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만드는 기계]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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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 어쩌면 중력을 버텨내는 일, 그게 전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p.45
지구에서 사는 게 힘겹지 않은 존재는 없습니다. 그들은 사랑을 하고, 씨를 퍼트리고, 서로 죽고 죽이며, 지구에서 버티고 있죠. 그게 다인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지구가 시속 1,667킬로미터로 돌고 있다는 걸 안다면, 어느 누구도 그렇게 고개를 쳐들고 다닐 수는 없을 것입니다. 어느 순간 무지막지하게 돌고 있는 지구에서 떨어져나갈지 그건 알 수 없는 일이지요. 신의 손이 조금이라도 빨라지기라도 한다면 모두 지구에서 떨어져나갈걸요. 이제부터라도 납작 엎드려 무엇이든 붙들고 다녀야 할 겁니다. 지구에서 살아남는 게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걸 잊지 마십시오. p.75
우연히 읽은 문장이 어떤 날 큰 위로가 된다면, 그 문장은 차가운 글자들의 나열이 아니라 살가운 '벗'이 되기도 한다. 차가운 기계와 따뜻한 이야기의 만남. 그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이 도리어 특별해지는 이유이다. 무명의 목수 김진송이 나무를 깎고, 그 위에 이야기를 입힌 이 책을 읽으며, 작은 물건에도 이야기가 숨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반갑고 고마웠다. 책 속에 담긴 작품도 의미있었지만 내가 눈여겨 보았던 부분은 그 작품의 배경이 된 설계 도면이었다. 아, 한 편의 이야기가, 하나의 삶이 저런 '과정'을 통해 완성되는구나... 생각하니 잔잔한 감동이 밀려왔더랬다.
글은 쉽게 읽히지만 가끔 여러번 읽게 되는 문장들이 있고, 오래 시선을 잡아 끄는 작품들도 보여 눈과 마음이 풍요로웠다. 다만 책의 만듦새나 글의 품질이 고르지 못한 점은 못내 아쉬웠다. 역시, 책이란 편집 영역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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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 어쩌면 중력을 버텨내는 일, 그게 전부인지도 모르겠'다는 작가의 말처럼 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 그저 견디는 것 뿐일 때가 훨씬 더 많은 것 같아 마음이 자꾸 욱신거린다. 버티기는 커녕 작은 일에도 쉽게 흔들리는 내가 버겁기만한 삶의 중력을 어떻게 버텨낼 수 있을까, 싶어 아득하기도 하다. 삶을 품은 기계처럼, 기계를 어루만졌던 이야기들처럼 팍팍한 일상을 견뎌낼 '이야기'들을 많이 만들어내면 중력을 버텨내는 일이 조금 더 가벼워지려나? 음... 나도 나무를 깎으며 수양을 해야 할까?![](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3/0223/pimg_770684103828904.gi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