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내가 어제 도서관에 간 것은 책을 반납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제르미날2에 매진하겠다는 뜻도 있었지만, 커피값을 아끼기 위함도 있었다.

 

사실 우리 여자들은 카페에서 책을 읽거나 뭔가를 끄적거릴 때 집중이 잘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피 한 잔 값 아끼겠다고 착하게 도서관으로 간 것이다. 하지만 환경이 도와주지 않아서 결국 카페로 이동했고, 커피를 두 잔이나 마시고 말았다. 욱했던 마음을 달래려 달달한 것 까지 추가했더니, 결국은 커피 석 잔 값을 쓴 셈.

 

보통 사람들에게 커피 한 잔은 사치입니다.

 

구대회 원데이 커피클래스에서 구대회씨가 한 말이다. 그렇다. 내게도 커피 한 잔은 사치이다. 커피가 끼니도 아니고, 병을 치료해주는 약도 아니고 몇 천원을 내고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것은 보통 사람에겐 사치인 것이다. 보통사람에게 커피 한 잔이 사치인 것을 아는 커피집 사장님이 원데이 커피 클래스를 열었다.

 

지난 18일 신촌 한겨레문화센터에서 있었던 '구대회의 원데이커피클래스'는 20여명이 모인 후끈한 열정의 자리였다. 두 명의 젊은 남성만 빼면 다 꽃 같이 아름다운 분들이 모였다. 커피테이너 구대회씨의 노련한 강연과 핸드드립 시연. 사실 나는 같은 동네 사는 단골이라는 특혜를 입어 그의 핸드드립 강좌와 도서관에서 하는 커피인문학 강좌를 몇 차례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는 자신이 기획하고 진행하는 팟캐스트를 운영하고 커피 강의를 하고 직접 원두를 로스팅하고 커피를 내려서 파는 커피남, 커피테이너인 것은 그의 강연을 들어보면 더 확실히 증명이 된다. 그는 강의의 달인이다. 최근에 그가 낸 책 <커피집을 하시겠습니까>와 연관되어 진행된 원데이클래스는 끝났지만, 6월 한 달 동안 주말에는 인천 송도도서관, 파주 출판도시 지혜의 숲 등지에서 그의 강연이 계속 있다.

 

페이퍼를 쓰고 있는데 후배가 톡이 왔다. 그녀는 책을 읽는 여자고, 나름 까칠한 주관이 있다.

언니, 나 커피책 다 읽었어.

고생했어. 재미없었지?ㅋㅋ

아니, 쉬엄쉬엄 읽었는데도 재밌었어.ㅎㅎ

찾아가서 커피 마셔보고 싶더라.

응 그 책 들고 가면 커피 한 잔 무료야.

딸래미 데리고 같이 가.

천원커피를 공으로 마시긴 그런데.ㅎㅎ

난 사인 받으려고 책들고 가려고 했지

이천오백원 커피도 무료야 그걸로 마셔 ㅋㅋ

 

사실 나는 <커피집을 하시겠습니까>를 청소년 필독서로 권하고 싶다. 제목을 보면 카페 창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만을 위한 책같지만 초년 고생이 어떻게 일생에 약이 되는지, 자기 삶을 어떻게 조직하고 꾸려가야 하는지,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에 버금가는 책이라고나 할까.

 

얘야 공부 좀 하지? 게임 좀 작작하지? 라는 멘트보다

 

공부하기 싫으면 카페나 할래? 라는 멘트가 훨씬 먹히지 않겠는가.

카페나 할까?라고 펼쳐 본 책에서 무엇을 발견하고 생각하게 될런지는 순전히 독자의 몫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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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winds 2016-05-30 18:44   좋아요 1 | URL
그 후배님. 제가 아는 후배님이네요^^
담에 그 후배님과 함께 그곳에서 구대회작가님의 드립커피 마셔보고 싶어요. 함께 가실래요? ^^

2016-05-31 18:05   좋아요 1 | URL
ㅎㅎ 당연 함께요~

2016-06-15 14: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알맹이 2016-06-03 09:21   좋아요 0 | URL
읽어보고 싶어지는데? 나도 사서 들고 가야겠다... 근데 너무 멀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