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에 살다 - 조선 지식인 24인의 서재 이야기
박철상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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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살 때 한참 '책거리' 그림에 관심이 있었어서 조선시대 문인들의 서재 이야기라고 하고, 중간 중간 그림 사료도 많은듯 보여 책거리 그림 있나 싶어 덥썩 구매했다. 


저자 박철상은 어릴적부터 한학자인 부친의 영향을 받아 본인의 연구는 물론, 대중들을 위한 이런 책까지 내는걸 보면 상당한 전문가이고, 어렵지 않게 글을 잘 풀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내가 워낙 이런 글에 익숙하지 않고, 한문, 등장하는 이름, 인물들이 대부분 낯설거나 이름만 교과서에서 봐 온 정도의 얕은 지식인지라 확실히 책은 아는만큼 보이고, 아는만큼 몰입도나 독서속도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몸 배배꼬며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이야기들이 많이 나와서, 그리고 아마도 사용하는 언어야 어찌되었든, '책' 이야기, '서재' 이야기라서 꾸역꾸역 덜그덕거리며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다음번에 이와 같은 책을 읽는다면, 더 잘 읽힐 것이기에 말끔하지 않은 독서였지만, 말끔하기로 한다. 


들어가는 말에서 본인 서재의 이름, 그리고 저자에게 서재 이름을 지어 달라고 오는 이들에게 지어준 이름으로 시작해서, 문인들의 이야기. 문인들의 서재 이야기.에 빠지지 않는 것이 '서재 이름'의 유례이다. 서재 이름도 한 가지가 아니고, 그들의 호도 한가지가 아니다. 서재 이름이 있으면 거기에 따라 호가 정해지기도 하면서, 호와 서재 이름이 늘어간다. 


이덕무는 자신의 호에 유달리 애착을 가졌다. 그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언제나 마음속에 담아두었다. 일종의 좌우명과 같은 것이었다. 자신의 서재 이름도 자주 바꾸었다. 그리고 그는 이런 내용을 기록으로 남겨두었다. 이덕무가 지은 기호記號의 내용이다.   


서재의 이름을 짓는 것, 자신의 호를 짓는 것은 좌우명이자 말의 힘이다. 가장 중요한 장소중 하나였던 '서재' 에 이름을 지음으로써 마음을 가꾸어 살아가기를 바랬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옛글의 번역이 나오고, 그 해석이 반복도어 나오는 와중에 잠깐잠깐 현대의 이야기와 연결지어 '그때도...' 라고 말하는 것에는 거부감이 먼저 튀어나왔지만, 내 서재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시대가 바뀌었으니, 시대가 바뀌었으나 서재는 서재다. 책으로 둘러 쌓여 있는( 비유가 아니라 말 그대로) 지금 내 주위를 둘러보니 집이 서재다. 장서가가 전혀 되고 싶지 않았으나 마음을 못 비우고, 정리하는 책보다 사들이는 책들, 감사하게 받는 책들이 더 많아 늘 수지를 못 맞추고, 겉으로 보기에는 영락없는 장서가의 꼴이다. 내게 서재집 만큼 중요한 이 곳은 알라딘이라는 책방에 세들어 있는 서재다. '책과 고양이와 이대호'라는 이름의 서재다. 좌우명이고 의미고 없이 가장 좋아하는 세가지를 적었던, 맘을 가장 많이 흔드는 세가지를 그냥 나열했던 것 같다. 그렇다고 그걸 이제와서 책묘호. 라던가 묘책호.라던가 하면서 바꿀 수는 없다. 서재 이름 짓는걸 가만 보니, 옛 고전이나 고사에서 따 온 이름들이 대부분이다. 닥치는대로 책을 읽는 것에서 마음을 세우고, 좌우명을 만드는 그런 책읽기로 가는 언젠가는 그럴듯한 이름을 지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 때까지는 그냥 책과 고양이가 있는 곳에서 뒹구는 것 뿐이다. 


사실 오늘 이름을 하나 짓기는 했다. 진짜 회사 그만두고 나서부터 계속 고민해 온 이름이었는데, 오늘 지었다. 아침에 쓴 일기에는 그 이름을 '부적' 과 '바람' 이라고 적었다. 그러고나서 이 책을 읽다보니, 이름을 짓는 것은 그런 의미인거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잡소리는 그만하고 책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책을 온전히 소화하지 못하여 소화된 몇 안 되는 부분의 꼬랑지만 잡고 이렇게 리뷰를 쓰고 있다. 이름 짓는 것 말고 몇가지 이 책에 나온 것중 생각나는 것들을 적어보면, 정조는 학자이자 성군이었다. 이름이 이산이었는데 (드라마 이산 생각나서 기억남;) 원래 산이 아니라 성으로 읽는게 맞지 않나. 하고 나와있다. 임금의 이름에 들어가는 글자가 있으면 신하들이며 건물들이며 그 이름을 피하여 죄다 이름이 바뀐다는 점도 재미있었다. 정조가 책과 문화를 잘 돌본 임금이라 규장각 같은 것도 만들었고, 문인들을 많이 보듬었다. 그리고 이 책의 인물들에게 중요했던 두 가지는 연행(청나라 문물을 공부하고 교류하러 가는 것)과 북학 (청나라의 학문을 공부하는 것) 이다. 


가난한 책쟁이들, 그리고, 은거의 묘. 같은 이야기들도 재미있었다. 몇가지는 굉장히 인상깊어 따로 옮겨두기도 했지만, 익숙한 책읽기가 아니라 술술 읽히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해두어야겠다. 이 책을 다시 읽지는 않을 것 같지만, 여기에 나온 인물들과 서재 이름을 다시 어느 술술 읽히지 않은 책에서 본다면, 그 때는 지금보다는 더 잘 읽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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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 2015-01-29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서점에서 잠깐 훑듯 본 책인데 글을 읽고 나니 읽고싶어지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