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이 좀 각별하다.

각별함을 즐기느라 아직도 2017년으로 진입하지 못한 느낌이다.

2016년 1월에 필립 로스를 만나 죽고 못살아 직진했었고,

2017년 1월엔 보후밀 흐라발을 만나 죽고 못사는 중이다.

철철이 이렇게 만나지는 기쁨이 있어 또 살 맛 나는 중이다.

 

주말엔 강의를 듣고 틈새 시간을 이용 친구를 만나러 갔다. 내 꼴이 피곤해 보였는지 친구가 자기가 가는 맛사지샾에 데리고 갔다. 등과 어깨 목을 집중적으로 맛사지를 받았는데, 안 받다 받으면 내일 좀 몸이 뻐근하실 거여요 하더니 어제 좀 진짜 뻐근했고, 오늘까지 여파가 미치었다.

 

일주일간의 여행을 다녀왔다. 생각해보니 2박, 3박 여행은 요 몇년간 한 적이 있어도 일주일의 먼 여행은 십년 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야, 난 요즘 집에 있어도 여행을 한 기분을 느낄 수 있어. 여행 가고 싶지 않아 이러며 살았는데, 막상 긴 비행에 지쳐 나가떨어져 보니 그래, 이렇게 지친 비행을 한 번씩은 해줘야 했던 거야 하는 마음이 들었다. 결론은 좋았다였지만 단체여행이다 보니 사람에게 지쳤다. 머리 맡의 <라요하네의 우산>을 펼쳐 읽는데 내 맘 같은 단락이 나온다.

 

지미의 여행 콘셉트는 명료했다.그 어떤 장미꽃도 길들이지 않기,그 무엇과도 관계 맺지 않기. 냉정한 듯 덤덤한 지미에게 썩 어울리는 여행법이었다. 잦은 길들임과 번잡한 교류는 밥벌이용 현장만으로도 충분했다. 지미는 늘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장애인 단체 관련 일을 하는데 작게는 장애우 보살피는 일부터 크게는 단체 예산 집행하는 일까지 한시도 사람 곁에 머물지 않은 적이 없었다. 낯선 여행지에서만이라도 혼자이고 싶었다. 66 

 

혼자이고 싶은 마음에 잠시 잠깐 일행과 떨어졌다가 눈밭에서 길을 잃고 헤매었다. 혼자 아침 산책을 하고, 혼자 있고 싶은 마음에 새벽에 눈이 떠졌으리라. 이번 여행에는 다시 올 수 없는 날들을 보내느라 혼자 있는 시간을 놓쳤는데, 문득 많이 피곤한 것은 혼자인 시간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타자를 공감하고 탐색하는 일은 불편한 제 안의 진실을 발견하는 것과 같았다. 고통스럽고 부끄러운 일은 피해가고 싶었다. 타자의 아픔이 제 아픔이고 타자의 욕망이 제 욕망과 다르지 않음을 확인하는 서글픔. 삶이 진행되는 한 지속될 형벌을 일부러 찾아가며 확인하고 싶지는 않았다. 91

 

<라요하네의 우산>을 읽으며 다듬어진 문장과 깊은 사유에 감동받았다. 이제 차츰 읽어 나갈 계획이지만 한 편을 보니 나머지 글들도 빨리 읽고 싶어진다. 담주에 술 약속을 해두고도 그 때까지 못 기다리겠어서 여보님, 소주 마시고 싶은데 안주가 없다. 했더니 순대와 만두를 사왔다. 지금 마셔야 해서 이만...내일 오전 강의는 종쳤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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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8 23: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19 0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7-01-19 00:03   좋아요 0 | URL
필립 로스를 만나 죽고 못 살아~ 에 공감합니다. 저도 작년에는 필립 로스님 작품을 많이 못 읽었네요. 올해는 다시 읽기, 해봐야겠어요.
<라요하네의 우산>은 저도 아껴서 읽었어요. 순대와 만두와 소주와 즐거운 시간 마치시면 책 이야기 또 나눠주시길^^
편안한 밤 되세요~~~ *^^

2017-01-19 0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