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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하디 흔한 '힐링책' ? 


며칠 전, 15년동안의 출판 흐름을 베스트셀러를 중심으로 정리한 강의를 들었다. 15년 전과 지금은 분명 다른 시대였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시대를 관통하는 언어는 '힐링'이었다. 스님에게서, 성공한 멘토에게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위로를 받고 싶어했고, 힐링을 원했다. 이 책 또한 그런 흐름을 타고 잘 기획된 상품이라는 생각을 했다. 간결한 언어로 마음에 남은 시를 쓰는 정호승, 살면서 어디선가 보았을 문장들, 그리고 깔끔한 편집이 알맞게 조화를 이루어 읽기 쉽게 만들어진 책. 다시 말하면, 흔하디 흔한 힐링책, 이라 여겼다. 이미 7년 전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를 낸 작가의 작품이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그래서, 꽤 비판적으로 첫 페이지를 넘겼다. 그런 나의 비판적 시선과 무관하게 재미있었다. 담백하고 진솔하게 써내려간 작가의 솜씨와 내가 좋아했던 작가의 시들이 성실하고, 촘촘하게 박혀있었으며 어디선가 보았을, 이미 알고 있는 문장들도 새로운 의미를 품고 다가왔다. 


그러다 어느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박완서 선생님의 이야기를 담은 부분이었다.1988년에 남편을 잃고, 넉 달 뒤 아들을 잃어버린 박완서 선생님에게 한 잡지사 기자가 물었단다.


선생을 인터뷰한 잡지사 기자는 "선생님, 그러한 고통을 어떻게 극복하셨습니까?"하고 질문했습니다. 그러자 선생님께서는 "그것은 극복하는 게 아니라 그냥 견디는 것입니다" 하고 대답하셨습니다. (162쪽)


"고통은 극복하는 것이 아니고 그냥 견디는 것입니다" 라는 문장은, 이미 알고 있는 문장이었을텐데 이상하게도, 책을 읽다 울어버렸다. 그 흔하디 흔한 문장이, 박완서 선생님을 통해 실체가 되어, 정호승 시인에게로 전해져, 나에게로 와 마음에 얹힌 것이다. 누군가의 말이, 다른 누군가에게 가 닿아 용기가 되고 희망이 되는 것. 이것이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를  '흔하디 흔한 힐링책'이 아닌 특별하게 기억될 책으로 기억해도 될 이유다.



 누군가에게는 '우주에서 나에게로 온' 한마디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를 보면 이런 대사가 나온다. "이 세상 아무 곳에다 작은 바늘 하나를 세우고 하늘에서 아주 작은 밀씨 하나를 뿌렸을 때 그게 그 바늘에 꽃힐 확률, 그 계산도 안되는 확률로 만나는게 인연이다." 나는 책과 사람도, 수많은 말과 글들과 사람도 이러한 인연으로 만나게 된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기에 어떤 사람에게는 흔하디 흔한, 그렇고 그런 책이 어떤 사람에게는 오래오래 기억될 책이 되기도 하는 것 아닐까.


이 책의 첫 문장은 "가끔 우주의 크기를 생각해보세요"이다. 마치 하나의 우주가, 하나의 세계가 볼펜똥같은 나에게로 오는 것처럼... 정호승 시인은 수많은 문장을 엮어 세상에 내놓았다. 이 문장들은 다시 공기처럼 흩어져 누군가에게 밥같은 위로가 되고, 반짝거리는 지혜가 되고, 인연이 될 것이다. 이 책의 어떤 문장들이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정호승 시인은 자신의 시 '봄길'을 선물처럼 마지막으로 남기고 이 책을 마무리 한다.

이 책을 우주의 '볼펜똥'같은 우리 모두에게 추천한다. 우리 모두 '용기'를 내어 서로에게 '봄길'이 되길.


봄길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476쪽)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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