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의 감각 - 지극히 인문학적인 수학 이야기
박병하 지음 / 행성B(행성비)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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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수학에서 인문학적인 메시지를 끌어낸 교양서

여느 학문처럼 수학 역시 인류 역사와 함께해 왔다. 수학하면 공식이나 계산을 먼저 떠올려 도리질할 분들도 있겠지만, 그 유구한 세월 동안 인류의 삶에 수학의 지혜가 깊게 스며든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수학의 감각》은 무한, 수와 셈, 숫자 0, 평행선 공리, 등차수열의 합, 소수 등 우리에게 익숙한 수학 요소들에서 인문학적인 메시지를 끌어낸다. 예를 들어 ‘무한’을 통해서는 어떤 문제에 부닥쳤을 때 좌절 대신 긍정적인 에너지를 상상하게 하고, ‘수와 셈’에선 우리 모두 수와 셈처럼 서로가 없으면 존재할 수 없음을 깨우치며, ‘숫자 0’에선 세상엔 꼭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 것이 있고 그걸 받아들이는 ‘적극적인 순응’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평행선 공리’를 통해서는 아무리 해도 어떤 문제가 풀리지 않을 때는 시스템 자체를 의심해 보길 권한다.
이 책엔 수식이 많지 않다. 중학 수학 정도의 지식만 있으면 별 어려움 없이 이해할 수 있게 쓰였다. 수학의 세계가 궁금해 기웃거린 적이 있는 인문 독자라면 좋은 출발점이 될 책이다.

박병하 작가 소개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대학원을 다니다 수학의 힘에 이끌려 러시아로 수학 공부하러 떠났다. 모스크바 국립대학에서 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공은 수리논리학. 귀국 후 부산 교육청이 설립한 재단에서 러시아와 부산의 영재 교육을 잇는 일을 했다. 우연히 아르키메데스 저작을 읽으며 고전 공부하는 재미에 홀려 꾸준히 수학 고전을 본다. 아르키메데스, 데카르트, 오일러 등이 남긴 고전을 번역했고(미출간) 4년간 유클리드 《원론》을 강독했다. 쓴 책으로 《중학 수학, 처음부터 이렇게 배웠더라면》과 《처음 수학》이, 번역서로 《내 아이와 함께 한 수학 일기》가 있다.

목차

1장 안 된다는 생각이 가능성을 밀쳐 낸다
: 무한으로 상상하기

2장 당신 없이 나는 존재할 수 없다
: 관계망에서 관계 요소 보기

3장 그래야만 하냐고? 그래야만 한다!
: 필요한 곳에 필요한 방식으로 존재하기

4장 때로는 시스템을 뒤집어엎어라
: 고정관념을 버리고 패러다임 보기

5장 도대체 무엇이 나일까?
: 근본만 남기고 말랑말랑하게 변신하기

6장 열쇠를 쥐고 찾을 때도 있다
: 익숙한 것에서 답 찾기

7장 멀리서 보아야 전체가 보인다
: 거리 두고 문제를 통째로 보기

8장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면 문제 형식을 고민하라
: 충분히 단순한 형식에 이르기

9장 잘 아는 것에서 출발해라
: 친숙한 것을 지렛대로 쓰기

10장 《수학의 감각》을 읽지 않으면 지적인 사람이 아닌가?
: 생각 다이어트하기

11장 버스는 저절로 움직이지 않는다
: 과정을 계산으로 전환하기

12장 잘 틀리면 더 좋다
: 실수를 딛고 오르기

13장 질문이 세상을 바꾼다
: 직관 의심하기

책 속으로

p14. 상상에 무한을 모셔오면 무한의 괴력을 빌려 올 수 있다. 무한은 작렬하는 태양처럼 어떤 제약 조건도 녹여 버리기 때문이다. 문제가 생기면 제약 조건이 완전히 사라진, 툭 트인 상상의 공간에 서서 먼저 그 문제가 해결 가능하다는 확신을 갖고 시작해 보라.
 
p25. 무한을 머릿속에 도입해 상상하는 것은 단순히 놀이가 아니다. ‘이건 말도 안 돼라는 생각은 상상력을 좀먹는다. 이런 태도를 가진 사람들에게 조언하고 싶다. 머릿속에 무한을 데려와 가정해 보아야 한다고. “이건 말도 안 돼!”라고 말하는 순간 자기 스스로 상황을 말도 안 되게 만들고 있는 거니까. 어려움을 먼저 생각하면, 해결할 수 있는 것까지 못하게 된다.

p30. 질문에 다가갈수록 더 모호해지는 것들은 수학에서도 종종 나타난다. 엄격함이 생명인 수학에서도 어쩔 수 없이 모호해지는 것들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내버려 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수학은 이런 질문에 답을 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조언을 남겼다. 이 방법이다며 보란 듯이 통쾌한 해법을 내놓지는 않지만 어떤 대상이나 일의 본질을 파악할 때 되새겨 볼 만하다. 조언의 핵심은 그것 자체를 보려고 하지 말고 관계망으로 보라는 문장으로 응축할 수 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이 장에서는 점과 직선, 수와 셈을 도우미로 쓰기로 했다. 익숙하고 기본적인 것들이라 상상력의 뿌리로 가는 데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다.

p41. 점에게 너는 누구냐?’고 물으면 점은 아무 말 않고 직선을 가리킬 것이다. 직선에게 너는 누구냐?’고 물으면 직선은 나를 반듯한 것이라고 보기 전에 저쪽을 봐 주세요할 것이다. 물론 거기에는 점이 있다. 너는 누구냐고 음수에게 물으면 곱셈을 가리키고 곱셈에게 물어보면 음수를 가리키고 분수에게 물으면 나눗셈을 가리키고 나눗셈에게 물으면 곱셈을 가리킬 것이다. 돌고 돈다.
내가 있는 것은 네가 있기 때문이고, 너는 내가 있기 때문에 있다. 좋건 싫건 그 관계망 속에 내가 있다. 나는 관계 자체이며 관계의 사이에 있기도 하다. 점과 직선, 수와 셈은 악기와 손의 관계처럼 따로 있어서는 소리를 못 낸다.

p62. 그렇게 있어야만 하는 것은 그렇게 있어 줘야 한다. 중요한 것은 그래야만 하는가?’라고 묻고 그렇게 했을 때 가장 좋다면 고정관념을 과감히 버리고 그래야만 한다!’고 순응하는 것이다. 0은 말한다. 먼저 그래야만 하나?’를 물어보라. 그리고 그래야만 한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

p93. 아무리 해도 어떤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시스템 자체의 결함에서 기인한 것일 수 있다. 그것을 직시하고 과감하게 껴안아야 한다. 시스템을 새로 정립하는 방법은 개인이나 기업처럼 단위의 크기, 그리고 문제 성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렇지만 시스템 자체가 불완전하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면 문제 해결은 요원하기만 하다.

p111. 나의 고유한 속성을 알고 나를 변신시키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오일러가 길을 텄던 새로운 기하학을 생각한다. 오일러는 쾨니히스베르크 시와 강과 다리를 말랑말랑하게 변화시키며 점과 선의 연결 상태가 될 때까지 다 지워 갔다. 그러자 문제의 근본 골격이 드러났고 문제가 매우 단순한 형태로 바뀌어 간단히 해법을 찾을 수 있었다. 물론 반대로 생각해도 되었다. 과 선의 연결 상태는 그대로 두되, 점과 선 대신 다른 무엇으로 말랑말랑하게 바꿔 보기 말이다. 그런 말랑말랑한 세계 안에서 찻잔은 반지를 꿈꾸자 반지가 되었다.

p150.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가우스를 떠올려 봐도 좋을 것 같다. 정해진 자원을 갖고 문제를 해결하려 했는데도 잘 안된다면, 먼저 문제 상황을 바꾸는 것이 가능한지 봐야 한다. 가우스가 1, 2, 3, , 100의 수들 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전체를 한 덩어리로 보았듯이, 일단 문제와 거리를 두고 문제 자체의 틀을 봐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기 방식으로 문제를 바꿔 보며 무엇이든 해 보라. 넘치는 것은 나중에 덜어 내면 되고, 부족한 것이 있다면 채우면 될 일 아닌가.

p167. 충분히 단순한 형식을 얻지 못했다는 것은 우왕좌왕하고 있다는 증거다. 문제의 핵심에 도달하지 못할 만큼 군더더기가 있다는 반증이다. 지금 어떤 문제가 지독하게 얽혀서 도무지 풀리지 않는다면 문제를 나타내는 형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유치할 만큼 단순한 형식으로 문제를 나타낼 수만 있다면 그 문제는 반 이상 해결된 것이라고, 그 단순한 형식이 다른 문제까지 해결하게 도울지도 모른다고, 지금 수학이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p217. 같아 보이는 것 중 다른 것이 있다는 것을 참-거짓 표를 증거 삼아 명명백백 드러냈더니 반대로 달라 보이는 것 중에 같은 것도 있었다. 이 발견을 발전시켜 생각을 계산해 내는 단순한 예도 보았다. 여기서 생각 덜어 내기는 다시 한번 도약한다. 낯익은 생각을 낯설게 하고, 낯설게 된 생각을 뒤집어 더 낯설게 하는 식으로 현실에서 무한히 변용될 수 있다. 이처럼 생각 다이어트는 생각의 골격을 드러내고 우리의 잠자는 상상력을 자극한다. 그것은 생각이 형식에 얹혔기 때문에 가능했다.

p222. 계산이 없으면 현대 문명은 1초도 작동할 수 없을 것 같다. 계산이라는 비창조적인 행위들이 어떻게 현대 문명을 탄생시킨 창조의 원동력이 되었을까? 이런 궁금증은 자연스럽게 계산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이끈다. 하나의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그와 정반대 현상을 맞대어 보듯 나는 가장 비창조적이라는 계산에게 창조의 길을 물어보라 제안한다.

p238. 숫자 표기의 혁신이 기본 셈의 혁신을 이루었듯이 작은 혁신이 밑거름되어 큰 혁신을 낳는다. 복잡한 과정을 단순하게 해서 창조에 집중하도록 하려고 수학은 계산을 창조해 왔다. 초고속 빅데이터 시대일수록 계산은 더 계산다워져야 한다. 일과 생활에서도 계산을 창조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수학은 이렇게 조언한다.

p244. 수학의 역사에서는 실수가 발전의 기폭제 역할을 했던 경우가 종종 있었다. 정답은 그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쐐기를 박아 버릴 수 있지만 잘 틀리는 것은 생각의 빈 지점을 드러내기 때문에 상상력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게 한다. 살아가면서도 이런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어떤 질문을 던졌는데 한 사람이 쐐기를 박는 정답을 말해 버리면 더 할 이야기가 없어지는 반면 잘 틀려 주면 분위기는 역동적이 되고 상황을 더 면밀히 검토하게 된다. 틀린 사람 덕분에 함께 한 사람 모두의 사고가 일제히 고양되는 것이다. 반대로, 그만큼 개인이나 조직이 실수하는 것을 두려워하면 상상력의 공간도 제한된다.

p277. 직관은 당연하다. 그냥 받아들이라고 속삭이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직관이 시키는 대로, 그래 당연해, 하다 보면 현실은 고착된다. 딱딱한 땅에 상상력은 뿌리내릴 수 없다. 동양 수학이 고대와 중세의 높은 수준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변방의 변방으로 퇴보한 원인도 여기에 있다. 의심을 허락하지 않고 실용 기술을 발전시키는 데만 수학을 쓰려고 했기 때문이다. 상상력의 열쇠가 있어야 한다. 우리는 그것이 무엇인지 안다. ‘정말?’?’에 붙어 있는 물음표, 그것이 창조의 광맥을 찾는 열쇠다.

나의 느낀 점

   문과생이다. 수학이 어럽다. 수학을 인문학적으로 쉽게 보고 싶다. 이런 분들이라면 이 책을 추천한다.
   나도 문과생이다. 그래서 이과의 수학은 친하지 않다. 그래도 이 책은 여러 수학 문제를 인문학적으로 수학 이야기로 쓴 책이다. 쉽고 재미있게 보았다. 나처럼 문과생인데 수학을 접하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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