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책장 - 애서가의 꿈 / 세상에 없는 나만의 서재 만들기
알렉스 존슨 지음, 김미란 옮김 / 위즈덤스타일 / 2013년 1월
장바구니담기



표지를 보고, 우리나라 저자가 쓴 책인 줄 알았다. 저 나뭇가지 작품, 우리나라 디자이너 작품으로 알고 있었어서 말이다. 저자는 알렉스 존슨, 디자인 블로그를 운영하다 책장 디자인들을 모아 책으로까지 내게 되었다.

원서의 표지는 이 표지가 아니다. 한국 작가라 번역본의 표지로 했는지 모르겠으나, 이 책에 나온 어떤 사진이 표지에 나오건, 책장덕후들은 혹- 하리라. I guarantee!


사실, 서점에서 실물 볼 때도, 그렇게까지 새로운 사진들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책장 디자인 블로거인 저자만큼, 저도 책장에 한 집착하는지라 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포스팅했던 책장들을 한 책에서 본다는 것은 보기만 해도 행복한 일이다.



'펭귄 그룹' CEO 존 매킨슨은 월스트릿 저널 인터뷰에서 '북 리더book reader'와 북 오너book owner'의 차이점에 대해 언급했다고 한다. '북 리더'는 '종이책이나 전자책을 읽을 때 행복한 사람'이며, '북 오너'는 '책을 선물하고, 공유하고, 책장에 꽂고 싶은 행위 자체를 사랑하는 사람' 이라고 말이다.

북 리더와 북 오너는 한 가지에서 나온 두 줄기인 셈이다. 책을 좋아하는 한 가지. 말이다. 나로 말하면, 서가의 책 중 '읽을 책'이 '읽은 책'보다 더 많으니, 북 오너 기질이 더 많은 걸까?


디자이너 니코 이코노미디스는 이런 북 오너들의 죄책감을 책장으로 반영하기라도 한듯한 디자인을 했다. '읽은 책과 읽지 않은 책 READ-UNREAD' 읽은 책과 읽지 않은 책의 무게를 저울질하는 책장이다.



원서와 번역본의 어딘지 모를 퀄러티와 세련됨의 차이를 늘 느끼는데, 디자인책일수록 더 하다. 위즈덤 스타일의 이번 책은 꽤 맘에 드는 번역본이다. 종이가 반사되는 종이인 것이 좀 맘에 들지만, 원서의 디자인에 충실했건, 새로 손 댄 부분이 있건 맘에 드는 만듦새와 디자인의 책이다. '책장 디자인' 에 대한 '책' 의 디자인을 논하는데, '책' 의 내용이 중요하지, 외양이 중요하냐?고 딴지 거는 사람은 없겠지요?


첫 챕터부터 가슴 띄는 제목이다.
'책장의 향연 A Medley of Bookcases' 으로 들어가보실 까요?


'도서관'이란 이름의 책장은 토마스 벤젠Thomas Bentzen의 작품이다. 사무실과 리셉션 공간을 꾸미기 위해 디자인했는데, 잡 안, 아이방에도 어울린다고.

이 책장이 맘에 든 건 지붕이다! 책을 펴 놓거나, 책등이 아닌 책표지가 보일 수 있게 만든 부분이 책장이랑 같이 있다는 것이 맘에 든다.

어린 나라면 분명 '인형의 집' 말고, '책의 집' '도서관' 을 사달라고 졸랐을꺼다.
얼마나 쿨한 장난감이란 말인가!


이 책장의 제목은 변형'Metamorphosis'이다. 발트해 자작나무로 만들어졌다.
이 작품의 디자이너인 세바스티안 에라수리스Sebastian Errazuriz가 조각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작품으로 담쟁이덩굴이 벽을 타고 뻗어나가는 형상을 하고 있다.

어릴적 산티아고 집에 자라던 담쟁이 덩굴에서 영감을 얻었는데, 세바스티안과 동생은 담쟁이덩굴 가지 위에 장난감을 올려놓곤 했다고 한다.

아, 귀엽다! 담쟁이덩굴위에 장난감을 올려 놓은 어린시절 기억으로 책을 올려 놓는다는 컨셉이 멋지다.



전자책의 폭발적 성장으로 암울한 출판계이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종이책을 좋아하고, 책장 역시 적극적 역할을 하고 있다.

'영국 국회의원들의 다소 미심쩍은 책장 구입비용 청구서나 2009년 이케아가 자사의 베스트셀러 제품인 '빌리책장 Billy bookcase'의 탄생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책장 서른 개를 시드니의 본다이 해변에 설치한 일이 그 사실을 방증한다.'

세계적으로 연간 천만개 이상 팔린다는 이케아의 '빌리 책장' 국민 책장과도 같은 이 책장을 특별하게 해주는 '버팀목Stuetze' 이 있다. 버팀목은 책장 한 쪽 단에 대어 책장이 안정적으로(?) 기울어지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이게 뭐가 좋냐구?

북앤드가 따로 필요 없이, 책이 안정적으로 기대 있게 한다. 기발!

디자인책장들을 보다 보면, 이렇게, 저렇게 기울어져 있는 것이 많다. 어딘지 모르게 익숙하지 않지만, 일상의 '네모'를 깨는 디자인의 상큼함뿐만 아니라 나름 이런 실용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디자이너 아프레도 아베를리의 '패턴 Pattern'
오각형의 디자인으로 책을 꽂고 물건을 진열할 수 있게 했는데, 오각형이 이렇게 안정적인 도형이라는걸 처음으로 느꼈다.

월페이퍼에서 '올해 최고의 책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기발한 책장들 사이에 빠지지 않는 책장이다. 디자인 스튜디오 '넥스트 아키텍트Next Architects' 의 디자이너들이 제작한 책장에는 고전소설 100권의 제목이 있다.

같은 책을 구매해 밀어 넣기만 하면 되는데, 나머지 페이크 책들은 북앤드 역할도 하고,
'살면서 읽어야할 책 100권' 리스트 역할을 할지도 모른다.

세계문학전집 나오는 민음사나 문학동네에서 이런 책장 만들면, 책 사서 책장 다 채우고 싶은 욕망 느껴질듯. (나같은 사람이나;)


책에 나온 디자인책장들 중에 시도해보고 싶은 책장 중 하나이다. 알파벳 책장.

디자이너 에리히 켈레르Erich Keller가 말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단어로 책장을 만들어 보'라고.

FLOWER! READ! AIR! PARIS! ROSE!


한 장 한 장 다 담아내고 싶지만, 여기까지~
'세상의 모든 책장' 들고 피크닉은 어떤가요?

디자인 스튜디오 '메이크시프트Makeshift'의 디자이너들이 만든 '책상자 Book Case'를 들고 말이죠.


'책장은 유용할 뿐만 아니라 재미있을 수도 있다. 가지고 있는 책뿐만 아니라 책장을 통해서 우리는 그 사람의 개성을 알 수 있다.'

책 많이 읽고, 많이 사고, 선물도 많이 하고, 책장에 차곡차곡 정리도 하고, 그런 책들이 쌓이는 이야기이다.

애서가의 꿈, 세상 모든 책장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