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좋아하는 인테리어 책 -non intentional design

며칠전 친구가 집 앞에 찾아왔을 때 들렸던 커피집과 술집에서
의도치 않은 일상의 디자인을 아주 짧은 시간에 연속으로 두 번이나 접할 수 있었다.  

그래서 생각난 책이 바로 원 글의 'non intentional design' 이다.
내가 가장 애정하는 책을 열권, 아니 다섯권쯤 꼽으라고 해도 그 안에 들어갈 책이다. 진짜다!


어느 해던가, 크리스마스를 보내러 대만에 갔을 적, 성품서점에서 샀던 책이다.
(책에 얽힌 이런 기억들을 나는 좋아한다. 일곱 점에 책을 내게 된다면, 이런 책들일 것이다. 열라 비싸게. ㅡㅜ (손톱 물어 뜯으며, 내심 팔리지 않기를 바라며?) 내가 정말 좋아하는 책. 지금은 살 수 없는 책. 이 책을 당신이 좋아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으나, 책에 얽힌 나의 기억과 애정은 고스란히 전달될 것이다.  

 

 

 

 

왼쪽은 커피집.
이 곳의 이름은 '커피 볶는 집 창해' 이다. 원두 커피를 전문으로 볶아서 카페들에 판매하는데 ( 물론 개인에게도)
작은 카페 한 가운데 커피 볶는 기계가 있다. 잘은 모르지만, 저렇게 연통이 위로 올라가 있어서 연기가 빠져야 하나보다.

저 연통을 건 방식이 아주 절묘하고 적절하다.

원두 담을 때 쓰는 커피가방 (왜 막 코팅된 밀짚같이 된 기분 좋은 가방 말이다.) 을 창 틀에 걸고 그 가방 손잡이에 연통을 걸쳐 놓았다. 굿굿굿!  

창문에 거꾸로 비치는 '판매중'이라는 손글씨까지. 아.. 이거 바로 non intentional design 같은 책에 실으면 딱!인데 말이다. ㅎㅎ  

커피집을 나와 바로 맞은편 곤조야 오뎅.이라는 이자까야에 들렀다.
한껏 추운 겨울에 창문 전체에 습기를 머금고, 아늑한 분위기를 주는
메뉴 맘에 들고, 음식 그런대로 괜찮고, 술은 대박잔 (은나무 잔에 철철 넘치게 따라 줘서 그 은나무 잔을 다시 잔에 따라주며 은나무의 향취를 함께 마시게 하는) 쥔장은 친절하고. 사케집에 많을법한 소품들로 가게를 꾸며 놓은 것까지 맘에 쏙 들었다.
왜 이제야 갔을까.  

친구가 발견한 계산서 놓는 통 .. 은 사케각을 반으로 잘라 계산대에 붙여 둔 것이었다.
사케각은 우유각처럼 그렇게 흐물한게 아니에요 - 튼튼해요. 일본의 장인이 한 ... 무튼, 딱딱하고, 튼튼하니 실용적이다. 혹시 우유곽처럼 약한 줄 알고 보기에 불안할까봐 첨언한다.  

여튼,그 우유각, 아니 사케각은 그 이자까야에 잘 어울렸고, 유용했으며, 디자인틱했다. 

이런 의도치 않은 꾸미지 않은 일상의 디자인을 나는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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