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함께한 마지막 북클럽]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우리 엄마는 '가방끈'이 짧다. 그러나 엄마는 세상 누구보다 지혜롭다. 우리 엄마는 책 읽을 여유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평생 고단한 노동을 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가끔 엄마가 쓰는 글은 마음을 울린다. 만약 엄마의 일생이 엄마에게 조금 더 너그러웠다면... 엄마는 멋진 소설가가 되었을 것이라 가끔, 확신하곤 한다.
얼마 전, 엄마가 큰 수술을 받았다. 약 3개월 이상 다리에 깁스를 해야 하는 수술이었다. 엄마가 아프니, 엄마가 세상 밖으로 갑자기 훌쩍 떠나버릴 것만 같아 자꾸만 엄마 곁을 서성거리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날부터 한 권씩, 한 권씩, 엄마에게 책을 선물했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평생 고단하게 살아오신 엄마가 책을 통해 위로받고, 책을 통해 엄마가 살아보지 못한 세상을 경험하고 꿈을 꿔봤으면 좋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엄마가 책 읽고, 글을 쓰는 활동을 통해 엄마의 인생을 보상받기 원했다.
<엄마와 함께 한 마지막 북클럽>는 그런 나의 마음을 이해한 책 같았다. 저자 윌 슈발브와 췌장암 진단을 받은 엄마, 메리 앤이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함께 '단 두명 뿐인 북클럽'을 통해 책에 대해,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엄마에 대해 기록한 책이다. '엄마, 함께, 마지막'이라는 단어를 보기만 해도 이 책이 무엇을 의미하는 줄 쉽게 짐작할 수 있겠지만... 책 내용은 그 의미 이상의 공감을 이끌어 낸다. 그래서 이 책은 '내 마음 같은 책'이다.
처음에는 '책'에 대한 이야기겠거니 했는데... 책보다는 인생, 특히 죽음에 대해 담담하게 풀어낸 책이었다. 엄마와의 대화를 통해, 엄마에 대한 회고를 통해 인생과 죽음에 대해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안겨준다. 그러므로 이 책은 결국 '엄마'에 대한 이야기기도 하지만 동시에 '나'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한 셈이다.
우리는 어떻게 삶의 보폭을 지켜나가야 할지 배워야 한다.어떤 속도로 살아가고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삶 속에 무엇을 끼워 넣고 포기해야 하는지, 어떤 것을 기념하고 무시할지, 어떤 책을 읽고 치워야 할지, 심지어는 언제 어머니의 죽음에 초점을 맞추야 하고, 또 언제 죽음에 대해서만은 결코 이야기해서는 안되는지 배워야만 한다. p.146
엄마와 함께 한 마지막 북클럽이, 엄마를 잃고 여전히 살아가야 하는 윌 슈발브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나는 죽어가는 사람의 곁에 있다면 과거를 기념하고, 현재를 살아가며, 동시에 미래도 애도해야 한다는 사실을 배워가는 중이었다. 그러나 그때 나를 미소 짓게 하는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나는 어머니가 사랑했던 책을 기억하게 될테고, 아이들이 충분히 나이 먹으면 그들에게 그 책을 주고, 그것이 바로 할머니가 사랑했던 책이라고 말해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너무나도 어린 손주들은 결코 할머니의 눈을 통해 영국제도를 바라보지 못할 테지만, 할머니가 사랑해 마지않던 작가들의 눈을 통해서는 얼마든지 볼 수 있을 것이다. pp.183-184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은 이러하다.
어머니의 침대 옆에는 [하루하루를 살아갈 힘]이 있었고, 여전히 9월 11일 금요일에 책갈피가 꽂힌 채였다. 나는 책을 펼쳐 그날의 [성경] 구절을 먼저 읽어보았다. 책 전체에서 가장 짧은, 단 세 마디로 이루어진 글귀였다. "당신의 나라가 임하옵소서"
그다음에 나머지 부분도 읽었다. 맨 마지막 인용문은 존 러스킨의 글이었다. "주님의 나라에 들기를 소망하지 않는다면, 그것을 위해 기도하지 마라. 하지만 그곳에 들고자 한다면, 기도만으로 부족하다. 행동으로 실천해야 한다"
나는 이 문장이 어머니가 생전에 읽은 마지막 글이라 믿는다. p. 431.
이 책을 엄마에게 선물해야겠다. 그리고 엄마가 세상에서 읽을 마지막 문장, 그리고 내가 세상에서 읽을 마지막 문장은 어떤 문장일까... 고민하며 살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