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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어차피 불편한 것이다 - 티베트에서 만난 가르침
현진 지음 / 클리어마인드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오늘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흔히 듣는 말 중 하나가 '내가 헛되게 보낸 오늘은 어제 죽어간 이가 절실히 갈구하던 내일이다.'라는 말이다.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 놓여 있는 말을 이 책의 한 페이지에서 찾을 수 있었다. '내일 또는 다음의 생, 어느 것이 먼저 올지 우리는 결코 알지 못한다.'(p.239) 라는 말은 당장 내일이라는 순간, 어쩌면 바로 한 시간 후의 그 순간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시한다. 이 책의 제목은 '삶은 어차피 불편한 것이다'이다. 불편한 삶이지만 살아볼 만하다는 것일까. 아니면 지나치게 삶에 미련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일까. 제목이 줄 수 있는 다양한 의미를 유추해보며 책을 넘겨간다. 새파란 하늘과 웅대한 자연 속의 소박한 문명이 자리해 있는 티베트가 가득하다. 그 티베트의 새파란 하늘 아래 있다면 어느 누구라도 자신의 '삶'에 대해 한번쯤 물음표를 던져보게 될 것이다.
불교의 나라 티베트에서 현진스님의 두 눈이 본 광경들과 가슴이 느낀 삶에 대한 작은 고찰들이 이 책 한 권을 가득 채우고 있다. 색연필이나 형광펜을 들고 이 책을 마주한다면, 매 페이지마다 알록달록한 색색으로 문구 하나하나를 물들일 수 있을 것이다. 문장 하나 하나가 소중하며, 담아두고 싶고 기억하고 싶게 만드는 것들이다. 그리고 곰곰히 생각해본다. 진정으로 내게 필요한 '그 말'은 무엇일까 하고... 백 개가 훌쩍 넘는 색칠된 문장들 중에서 나는 과감히 이 책의 타이틀을 수첩 맨 위에 적어넣는다.
삶은 어차피 불편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삶의 목적을 행복으로 채워넣으려 애쓰고 있다. 행복을 추구하다보면 그에 준하는 좌절과 시련이 있게 마련인데, 가끔 그런 좌절과 시련을 극복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고진감래라는 말을 상기하며 다시 힘을 내지만, 더욱 깊은 수렁으로 빠져버린다면... 과연 포기할 것인가? 100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해서 100의 행운이 돌아오지는 않는 법이다. 수많은 자기계발 도서나 삶의 아름다움을 말하는 에세이들이 하면 된다는 말을 내뱉고 있지만, '과연 우리의 현실적인 삶도 '하면 된다'에 준하는 것들일까?'라는 물음에는 적잖은 의문을 품게 된다. 하지만 처음부터 삶이 어차피 불편한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보자. 아주 사소한, 정말 별거 아닌 행운조차도 즐거워 질 것이다. 그리고 마주하게 되는 시련은 당연한 삶의 과정의 하나가 된다. 어쩌면 제대로 삶을 즐길 수 있는, 힘든 삶조차도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의미로 이 책의 제목은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책 속에 가득 찬 티베트의 파란 하늘은 지금 내 머리 위에 있는 한국이라는 나라의 하늘과는 무척 다르다. 고층빌딩에 가로박혀 자로 잰 듯 반듯하게 잘려나간 하늘이 한국의 하늘이라면, 티베트의 하늘은 한없이 넓고 한없이 높다. 그리고 생각하게 한다. 그런 웅장한 하늘을 보며 살아갈 수 있기에 이 세상을 조금 더 넓게 바라보고 자연의 순리를 더욱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티베트의 하늘을 보고 있자니 하늘이 넓은 곳으로 훌쩍 떠나고 싶어진다. 이 책은 티베트 방문을 통한 기행 에세이의 성격이라고 하기에는 기행의 요소가 많이 부족하다. 하지만, 어딘가로의 떠남으로 얻게 될 수 있는 감정이나 생각은 빠짐없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 같다. 어쩌면 이 책은 단지 티베트로 떠난 저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삶'이라는 커다란 틀 안에서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의 '삶의 기행' 이야기이지 않을까. 지금 이 순간 내가, 그리고 이 글을 읽고 있을 당신이 거닐고 있는 불편한 그 삶의 기행 에세이말이다. 나는 비록 불편한 삶이지만, 이렇게 삶 속을 잘 거닐고 있으니, 당신도 잘 거닐어 보도록 노력하라는 저자의 속삭임이 들리는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