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 제도 혁명 - 학교혁신의 지름길 한국교육연구네크워크 총서 4
한국교육연구네트워크 엮음 / 살림터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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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의 교육과정 동안 4명의 교장을 만났다. 그들은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학문의 이치가 높고 불치하문의 자세를 가진 존경할 만한 교육자였을까, 권력을 탐하고 남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이였을까. 안타깝게도 단 한 번도 교장과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다. 당시 교사들은 교장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었을 것이다. 누구나 처음은 자신이 존경받는 교육자가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을 것이다. 임용고시를 통과하고 드디어 선생님이 되었을 때의 감정을, 학생들에게 선생님이라고 처음 불렸을 때의 느낌은 상상하기 힘들다. 그런 교사가 왜 교장이 되었을 때 교장 권력 카르텔을 형성하고, 뇌물 수수를 관행으로 여기며, 학생들을 존중의 대상이 아닌 순응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폭언과 성추행을 일삼게 되는 것일까.

교장 승진 제도는 학교 내에 비정상적인 구조를 만들어낸다. 서열이 올라갈수록 교육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기간제, 시간제 등 비정규직 교원은 학생들을 제일 많이 만난다. 그 다음이 신입 교사이며, 중견 교사들이다. 교감이 되면 수업을 하지 않고 일부 학생만을 만나며, 교장이 되면 일체 만나지 않는다. 승진을 위해선 교육보다 다른 것에 신경써야한다. 학생들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교육자는 교장이 되는 길을 포기한다. 학생들을 만나기 싫은 교사들은 승진에 목을 맨다. 교육자임을 포기할수록 서열이 올라가는 것이다. 이런 구조에서 피해를 보는 것은 학생들이다.

학교와 본질적 공통점을 가진 곳은 감옥과 군대다. 세 곳 모두 공간을 제약하고, 서열화와 폐쇄성 속에서 인간을 '교육', '교화' 하는 곳이다. 통제에 따르지 않는 사람은 불량품으로 규정하며, 복종하지 않는 살마은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고 외면하고 배제한다. 민주주의와 거리가 먼 곳이며, 인권은 지켜지지 않는다. 학생은 교사의 말에 복종해야 하며, 교사는 교감의 말에 복종해야 하고, 교감은 교장의 말에 복종해야 한다. 교장은 학교의 테두리 안에서 절대 권력자이며, 절대적으로 부패할 수 있다. 권력자가 어떤 사람이던 민주적으로 행동하게 만들어야 민주제도라 할 수 있다. 학교 구조는 정 반대이다. 반민주적인 공간에서 반민주성을 가장 충실히 구현하는 사람을 교장으로 만드는 것이 현재의 관료주의적 교장 승진 제도이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는 상투어가 보여주듯, 교육의 핵심은 교사를 통해 구현된다. 그리고 교장제도의 폐해는 바로 이 가장 본질적인 교사들의 교육을 망치는 것이다. 이것보다 더 신랄한 지적이 어디 있겠는가? 교장제도는 교사들을 교육 이외의 일로 번거롭게 하며, 심지어는 교장이 되기 위한 행렬에 뛰어들게 만들어 결국 교육마저도 내려놓게 만든다. - p.61


책은 교장승진제 폐지를 이야기한다. 일정 기간 경력과 소정의 교육과정을 이수한 교사라면 누구나 교장 자격을 가질 수 있어야 하며, 교사가 일정 기간 교장 업무를 수행하면 다시 교사가 되는 것이다. 교장은 승진의 종착점이 아니고 보직의 하나로 바꾸자는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기 위해선 민주적인 시민이 있어야 하며, 민주적인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민주정의 기본적인 원칙은 민중이 통치자이자 피통치자라는 것이 아니라, 모든 시민이 이 두 위치를 번갈아 가며 차지할 수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내일 교장이 될 교사가 내일 교사가 될 교장에게 명령을 받는 민주적 제도를 갖춘 학교를 만들어야만 민주적인 교육이 가능하다. 변화는 느리지만 이루어지고 있다.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통해 혁신학교의 교장으로 임용된 사람들의 이야기는 희망적이다.

교장이 학교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학교 개혁, 교육 개혁을 말하고자 한다면 그 핵심에 교장이 있음에는 틀림없다. 문재인 정부는 대선 교육공약으로 교장 공모제 확대를 내걸었다. 노무현 정부 시절 개방적 리더십과 교직사회 활성화를 위해 시범 운영되던 것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신청학교의 15%만 가능하도록 시행령이 개정됬다. 현재 15%룰을 폐지해 내부형 교장 공모제 확대를 추진중에 있다. 자율학교나 자율형공립고에만 적용된다. 대부분의 교장과 교감이 회원으로 있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총은 반발하고 있다. 현재와 과거의 교장들은 대한민국 교육에 큰 흔적을 남겼다. 그것이 공로일지, 허물일지는 현재 교육을 바라보고 평가해보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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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지 2018-01-10 0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구절절 옳은 얘기, 참으로 공감합니다-!
잘 보고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