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
유홍준 지음 / 창비 / 199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바쁜 도시문명 속에서 생활하다 보면, 첨단기기와 온갖 문명의 이기들속에서 우리는 현대인으로서의 자부심과 남다른 시간개념이 최선의 삶인양 살아나간다. 허지만, 우리가 지금 현재 여기 서 있게 된 나의 그림자는, 무수히 세월과 역사의 물줄기로 흐르다 지금 이 여울목에서 흐르고 있는 것일 뿐이다.

이 책,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는 초등학교시절 아련한 소풍지에서의 기억에서 부터 대학시절 국토의 여기저기를 흘러다니면서 느꼈던 잊혀졌던 역사의 숨결을 다시금 깨우치게 한 소중한 서적이다. 어느 일요일 구의동 집근처 아차산에 평소때처럼 운동삼아 올랐다가 아차산성 산자락 조그만 풀숲의 오두막에서 무심코 줍게 된 고구려 기와편에서 본 그 빛바랜 역사의 색깔들과 우물 정(井) 字가 뚜렷이 천년이 넘은 세월을 뛰어넘어 내 손바닥안에 펼쳐질 때의 그 역사의 숨결을 직접 느껴 본 나로선, 이 책을 대하는 순간 매 페이지마다에서 진한 시공간을 넘어선 역사의 숨결 그 자체였다.

누구라도 어릴 적 동네 인근의 학교 소풍지들 중에 한 곳은 역사의 유적지였고, 그 곳에 간직되어 있는 역사의 유물들 속에서 느꼈던 현재와의 생경함과 알 수 없는 과거에의 향기들이 피어나오는 그런 기억들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나의 고향은 충남 당진, 예산 근처의 합덕이란 소읍이었다. 중학시절 열심히 자전거를 타고 소풍지로 내달아 간 곳은 조선조 최대의 명필이었던 추사 김정희의 고택지였다. 마구잡이로 친구들과 어울려 흥에만 겨웠던 소풍지에서 추사고택의 낡고 이끼 낀 기와 및 처마 기둥들에서 느껴졌던 가늠할 수 없는 세월의 냄새와 숨결은 지금도 어렴풋이 떠 오르고 있다.

이 책은 분명코 같은 사물에서 느낄 수 없는 자들에게도 공감된 향기를 가지게끔 하는 귀중한 개인의 역사탐구에 대한 일지이다. 책 속에서, 누구나 가지고 있던 소중한 역사에 대한 느낌과 단상 한편씩은 떠 올릴 수 있게 만드는 힘이 이 책엔 분명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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