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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원래 그래? - 남성 性을 가로지른 모리오카 교수의 성 담론
모리오카 마사히로 지음, 김효진 옮김 / 리좀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읽게 된 계기 : 김신명숙의 추천사
주례사비평이 욕을 먹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추천사의 경우에는 찬사 위주다. 이 경우에는 그 추천을 누가 했는가에 따라 구매가 좌우될 것이다. 이 책의 경우 김신명숙이었다는 것이 내게는 큰 흔들림이었다.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마초가 되고 싶지 않은 사람으로서 그녀의 글은 어느 정도 인정할 수 있는 수준을 담보해왔다. 그런 그녀가 추천했으니, 맘이 흔들릴 수밖에. 만약 추천사가 없었거나, 다른 이가 썼다면 아마 구매까지 이뤄지진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
생각난 사람 : 마광수교수
자기의 경험을 솔직히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 어쩌면 ‘사건과 실화’ 정도의 잡글(?)에 머물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저자가 교수라는 신분이기 때문에 하나의 논문으로 발표가 됐고 그것들이 모여져서 하나의 책을 이뤘다. 이 점에서 마광수 교수가 생각난 건 어쩌면 당연한 일. 마교수의 경우에도 ‘즐거운 사라’ 이전부터 자신의 솔직한 생각을 발표해왔으니 말이다. 그는 얼마나 많은 곳에서 ‘인공미’, ‘15cm 하이힐’, ‘페티시즘’을 부르짖었던가. 모리오카 교수도 그런 면에서 교수라는 이름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솔직하게 썼다는 점은 인정된다.
내용과 관련하여
분명 어느 정도 공감가는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니까 저자는 남자들이면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는 얘기를 하면서 그 속에 숨은 것들이 무엇인지를 밝혀내고자 하는 것이다. 예컨대 야한 비디오는 끝까지 보는 일이 없다는 점. 그건 오직 남자의 ‘사정’수단으로 사용된다는 것. ‘사정’ 후에는 바로 꺼지는 운명을 갖고 있는 야한 비디오. 이것에 대해 저자는 ‘사정’ 후 남자의 무기력감 때문이라고 얘기를 한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여성만큼 ‘강한 만족(?)’을 얻지 못하는 열등감 때문이라는 얘기 등을 제시한다.
한계와 관련하여
분명 공감가는 부분이 있더라도 한계가 있다는 것 역시 당연하다. 이건 마교수의 경우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인공미’, ‘15cm 하이힐’을 좋아하는 남자도 있을 테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 이 책의 경우도 저자 자신의 경험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아무리 냉철히 분석한다고 하더라도 쉽게 보편화하기는 무리일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저자도 일정부분 인정하고 있다.
마초근성 버리기
어땠어? 좋았어? 이런 질문들도 어쩌면 마초근성의 다른 한면을 이루고 있다고 보인다. 남자는 언제나 여성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생각들이 사방에 퍼져있다. 상황이 이러니 이 글을 읽는다면, 남자는 원래 그래야된다는 편견에 대해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대답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언젠가 김소희 기자가 말했듯이, 그런 건 대화로 서로 만들어 갈 수 있는 거니까. 대화, 이것이 마초가 되지 않는 첫 번째 길이자, 자기 몸을 알아가는 두 번째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