이 인용한다. 예컨대 베토벤은 양극성 장애 환자였을 가능성이 있고, 뉴턴은 개인적 구원에 지나치게 집착했으며, 아인슈타인은 양자 얽힘 현상을 “딴 세상에서 일어나는 유령들의 움직임”으로 폄하했다는 식이다.
마틴 루터 킹 목사는 목표를 하나씩 구현해 가는 노력에 관한 경구를 만들어낸 사람으로 소개됐다. 킹 목사도 분명 상상하는 능력을 지녔으리라. 그러나 킹은 뒷짐지고 앉아서 인력의 법칙이 저절로 정의를 구현해주길 기다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을 알았다. 직접 현장으로 달려가 정의를 구현하는 방법이다. 거기엔 아무런 비밀이 없다.
JERRY ADLER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